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경주 Mar 12. 2023

웃을까 울을까 망설였다네

치매도 육아처럼 25

     귀여운 꼬마가 닭장에 가서

     암탉을 잡으려다 놓쳤다네

     닭장밖에 있던 배고픈 여우

     옳거니 하면서 물고 갔다네

     꼭꼬댁 암탉 소리를 쳤네

     꼭꼬댁 암탉 소리를 쳤네

     귀여운 꼬마가 그 꼴을 보고

     웃을까 울을까 망설였다네


 웃기면서 동시에 슬픈, 요즘말로 '웃프다'로 표현해 보아도

어릴 적 부르던 동요 속  꼬마의 감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하기 쉽지 않다.

 나 같으면 비명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틀어막고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릴 것 같은데 세상에, 웃을까 망설이다니!


 그런데 어머니의 치매가 악화되면서 웃을지 울을지 망설이게 되는 그야말로 웃픈 장면들을 수시로 맞닥뜨렸다.

 동요 속 꼬마도 이런 마음이었던 걸까?

 






 돌아보니 웃을지 울을지 망설인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이제 어머니의 에피소드는 웃음기 걷힌 자리에 안타까움과 슬픔만 선명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