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6
자색 만두 (만토우)
중국문화권의 나라들은 만두 종류가 다양해서 이름마다 구별할 수 있으면 음식을 시킬 때 유용하다.
이렇게 보들보들해서 안에 아무것도 안 들은 호빵의 하얀 부분만 빼놓은 것 같은 만두를 만토우(饅頭)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호빵을 먹을때도 하얀 빵부분이 많은 게 너무 좋은 탄수화물 덕후라, 중국에서도 굳이굳이 만토우를 사먹었다.
가끔 홍콩식 음식점에서 튀긴 만토우에 연유를 묻혀 먹을 수 있게 파는 데 그것또한 참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콩반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은 아침밥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되기 전 부지런히 나가 만토우와 무설탕홍차를 사왔다.
저녁에는 산책 겸 101 지하의 시티슈퍼에 다녀왔다.
요리조리 살 것도 없으면서 괜히 구경하다가 초콜렛 하나랑 샐러드용 채소, 닭가슴살을 집어왔다.
생닭가슴살은 처음이다... 항상 편의점 같은 곳에서 전자렌지에 돌려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닭가슴살만 먹어보다가
시간도 많은데 내가 직접 해먹어보지 뭐! 하며 사왔다.
간단한 요리라도 해먹어버릇하니까 점점 자신감이 붙는다!
닭가슴살로 만든 샐러드 !
닭고기 제대로 안익혀서 먹으면 항상 배앓이를 하길래 길게 푹 익혔더니 엄청 질겼다..
치킨집도 쉽게 하는게 아니구나..싶었다.
샐러드 드레싱도 아이허브에서 구입했는데 너무너무너무 맛있다.
당도 0이고, 칼로리도 낮은데 진짜 샐러드 소스같고 혹시나 다 떨어져 버릴까봐 엄청 조금씩 뿌려가며 아껴먹고 있다.
미니언니랑 산책을하다, 집근처에 처갓집 치킨이 있었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진짜...
당장 시켜보았는데 이게 무슨일인가..!!! 한국이랑 맛이 똑같았다.
주먹밥도 참기름 냄새나서 고소하고 맛있고, 치킨무도 한국맛이랑 똑같이 새콤새콤했고...
떡꼬치는 무슨 분식집 차려도 될만큼 너무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치킨도 순살치킨이었는데 한국생각나고 정말 너무 맛있었다.
장사도 잘되는 것 같아서 대신 뿌듯했다.
한국 치킨 이렇게 맛있는거라구요...!!!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좋겠다.
언니랑 떡꼬치를 먹으면서,
" 아, 너무 맛있는데 딱 하나만 더 먹고 그만 먹어야지..!!! "
그러고 또 하나 집어먹고
" 나 이제 진짜 이게 마지막 !"
하면서 또 하나 집어먹고 ㅠㅠ
앞으로 치킨은 무조건 처갓집만 시키자고 약속에 또 약속을 했다.
한국에서도 처갓집 그렇게 많이 시켜먹지 않았는데 대만까지와서 처갓집 팬이 됐다.
맛에 감동해서 처돌이 인형까지 웃돈 얹고 살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집에만 있다보니 심심해서 차라리 사대어학원을 등록해볼까 고민하기를 이주일.
이왕 해외에 나온거 돈아끼지말자고 다짐하고 홧김에 등록해버렸다.
레벨테스트를 먼저 봐야하는데, 온라인 레벨테스트+선생님과의 1:1 스피킹 시험이 있었다.
중국어 공부한 지 오래 되었는데도 사대시험은 조금 쉬운편이라 무난히 높은 점수가 나와주었다!
레벨테스트를 마치면 원어민 선생님과의 스피킹 시험이 있다.
한 10분정도 대화를 나누고 바로 반 배정이 되었다.
사대어학원은 레벨1부터 6까지 있는데 선생님은 6반을 들으면 좋겠지만, 현재 개설된 반이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나야 번체자를 모르고 작정하고 공부할 생각은 아니었기에 (사실 공부보다는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반을 낮춰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사대어학당이 코로나 때문에 방학특별반도 온라인수업으로 확정지었고 두달 내내 나는 온라인수업을 수강해야했다..
구름이 심상치 않다... 곧 비가 쏟아질 모양...
창가에 앉아서 노래를 들었다.
아이허브에서 산 디카페인차를 마셨는데 새콤새콤한 것이 맛이 참 좋았다.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까웠지만 딱히 무언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덧 대만에 온지 4개월이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