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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Apr 06. 2024

늙어가는 일의 서글픔

그림으로 전하는 마음


친정엄마가 아프시다.

보름이 넘도록 음식을 거의 못 드시고 있다.

먹기만 하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간단한 배탈이나 장염인 줄 알았는데 검사를 해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결국 위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받아보기로 했다.

옆에 있는 동생이 친정 엄마를 챙기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가 아프니 옆에 있는 사람들도 같이 고생이다.

엄마의 자리가 그렇다.

집안의 중심이어서 엄마가 아프면 온 집안이 다 흔들린다.


빨리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엄마는 병원 가는 것도 무섭고 검사받는 것도 무섭고 결과를 들을 일도 무섭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까 벌써부터 걱정을 한다.

80이 넘은 엄마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예전 같지 않다.

아무 이상이 없는 게 오히려 드문 일일 것이다.

그저 별것 아니어서, 그저 늙어가는 과정이어서 지나가야 하는 고비이기를 바랄 뿐이다.


나의 엄마도 한때는 온몸에 생기가 돌아 펄떡펄떡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심장은 힘차게 온몸 구석구석 피를 돌게하고 위장은 기운차게 음식을 소화시키고 머리카락과 피부는 젊음으로 윤기가 흐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엄마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생의 앞으로 기운차게 달려 나갔다.

그 길에 내가 태어나고 자라 여기에 있다.

이제 그런 모습의 엄마는 없다.

푸석한 머리카락과 주름 많은 얼굴과 자꾸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몸뿐이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그런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마음은 청춘 이란 말은 나이를 먹기 전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이제 내게도 소용이 되는 말이다.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도 몸이 아픈 친정엄마도 늙은 몸 안에 아직 젊고 푸른  청춘을 품고 있을 것이다.

마음은 여전히 꽃밭을 뛰놀고 앞으로 힘차게 달리고 있을 것이다.

가끔씩 빛나던 시절의 화사한 미소가 얼굴에 나타날 때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고운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늙어가는 일은 괜찮다.

그 길에 몸이 아픈 일은 조금 서글프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픈 몸은 애처롭다.

조용히 힘이 다해 꺾이는 마지막이면 얼마나 좋을 일이랴.


병들고 아픈 몸들을 가만히 안아주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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