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파미르고원을 넘는 일은 자신의 체력과 싸우는 일이다
몇 년 전 처음 파미르고원을 넘을 때는 낮은 곳에서 서서히 올라가는 루트였다.
이번에는 시작지점부터 3천 미터로 바로 올라가서 고산병과 싸워야 했다.
종일 밥도 못 먹고 동행들과 같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은 시체처럼 늘어졌다.
길은 거칠고 험하고 차는 낡고 태양은 뜨겁고 바람은 차가웠다.
얼마 먹지 못한 음식은 다 게워내고 깨질듯한 머리는 약으로 해결하며 먼 길을 달리고 달려 숙소에 와서 쓰러졌다.
눈을 감으니 스쳐온 풍경이 눈에 어른 거린다.
평생 처음 본 듯한 푸르고 푸르던 카락콜호수의 색부터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의 형형색색의 색과 능선과 설산 봉우리와 먼지 날리는 길,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럴 줄 알았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
그럼에도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설명할 수 없는 풍경과 그 속에 사람들이 너무나 그리웠다.
여기는 넘어가는 여정이 아닌 한 계절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언젠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