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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 Oct 06. 2023

33주 하고 0일

D - 49






하혈.


저번주에 하혈을 했다. 무리한 탓인지 내몸을 내가 너무 몰라주고 있었나 보다. 여성은 몸이 힘들면 가끔 하혈을 하곤 한다 거나 임신초기에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보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8개월째 막바지에 그런일 이 일어났다. 시그널이 있음에도 지나치며 나몰라라 했던 나의 몸상태를 돌보고 아껴야 했는데 임신이라는 일을 너무 간과히 해서 벌어진게 아닐까 싶다.



여느때와 같이 나는 이 지역에 친하게 된 언니와 커피한잔을 하고 남편 퇴근시간에 맞추어 밥을 할까 하다 나가서 먹기로 하곤,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신나는 마음으로 걷다가 "푹''푹" 하는 소리에 대수롭지 않게 분비물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듣기로는 막달이 되가면서 분비물이 많아진다는데 그저 그런 정도인줄 알았다.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좀 있어보는데 또한번 "푹- 푹" 하는거다. 심상치 않았다. 분비물이 이런 과격한 느낌을 주진 않을텐데 하며 화장실에 가야겠다 하며 급히 발목까지 오는 원피스를 급하게 걷어냈다. 늘 그렇듯 그냥 젖어있는 팬티이길 바랬는데 좀 달랐다. 빨간색이였다.

방금 살을 찢고 흘린 피처럼 아주 진하고 새빨간 피. 너무 놀라 숨이 가빠지고 서있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애가 나오는 것이 아닌지 팔삭둥이의 아이를 화장실에서 낳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몸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그저 피만 흘리고 있으니 나의 상태를 전혀 알수가 없었다. 어리벙벙한 상태로 급하게 휴지를 둘러 처치를 하는데 눈물이 났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밥못먹을 것 같다고 화장실 앞으로 와주라고 한 뒤 어기적 어기적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놀란 마음에 그런지 눈물이 앞을 가렸다. 달려오는 남편이 보이고 상기된 얼굴로 무슨일이냐고 물어 피가 났다고 했다. 원피스를 살짝 걷어 허벅지까지 내려온 범벅된 허벅지를 보였더니 남편도 놀라 말이 없어졌다. 바로 병원을 가게되었다. 



몇일전에 탕수육을 먹다가 이빨이 부숴진 일이 있었는데 몸이 신호를 주고 있었던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건치라고 자부했는데 탕수육에 이빨이 무너지는 일이라니, 배뭉침도 점점 심해져서 걷기 힘든 날도 종종 있었다. 이렇게 내몸은 피력했는데 정신이 모른척을 한것인지 싶을 정도로 안일했던 내가 후회스러웠다. 급하게 운전해서 도착한 병원. 산부인과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렸더니 줄줄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아직 피가 흐르고 있는 듯 했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또 눈물이 났다. 찌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질을 기계로 벌리는데 너무 아팠다. 뭔가를 닦아내고 채취하고 약을 넣었다. 그 뒤로도 이어진 태동검사, 피검사, 소변검사등등 바늘을 꽃아 수축방지 링겔을 달았다. 다행히도 아기도 잘 움직이고, 모든 검사에서 이상이 없음을 알수 있었다. 총 4-5시간이 걸렸다. 갑자기 나타난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가는 나의 모습이 엘레베이터 거울에 비췄다. 나는 휠체어를 타본적도, 하혈을 해본 적도 없었는데 ...  입원실로 올라가 눕고나니 12시가 훌쩍 넘어 꼬르륵거리는 남편의 소리를 들었다. 나도 무색하게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고 치킨을 한마리 시켜 먹고 잠들지 않은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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