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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 Mar 08. 2024

단유

나는 아기를 낳은지 102일된 산모








아기를 낳았더니 저절로 따라오는 수 많은 것 들 중에 가장 피부로 와닿던 건 모유였다. 가슴을 따라 뜨끈하게 끈적이며 주륵 흘러내리는 불투명한 액체, 제뽑아내지 않으면 유방속에 돌하나가 박혀 내킬 까지 나를 아프게 괴롭히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아픔을 뭐라고 설명할 있을까? 아무리 궁리를 해도 한문장이나 단어로 쓸수가 없다. 드라마에서 보니 유성 정도가 가슴에 내리꽃는걸로 표현하곤 하던데. 유성은 맞으면 죽을텐데, 약간 죽을만큼 아프긴하다^^ 나는 모유가 많은 편은 아니였던것 같은데 점점 하다보니 양이 쭉쭉늘었다. 이것 또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무식하게 젖소처럼 젖을 뽑아낸 덕분이긴 하다. 임신과 출산은 모두  알음알음으로 겪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피해자다. 먼저 아기를 낳은 친구들에게 왜 말 안해줬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말해줘도 모르니까" 또는 " 알면 아기를 안낳을지도 몰리" 였다. 이래서 엄마들이 아기를 낳고나면 자신도 모르는 연대가 성립되는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수유를 정말 열심히 했다. 아기에게 처음 젖을 물릴때, 타이밍이 늦어 교육을 못가 물리는 법도 몰랐지만 어설프게 젖을 입에 가져다 대니 아기가 고맙게도 물어줬다. 뻐끔뻐금 거리며 젖이 입에 있는데도 젖을 찾는 아기. 눈도 제대로 못뜬 아기가 본능적으로 찾아 무는 나의 젖. 그때 나는 이래서 엄마가 젖을 줄때 행복하구나를 느꼈다. 하지만 곧이어 따라오는 고통, 이렇게 젖을 쎄게 빤다니,이래서 젖먹던 힘까지라는 말이 나오는 구나 싶었다. 요즘은 조리원에서 초유만 먹이고 단유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중에 나는 얼마없는 모유수유에 욕심있는 사람(?)이 되어버렷다. 주륵주륵 나오는데 이걸 막을수가 없었다.


첫수유부터 조리원에서 2주, 산후도우미분과 2주, 남편과 2주가 끝이나니 더 이상  건강하게 먹질 못했다. 엄마가 잘먹어야 모유도 잘나온다는 죄책감서린 말은 점점 젖몸살에 들게하고 분유를 찾아 먹이게 되었다. 첫 전몸살을 앓았을 때, 정말 너무 아파서 기절할뻔했다. 그냥 하루종일 움직이는 내내 아픈데 신경이 쓰이니 머리까지 아프고 정신이30% 가슴으로 쏠려있다. 이때 나는 단유할땐 얼마나 더 힘들까 싶었다. 그런데도 나때문에 아기의 영양이 부족할까, 아프진 않을 까 하는 생각에 수유를 점점 줄여갔다. 챙겨주는 이 없이 나혼자 주부100단도 아닌 상태에서 아기보랴 밥하라 반찬하랴 부랴부랴 살기엔 내가 너무 철이 없이 자란걸. 주고싶어도 못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루종일 물한모금 못먹을 때가 잦아지자 한쪽 젖이 자연스럽게 말라버렸다. 이제는 아기에게 젖을 물릴수없다는 생각이 점점 체감되니 눈에 눈물이 고였다.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어느날은 아메리카노 디카페인 한잔을 시켜먹는데 샷추가했다가 옆있는 남편이 "당신은 모유수유할 자격이 없는 여자야'라고 했다. 아니라며 자존심에 눈물을 삼켜냈지만 하루아침에 끊어낼수 없는것 또한 모유수유였다. 이런저런 고민끝에 나는 단유를 결심했고 빵빵하게 부풀다 못해 터질것 같은 오른쪽가슴과 사투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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