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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로플 Nov 10. 2023

교육공동체에서 '교육'만 남은 공간

공동체의 기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학생은 과학적으로도 전두엽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시기이다. 

갑자기 화가 나서 주먹질을 하고, 교실 문을 발로 차기도 하고, 기물을 파손하기도 한다. 

모든 대화의 시작이 "씨발"이고, 대화의 마무리는 "좆같네"인 공간. 

교사가 아무리 언어 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지도하여도 듣지 않거나 들을 수 없는 나이.

또 그만큼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요동치는 시기의 담임을 7년 째 하고 있다.



전두엽 발달을 마치고 안정된 사람들에게는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중학교 교사에게 이런 일들은 일상면서 일과이고 업무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중학생들의 폭력적인 행동과 욕설과 기이한 행동들에 교사는 의외로 무덤덤하다. 

1년 2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나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1년을 오롯이 버티고 체력과 정신력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학급 대항 운동 경기 중에 두 남학생이 몸싸움을 했다. 질풍노도의 정점을 달리는 두 학생이었고, 두 학생의 몸싸움이 격해져서 아이들 대여섯 명이 두 학생의 팔다리를 붙잡아도 그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주변 선생님들이 진정하라는 말을 해도 들은 체 만 체였고 붙잡고 있는 아이들을 밀치면서 맞붙으려 했다.

힘이 센 남자 선생님들께서 오셔서 두 학생을 다른 교무실로 떼어놓자 두 학생은 선생님에게 힘을 써서 밀치려 했고, 상황을 중재시키려던 선생님들께서 힘에 부쳐서 경찰이 왔다.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하는 과정에서까지 감정을 삭이지 못한 아이는 결국 네다섯 분의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야, 그리고 경찰을 직접 보고 나서야 그나마 진정된 느낌이었다.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를 보자 학생은 다시 분에 못 이겨 경찰과 교사 앞에서 화를 내면서 '그새끼가 자기를 먼저 때렸다'고 하면서 몸부림을 쳤다.


학부모는 그런 아이를 온몸으로 끌어안았고, '엄마가 말을 다 들어주지 않냐'며, '너의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지 않냐'는 절규에 가까운 호소로 학생을 달랬다. 



이 학생은 예전에 내 수업 시간에도 갑자기 교실에 들어와 화를 참지 못하고 다른 학생을 때리려 한 적이 있다. 

그만 하라고, 여기서 더 하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고 아무리 외쳐도 그 아이는 듣지 않았다. 

아니, 듣지 못했다.



담임교사인 나는 온 몸으로 그 학생을 막고 싶었다. 다른 아이들이 다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 선생님이 막아서도 힘으로 제압하려던 학생을 내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예전에도 내 말이 들리지 않았던 학생 아닌가?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다.



법리적으로 접근한다면 공무집행 방해이고, 교육적으로 접근한다면 교권침해일 수 있는 행위이지만 의무교육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장에서 내가, 다른 선생님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같은 반 다른 아이들은 한 교실에 있기를 무서워했다. 

그리고 그 무서움은 다른 학부모에게 전달되었고,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오롯이 담임교사가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울며 화를 내며 몸싸움을 한 두 학생의 억울함과 학부모의 억울함은 담당 부서의 선생님께서 오롯이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날 부장회의에서 관리자 선생님께서는 학부모님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담임교사가 안심시키고, 위기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한 상담을 강화하고, 가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담임교사가 더욱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고 했다.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이 일들을 겪으면서 인생은 상황을 1인칭 시점으로 보느냐, 3인칭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느꼈다.


몸부림치던 아이를 끌어안아서 진정시켜야만 했던 엄마의 심정,

무시당하는 게 싫어서 화를 쏟아내고 다른 학생들을 건드리면서까지 인정받고 싶어하는 학생,

조절되지 않는 화가 자신에게 쏟아질까 두려운 다른 학생들과 그 학부모,

교육 환경 조성 및 교육 공동체의 불안 해소를 위해 상황을 중재해야 하는 관리자,


'교육공동체'라고 하면 보통 학생, 학부모, 교사를 교육공동체라고 한다. 

그런데 갈등 주체의 한 가운데 껴 있는 담임교사의 입장을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냥 끄적거리며 나를 위해 오랜만에 글을 쓴다.


나도 어제 정말 무서웠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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