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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로플 Dec 21. 2023

교권보호위원회 근황

1. 사안을 접수하고 개최하기까지 3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기말고사가 껴 있었는데, 학생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기말고사 이후에 심의가 개최되었다. 

2. 그 기간동안은 계속 담임교사의 업무를 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의 수업방해행위는 종종 있었다. 내 수업 시간에만 그러지 않을 뿐, 하지만 담임교사로서 지도할 힘은 없었다. (심리적으로 너무 소진되었다.)

3. 교권보호위원회 당일, 담임교사로서 학생 지도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진술했다. 그리고 교권침해사안 이후 심리적 소진으로 더이상 학급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지도할 힘이 없어졌음을 강조했다. 교사는 잘못된 행위를 지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교사로서 하는 정당한 지도 행위에 대해 계속 모욕적인 발언을 들어야만 한다면 지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도하지 못했다.

4. 교권보호위원회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 나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아등바등 고민하고 다투고 싸워야 하는 대상이 성인도 아닌 중학생이라는 것에 굉장한 허무함을 느꼈다.

5. 조치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계속 담임교사를 해야 한다. 아마 종업식까지 나는 그 학생의 담임일 것이다.

6. 자신의 학급생활을 점검하는 활동지를 조회 시간에 작성했다. 자신이 학급을 위해 노력한 부분을 모두 적어 보고, 어떤 것이든 본인이 생각했을 때 최선을 다한 부분이라면 다 적어보라고 했다.


그 아이는 다음과 같이 짤막한 한 줄을 남겼다.

"친구들이 수업을 지루해하지 않게 하긴 했지만 선생님의 마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 문장을 보고 아이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학생의 인생 전체에서 질풍노도의 시기가 올해 한 번 이라면 다행인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태풍이 자나간 자리는 아프고 조용하다. 


방학 덕분에 버틴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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