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별 Mar 09. 2018

대안 경로 지점입니다

2018년 3월 9일 금요일


경로를 이탈했다.


처음으로 혼자 판교 가는 길. 네비가 갑자기 교통 변화를 감지하더니 새로운 경로로 안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3킬로 뒤에 우측으로 빠지래서 거의 그때부터 맨 오른쪽 차선으로 가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다가 원래 나가려던 곳과 네비가 새롭게 알려준 곳 중간으로 빠져버렸다.

뭐야 왜 나 광진구 화양동이야.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초보에게 네비의 말은 신의 목소리. 절대복종해야 하는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그녀의 명령 번복은 내 멘탈을 산산이 뿌셔뿌셔버렸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핸들은 양손으로 모아 잡은 뒤 얼굴을 핸들에 바짝 붙인다. 누가 보면 권투 선수인 줄.

그렇게 권투 선수의 자세로 레프트 라이트 훕훕 하며 이탈한 경로 때문에 추가된 시간 20분을 1분이라도 줄이려 최선을 다 하는 나. 마치 평범한 직장인의 경로에서 이탈한 뒤 남들보다 뒤처질까 전전긍긍하는 어느 울적한 날의 내 모습 같다.


흥. 쳇. 아니야!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대안 경로가 얼마나 많은데.

새로운 경로도 엄청 빨리 찾는다고. 

그까짓 거 20분 좀 늦으면 어때! 덤벼라 세상아!


애써 우울한 생각을 떨치려 노력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도와줘요 레테 언니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