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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D컬렉티브 Apr 11. 2021

알렉스 카츠(Alex katz)

: 점점 거리를 두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 오늘 당신의 모습은


“나는 어떻게 하면 같은 것을 매번 다르게 그릴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다.”

알렉스 카츠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 증가로 우리가 얻게 된 것이 있다. 비대면에서 만나는 얼굴이 익숙해지고, 눈으로 대화하는  모습이다. 마스크로 인해 우리는 본연의 표정과 태도. 그리고 모습을 잊버리게 되면서,  온라인에서의 활동은 점점 일상에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어 가고 있다.      


디지털 공간이 남겨준 후유증     


한때. 셀피(selfie)라는 용어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촬영하는 것을 즐겼다. 셀카봉을 들고 다는 모습은 거리에서 자주 마주할 수 있었던 풍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과 활동을 SNS에 올리면서 즐거움을 찾았던 모습들이. 요즘은 마스크로 조금은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사는 우리에게는 이제는. 셀피보다 생존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거울로 본 적이 있는가? 거울속의 자신은 분명 이전과 같은 모습이지만. 이 순간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알고 있는가? 알렉스 카츠(Alex Katz, 1927~)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객관적인 거리에서 냉소적인 시선과 무표정한 모습들을 포착한다. 사실, 카츠의 초상화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8년 카츠의 전시가 롯데뮤지엄 《모델 & 댄서》(2018)로 열렸다. 2차원적인 평면구성과 인물의 배치가 어떤 광고보다도 이목을 집중시킨 전시였다. 


카츠그는 봤다.     


알렉스 카츠, <앤 >, 1977, <앤느>, 1973, <브랜치와 소년>, 1975, <시인 케네스 코치의 초상화 >, 1970


하지만 우리나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카츠가 표현한 주변 인물들은 무엇보다 표정에 익숙하지 않다. 카츠는 인물의 표면적을 캔버스 절반을 차지하게 하고, 색 자체에서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배경을 칠하였다. 카츠는 인물의 특징이 돋보일 수 있도록 섬세하면서 사실적이게 표현한다. 특히, 자신의 모습과 함께, <앤 Ann Lauterbach>(1977), <앤느Anne>(1973), <시인 케네스 코치의 초상화 Portrait of a Poet Kenneth Koch>(1970), <브랜치와 소년 Boy with Branch>(1975) 등이 대표적인 초상화로. 그의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가까이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끼게 될 정도로. 얼굴의 표정을 클로즈업하였다. 클로즈업 된 얼굴의 표정에서 카츠가 표현한 방식은 절제된 선과 면, 그리고 색의 구성을 인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절제되고 차가운 분위기로 카츠의 인물을 더욱 주목하게 한다.     

  

조지 시걸이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현저하게 느끼게 한 조각으로 현대인의 모습 중에 한 단면을 표현하였다면. 카츠는 직접적으로 인간의 표정과 모습을 확대하여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 행동이 아닌, 얼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고요하고도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마주침이다. 


카츠가 본 세상         

초상화의 역사 속에서 카츠와 같은 표현이 가능했을까? 보통,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1390-1441)의 인물화에서와 같이 자신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재력을 표출하기 위한 효과나 혹은 자신의 실제모습보다 더 크고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카츠의 초상화만 보더라도 그의 굳게 다문 입술과, 표정, 주름이 온통 그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매우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는 듯 한 얼굴크기는 캔버스의 절반을 차지하여, 그의 시선과 마주할 수밖에 없게 한다. <앤>(1977)에서도 여성의 무표정한 입술과 길게 뻗은 속눈썹, 단발머리 사이에 삐져나온 머리까지 섬세하게 표현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인 케네스 코치의 초상화>(1970)에서도 인상적인 가르마와 함께 안경에 비친 빛의 반사까지 신경을 썼다는 사실. 이들은 모두 무표정하다. 셀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함보다는 본래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포착한 듯 꾸밈이 없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시선만이 우리와 마주할 뿐이다.      


이 단조로운 일상잔잔한 해변     


알렉스 카츠, <항구#9 Harbor #9>, 1999


카츠의 주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또 다른 광경이 있다. 우리에게는 지금 가고 싶은 장소가 될 수도 있고, 거리두기 속에서 서로를 의식하며. 고요하지만 때로는 동적인 곳으로 바뀔 수 있는 이곳, 바로 해변이다. 카츠에게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해변은 휴식의 장소였다. 카츠는 어떤 특별한 것을 찾기보다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현실, 그리고 자신이 자주가는 장소들에서 만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항구#9 Harbor #9> (1999)에서 미세한 입자가 떠 공기가 뿌옇게 보이는 해변 주변에 그을린 모래에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있다. 앞에 보이는 한 선글라스를 쓴 남성도 해변에 온 즐거움을 잊은 것인지, 해변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남성 주변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각자의 여행을 즐기고 있는 한가로우면서도 평화로운 해변의 일상을 보여준다. 카츠가 관찰한 <항구>(1999)에서도 주변 인물들에게도 역시 표정이 없다. 익숙한 듯 해변에서의 일상에 무료함이 더 느껴질 뿐, 그들 역시도 단지 매일 반복된 일상의 지루함이 보인다. 


알렉스 카츠, <폭풍 후의 평온>


또 한편에서는 <폭풍 후의 평온 The Calm After The Storm>은 세 사람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떠들썩하게 대화를 하거나 무언가를 마시거나 먹지 않는다. 단지 서로의 자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어떤 대화보다도 자신만의 시간과 쉼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필요한 모습이면서도, 거리두기를 하고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이 더욱 우리와 닮아 있다. 


자연에서 만난 휴식하지만 모두에게는 아니다     


알렉스 카츠, <해변 가게 >, 2001


카츠의 또 하나의 고요한 일상의 풍경은 <해변 가게 Beach Stop>(2001)에서도 보여준다. <해변 가게>(2001)에 사람들은 해변을 배경으로 각자 함께 온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중앙에 보이는 한 남성은 전화를 하고, 반대편에 앉아있는 남성은 머리가 아픈 것인지 이마를 두 손으로 만지고 있다. 그와 함께 있는 여성 두 명은 자신들의 대화에 빠졌다. 무언가 그 자리에 앉아서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그들의 모습은 부자연스럽다. 전화를 놓지 않고 앉아있는 남성은 자켓을 의자에 걸치고 앉아서, 휴식을 위해 해변을 온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 옆에 자유롭게 앉아있는 여성들은 신발을 벗고 잔디와 자연스럽게 한 몸이 된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이 곳이 휴식처이고 편안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반강제적으로 온 듯한 모습이 느껴지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혹은 가족들 간의 익숙한 풍경이다. 특히 근래에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은 자연에서 타인과의 만남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알렉스 카츠, <여름 피크닉>


 카츠의 <여름 피크닉>은 5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풍을 즐기고 있다. 모두 서로의 대화를 열중하며,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표정도 무언가 고요하다. 함께 즐기러 온 소풍이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없을 수 도 있는. 실제 우리의 소풍도 이와 다르지 않다.           


# 공공장소에서 만난 사람들      


알렉스 카츠, 폴리스퀘어 공공벽화


알렉스 카츠, 타임스퀘어 공공벽화


그리고 카츠는 주변 인물들을 캔버스를 넘어서 실제 우리와 가까이 마주한 공공장소로 데리고 왔다.  뉴욕폴리스퀘어의 새로운 건물에 캔버스 벽화로 현대인의 모습을 더욱 가까이 소개한다거울이 있다면카츠의 거울이 진정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1977년 타임스퀘어에서도 광고판형식으로 카츠의 주변 인물들우리의 모습이 도시의 외관을 둘러싸고 있다고요한 밤거리에 자동차 하나도 안다니지만카츠의 사람들이 도시의 정적을 깨고 거리로 나와 있는 듯하다. 2019년 파크애비뉴에서도 카츠의 인물이 등장한다도자기 에나멜과 강철로 제작된 여성의 뒷모습이다.


알렉스 카츠, 파크애비뉴 공공조각

      

그럼우리는 어떤 모습인가?     

  

카츠는 누구도 연출시키지 않는다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한 모습에서 드러나는 실제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였다자화상의 역사 속에 실제 모습과 특유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들이 얼마나 있을까우리의 실제모습은 생각보다 단조롭고고요하다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을 더할 뿐마스크 속에 숨겨진 표정은 원래 자신의 모습일지 모른다카츠의 사람들처럼무표정에 굳게 다문 입술마스크 속에 가려진 지금 나의 표정일 수 있다코로나팬데믹으로 급격한 피로 속에 디지털이라는 팝업 공간에 지쳐가는 우리. 잠시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신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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