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마음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같고, 때로 저의 시간이 이렇게 흐른지도 모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직 저는 몇 주 전 그날에 머물러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서울에 다녀 올 일이 좀 있었습니다. 비교적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요즘이라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일로 느껴집니다. 오늘도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웃고 밥을 먹고 움직이고,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에 오려고 터미널을 가는데 막내가 좋아하던, 즐겨 입던 스타일의 옷을 입은 긴 머리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멈칫하고 '오늘 막내가 서울에 있지는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아, 막내가 여기에 있을 수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버스를 타기 전 조금 배는 고픈데 시간은 충분하지 않아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순간도 그랬습니다. 그날 그 시간에도 저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거든요. 그냥 입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있지만 그 생각을 쉽게 떨쳐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묵직함이 생겨났습니다. 글쎄요, 아마 이 묵직함은 평생 가겠지요, 횟수가 줄어들거나 무게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아마 이 묵직함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상을 치르며 마음이 버거울 때면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통화를 하고는 했습니다. 멀어서 혹은 제가 너무 늦게 이야기를 해 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전화로 위로를 건네고는 했습니다. 참 고맙게도 그 친구들은 상이 끝이 나고서도 며칠간 제가 전화를 하면 선뜻 전화를 받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는 했고, 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른 친구를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저에게는 소소한 위로가 되어주고는 했습니다. 그 통화들 가운데 하나, 한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의 상상보다 많이 힘들 것이라고요. 아마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라던 그 친구의 말에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참 여러 가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집에서는 저녁마다 같이 가볍게 한잔하는 날이 늘었고, 가끔 묵직한 정적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여전히 나는 동생이 둘인 것만 같은데 하나는 핸드폰 속에 증명사진으로만 이제 존재합니다. 하나 둘 막내의 물건들이 치워지고 있습니다. 그게 참 버겁게 느껴지는 오늘 밤입니다. 오늘 유독 이 묵직함이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이 순간들이 앞으로 얼마나 찾아올까요, 여전히도 실감이 안나는 밤입니다.
22.10.05 아득한 시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