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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Feb 06. 2021

어린시절의 마음을 잡고있는 예술가, 린다 드레이퍼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나의 선생님

몇 년 전, 필자가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디딛었을 때 린다 드레이퍼(Lynda Draper)를 만났다. 당시 린다는 필자를 가르쳐주었던 선생님이었는데.. 그녀가 이리 유명해질 줄이야. 정말 사람 일 모르는 거더라. 아니, 그녀의 노력들과 경력들을 생각하면 이건 당연한 결과다. 


https://youtu.be/vQDilR8VGb8


린다는 주로 도자기 분야에서 작업하는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이다. 호주에서 큰 상들을 휩쓸면서 현재 호주 내에서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 중의 한 명이 되었다. 호주 미술 국립 학교(National Art School, NAS)에서 도자기과 과장(Head Teacher)으로 일하고 있다. 필자는 린다가 호주 미술 국립 학교로 떠나기 전에 만났던 학생 중의 하나이다. 


작년 연말에 친구 전시회에 갔다가 우연히 린다를 만나서 대화를 했었는데, 린다가 본인이 일하고 있는 학교로 오라고 권유해줘서 필자는 정말 감사했다. 필자는 몇몇 다른 린다의 제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린다는 누구에게 욕먹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성품도 조용하고, 또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다. 




작년 전시회에서 린다를 만나고 또 서로 눈물이 핑 돌았었다. 

"엘레인. 나는 아직도 너의 그 모습을 못 잊어." 


필자의 그 모습이란.. 린다의 마지막 수업 날, 필자는 꽃을 사서 린다에게 전해주었다. 

이미 린다의 차가 떠나고 있었는데, 필자는 전속력으로 뛰어가서 차를 멈추고 꽃을 차에서 내린 린다에게 전해줬다. 린다는 필자를 꼭 안아주었고, 그 자리에서 필자와 린다는 엉엉 울었다. 


당시에 그 꽃을 린다가 찍은 사진

그 후에 린다는 이렇게 본인이 만든 화병에 꽃을 꽂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린다에 대한 글을 쓸 때, 필자는 괜스레 울컥했다. 필자의 지나간 날들이 생각나서 감성적이 되더라.

그래서 린다는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람이다. 모두가 필자가 원어민도 아닌 영어도 못하는 동양인이라고 안된다고 비웃었을 때, 필자를 믿어주고 이끌어주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그 비웃었던 사람들은 그 누구 하나 학교 졸업도 못하고 중간에 떨어져 나갔다. 혹은 필자가 졸업한 기간의 4배의 시간 후에 간신히 졸업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믿음과 따뜻함이 어떤 기적을 부를 수 있는지 필자는 이들을 통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필자의 스승님들이 보여주신 마음과 따뜻함 들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이 마음들이 없었다면 필자는 절대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Starman, wall piece , Ceramic & Glazes 13 x 17 x 17 cm

이 작품은 2014년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수업 시간에 린다가 필자에게 이 작품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물어봤었다. 순진했던 필자는 눈에 보이는 대로 '도넛'이라고 말했었고, 린다는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이 작품은 우주를 표현한 것이었는데, 필자는 당시 미술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무지해서 이걸 도넛으로 봤었다. 필자에게는 추억의 작품이다. 린다의 작품은 마치 본인의 내면 속의 어린아이 시절 속의 환상과 순수한 마음을 놓지 않으려는 듯이 느껴진다. 


이런 종류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는 부분, 너무나도 잘 이해한다. 하지만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가장 하기가 어렵다. 어린애처럼 순수해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마음속에 더 이상 순수한 것들이 남아있지 않은 필자에게서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생각이 너무 많고, 계산적인 어른이 되어버렸다. 필자에게 작품은 항상 무언가 보기에 굉장히 전문적이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 그걸 내려놓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여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무거운 마음들과 함께 필자는 작품을 하는 게 아직도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필자는 린다의 작품을 동경한다. 


'가시나무'의 노래 가사처럼 내 속에는 내가 너무 많아서 나 자신조차도 쉴 곳이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내려놓는게 왜 이렇게 힘든지.. 나는 참 어리석다.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가보다. 그러면 작품도 내가 만족하는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까.



Left:Spring,Right:Portrait,2019 Sidney Myer Fund Australian Ceramic Award,SAM Shepparton Art Museum
Somnambulism, detail, 2019 Sidney Myer Fund Australian Ceramic Award,SAM Shepparton Art Museum

이 작품들은 2019 Sidney Myer Fund Australian Ceramic Award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 작품들은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에 갔을 때에 베르사유 궁전의 겨울 공원과 정원, 그리고 궁전의 장식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초현실적으로 유럽의 풍경을 나타낸 것인데, 린다는 처음 호주에 백인들에 의해 유럽 문화가 정착할 때의 역사를 떠올렸다고 한다.(호주에 백인들에 의해 유럽 문화가 정착을 했다고 해도 호주는 원주민 문화와 자연적인 특징들로 인해 호주만의 개성이 아주 강한 나라이다.) 그녀는 그녀가 배웠던 유럽의 역사와 개념, 신화 등등이 그녀의 예술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서 마치 동화와 같았던 역사들은 왕과 여왕,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 겨울의 크리스마스(호주는 여름의 크리스마스. 필자에게도 눈 내리는 겨울의 크리스마스는 매우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등등 호주의 환경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린다 그녀에게는 동화같이 느껴진 것 같다. 이 작품들은 린다의 동화 같은 상상력 속에서 호주에서의 새로운 환경과 결합되어 조각난 이미지로 형성된 환상에서 진화돼서 태어났다. 



Tiara, 2015, 35cm x 30cm x 30cm

린다의 작품들은 어디에 있든지 시각적인 촉감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공간을 만든다. 그녀는 주로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들에서 오는 즐거움과 위안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도자기의 촉각적인 특성,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나는 발전과 놀라움들에 이끌려서 도자기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녀는 항상 전통과 혁신 사이의 결합을 연구했고,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삶의 상황에 따라 진화하고 달라졌다. 



Wonderland. Finalist 2007 Woollahra Small Sculpture Prize

린다가 어린 시절 집에서 가지고 놀았던 작은 플라스틱 토끼를 '뮤즈'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가정에서 어머니의 안락함,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순수함, 과거 가족들의 생활과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이 작품에서 불러일으켰다. 또한, 어른이 되며 사라져 가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에도 우울함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관계는 죽음에 대한 생각에 대한 상상의 방어적 메커니즘을 제공했다. 현재의 불안감, 소외감, 시간의 흐름, 기괴하게 느껴지는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시간이 흐르고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죽는 동안 이렇게 작품으로 남겨놓으면 적어도 작품 속에서는 죽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Installaion Galerie Lefebvre
예술을 창조하는 것은 이러한 세계 사이의 틈을 메우고 환상을 통해 현실을 지배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작품을 만들 때, 마음을 따르고 본능을 믿고 무한한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보라고 한다. 실수와 실망으로부터 배워야 하며, 사람들의 반응과 성공적인 작품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서로 작품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으며, 항상 관대한 태도를 가지라고 말한다. 항상 계속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즐기라고 말한다. 만약 작가가 작품에 좌절감을 느끼는 것을 놓아준다면 린다는 그 순간에 나타나는 결과들이 놀라울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만약 린다가 필자에게 친절한 행동과 마음들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필자는 현재까지도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필자는 모지리들이 하는 말들을 듣고, 모지리처럼 포기를 했겠지. 린다는 학생들이 개별적인 예술적 목소리를 찾도록 도와주고,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도움으로써 그들이 예술가로서 나아갈 수 있게 지원해주고 있다. 


오늘 린다에 대해 글을 쓰면서 울컥했다. 조만간 필자가 용기가 다시 생긴다면..

어떻게 왜 호주에서 미술을 공부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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