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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Feb 01. 2021

의학을 돕는 예술, 조지 쿠트 박사의 프로젝트들

사람의 마음과 심리를 예술로 돕다.

필자는 대학에 다니면서 특정 연결 과목에서 몇몇 교수님들에게 이쁨을 받으며 오로지 HD라는 높은 점수만을 2년여 동안 받아왔었다. 필자의 한 스승이 학교를 떠나기 전에 필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해준 적이 있는데.. 그게 이런 불길한 의미일 줄이야. "앞으로 뭐가 오든 잘 해내기를 바란다."

아마 그는 이미 이런 상황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https://youtu.be/qFyKqLVOhqE


닥터 조지 쿠트(Dr.George Khut)는 필자가 미술 대학 생활에서 제일 싫어했고 엄청 싸우던 교수였다. 

그의 수업은 당시 필자에게 정말 최악이었다. 필자는 조지의 클래스에서 처음으로 패스(Pass)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HD는 호주에서 하잇 디스팅션이라는 높은 점수인데, 패스라는 점수는 낙제(Fail) 점수 바로 위에 있는 점수이다. HD와 패스의 차이는 필자가 느끼기에 너무 심했다. 필자는 패스라는 점수를 받은 후, 크나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바로 수업에서 뛰쳐나갔었다. 뭐랄까, 그 점수는 필자에게 너무나도 수치스러웠고, 모욕적이었다. 


이 문제는 필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학생들 여섯 명이 낙제를 했고, 전체 반 평균이 필자가 받은 패스 점수(65점 이하 기준)의 66점(크레디트)이었다. 그날 학생들 전체는 충격에 휩싸였고,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을 그냥 떠나버렸다. 그날 수업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나중에 학교 측에 항의해서 점수는 조정이 되었지만 왠지 그 점수는 필자에게 좀 상처였다. 


조지의 프로젝트에 대한 의도는 조지 자신은 이해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매우 어렵게 느껴졌었다. 


어쨌든.. 필자는 조지의 지휘 아래 전시회까지 했었고.. 필자는 그 전시회에서 대박을 쳤다. 

필자는 조지가 생각한 방법과는 다를지라도 필자 나름대로의 방식들로 프로젝트를 진행을 했고, 막판에 이메일로 조지에게 허락 같은 형식적인 조언을 구했었다. 왜냐면 나중에 조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복잡해지고 싶지 않았다. 


필자는 그 전시회 이후.. 조지로부터 필자는 최고 점수인 HD를 다시 받았으며, 조지는 필자의 방식을 존중해줬다. 그리고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의 마음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 이후로 필자와 조지는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만 하고 짧은 안부만 묻고 서로를 지나치며 지낸다. 

필자가 지금 생각해보면 조지도 필자도 그저 서로 서툴렀던 것이다. 조지는 학생들에게 너무 큰 기대치를 가지고 많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한꺼번에 단기간에 가르치고 싶어 했고(다른 말로는 너무 많이 요구했고..!), 학생들은 너무 그게 무거웠던 거다. 뭐, 잘하는 학생들도 가끔 있었겠지만.. 필자는 아니었다. 필자는 뭐든지 단기간에는 절대 못한다. 그래서 필자는 조지의 기대치에 단기간에 절대 충족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지는 필자와 같은 학생들을 엄청 몰아붙여서 최상의 결과를 얻고자 하였던 거다. 애석하게도 필자에게는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필자는 청개구리형 인간이다..)


어떤 후배가 나한테 그러더라..

만약 우리가 몇 년 전에 그렇게 이메일을 쓰고 조지와 싸우지 않았다면 조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며 고맙다고 말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학생들을 덜 힘들게 하는 듯. 



Alpha Lab, 2013

문득, 필자는 그때 감정에 가려져서 필자가 보지 못했던 조지의 작품과 세계관에 대해 궁금해졌다. 왜냐면 필자는 미술 심리 치료(Art Teraphy)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는데, 조지의 프로젝트들이 그 분야에 연관이 되어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까지 대학에서 또 다른 학위를 진행하기 위해서 두 명의 슈퍼바이저(감독관)를 찾았어야 했는데, 어떤 분이 조지를 추천해줬었다. 필자는 절대 또 부딪치고 싸우고 싶지 않다. 그리고 조지는 본인의 개인적 이유로 작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필자의 대학에 남아있지 않다.



The Mobile Mood Lab, 2017

조지 쿠트는 전자 예술(당시 이거 배우고 하느라고 필자 미치는 줄 알았었음..), 디자인 및 건강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이다. 예술을 구현된 경험으로 만들고, 디지털 시스템 연구를 통해 그 과정을 연구하는 예술가이다. 조지에게 디지털 기술은 필수적이며, 다양한 세서 기반 상호 작용 및 경험들은 그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과 개념, 제작 및 평가를 뒷받침한다. 즉, 조지는 생각과 느낌 및 존재 사이의 연구를 탐구하며, 깊이가 있는 명상적인 전자 예술 작품을 결합한다. 


참가자와 관찰자들은 모두 조지의 작품을 통해 몸과 마음의 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Cardiomorphologies, George Khut with Greg Turner and Lizzie Muller, Beta_space Gallery

이 작품 시리즈는 실시간으로 심장 및 호흡의 속도 데이터에 의한 기하학적인 시각화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된 주관적인 공간을 탐색하는 것이다. 아,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즉, 관객의 심장 박동이나 호흡의 속도와 정보를 이렇게 예술적으로 번역했다는 것이다. 참가자의 가슴에 착용한 센서를 사용해서 호흡을 측정하고, 무선 센서를 통해 심박수 데이터를 얻었다고 한다. 모든 데이터가 분석되고, 어떠한 복잡한 이름의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소리와 시각(사진에 보이는 원 모양의 빛, 색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Installation view of 'Pillowsongs' installation at 24HR ART, Darwin, Australia, 1999

조지의 초기 작품인 베개의 노래(Phillowsongs)는 수면과 휴식을 탐구하는 소리가 있는 예술 설치물이다. 어두운 전시 공간 안에는 파란색 전구가 켜져 있고, 설치된 침대의 배가 내부에 내장되어있는 스피커가 있다. 이상하게 외부세계와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왠지 정신병원 같기도 하고, 수녀원이나 감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관객은 베개를 베고 누워서 베개 안의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되며 '머릿속 청취 경험'을 하게 된다. 플레이 리스트는 날마다 바뀌었다고 한다. 마치 관객들은 친밀하게 최면에 걸린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베개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의 뭉툭한 진동의 물리적 특성은 이전에 누웠던 다른 사람의 흔적에 대한 인식에 의해 느낌이 더욱 강화된다고 한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서는 이젠 불가능한 작품이지만.


필자가 받아들이기에 이 작품은 결코 편안한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덧없는 감각, 생각, 여운, 기억 등등을 연상시키며 삶의 시간성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Behind Your Eyes… Liveworks, 2015

최근 작품들에서 인간 중심의 디자인과 전자 예술 분야를 바탕으로 조지는 데이터를 매력적인 소리와 빛의 경험으로 변환하는 대화 형식 구성을 만들어 사람들이 마음과 몸 사이의 연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신체와 마음의 상호 작용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친밀한 신체 중심의 예술 작품을 제작해왔는데, 그의 프로젝트와 디자인들은 예술로 인해 사람들이 가진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의 예술작품들은 바이오 피드백 상호 작용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바이오 피드백은 심박수, 뇌파와 혈압과 같은 신체의 미묘한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나타내는 방법으로 관객이 감지를 시작한 다음 모니터링되는 기능에 관객의 심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모든 게 속도가 빨라진 세계에서 조지는 사람들이 속도를 늦추고 내면에 집중하도록 예술을 통해서 돕는다. 그는 주로 작품에 참여하는 관객의 신경계의 순간적인 변화에 반응하는 몰입형 전자 사운드와 비주얼을 사용하는는데, 마음과 몸에 초점을 맞춘 그의 예술은 호흡 및 정서적 지향과 질을 추구하는 예술 작품의 창의적이고 변형적인 잠재력에 대해 성찰하도록 한다. 



BrightHearts Research, 2011 - Current, Heart rate controlled relaxation training app for iOS devices

조지는 시드니의 센 빈센트 공립 병원(St. Vincent 's Public Hospital)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을 앱을 통해 개발해왔다. 특히 밝은 마음(BrightHearts) 프로젝트는 환자들의 고통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돕는 도구로 예술을 사용하며, 시드니의 웨스트미드 아동 병원(Westemead Children Hospital)에서 소아과 의사인 앤지 머로우(Angie Morrow) 박사와 협력해서 어린 환자들이 고통스럽고 불안을 유발하는 것을 막고 그들의 심리를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어린 환자들이 주사와 혈액 검사 등의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종종 의도치 않게 그 치료 과정은 아이의 불안을 초래하며, 치료 중에 받는 고통스러운 자극들은 환자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고는 한다. 만약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그 어린 환자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특정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며, 회피하는 행동을 보일 것이다. 불안을 유발하는 절차 전 혹은 도중에 조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기간에 걸친 심박수 감소와 호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와 장기적인 변화에 반응하는 소리와 시각 효과를 앱으로 개발하게 된다. 조지의 앱은 환자의 맥박수에 따라 패턴이 바뀌며, 아이들은 긴장을 풀고 심박수를 늦추는 법을 배운다. 즉, 이 프로젝트는 예술을 통해 심박수를 제어하며, 어린 환자들의 불안과 공포의 대상과 고통스러운 시술 중의 반응을 관찰하고 그것을 조절하는 기술을 조지의 예술적 스킬을 통해 개발하도록 이완 훈련을 돕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조지의 밝은 마음 프로젝트는 대부분의 어린 환자가 시술의 고통과 불안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83%의 긍정적 효과로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의료진들의 64%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좀 더 쉽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방식은 어린 환자들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약물이 없이도 고통과 불안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식었고, 현재까지도 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이패드와 특별히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부착된 센서로 구성된 이 앱은 환자의 심장 박동을 색상과 빛의 패턴으로 해석한다. 환자가 긴장을 풀고 천천히 숨을 내쉬면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앱이 아이패드에서 더 차분한 색상과 소리로 나타낸다. 이 앱은 환자가 심박수를 늦추는 데 성공했는지와 언제 성공했는지 알 수 있는 생체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환자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애니메이션 하는 데 필요한 이완된 상태를 생성하는 방법에 익숙해지는데, 조지의 '작업의 힘'이 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통제력이 거의 없는 어린이 환자에게 통제와 평온의 경험을 그의 예술과 기술을 통해 제공한다. 




예술이 의학을 돕는다, 조지 쿠트 박사의 프로젝트와 의도가 너무 멋지지 않은가?

그의 아이디어들과 기술들은 사람이 사람의 신체와 심리 상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필자가 학생일 때는 정말 너무 싫었던 조지지만.. 몇 년이 지나서 필자가 더 배우고, 생각이 트이니.. 

그가 왜 그랬는지 그의 의도들이 이해가 가더라. 그땐 몰랐지만 그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필자는 시간을 되돌려도 절대 조지의 프로젝트와 클래스는 참여하지 않으리라. 우린 분명 맞지 않는다. 


대신, 필자는 조지의 프로젝트들과 멋진 의도들을 항상 응원한다. 이젠 좀 대놓고 응원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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