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스럽지만 좋아할 수밖에 없는 나의 스승님
데이비드 이스트우드(Dr.David Eastwood) 박사는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예술가이자 학자이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페인팅 과목들의 담당 교수님이시기도 하셨다. 데이비드의 첫인상은 엄청 논리적이며 똑똑한 사람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몹시 그러하다. 데이비드는 그의 작품에서 현대적인 미학으로 만들어진 물건, 인테리어 및 안티크 한 모든 것들을 본인의 성격에 딱 맞게 아주 섬세하게 조명한다.
데이비드는 정확한 사람이지만 차갑다. 딱 각진 네모난 사람이랄까.. 한번 아닌 건 끝까지 아닌 사람.
근데, 알고 보면 또 그렇게 차가운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데이비드를 좋아한다. 다른 교수님들 작품들도 참 좋지만 필자는 데이비드가 개인 전시회를 할 때에 꼭 혼자 몰래 여유로운 시간에 찾아가서 전시회장을 돌아보고는 했다.
그림에서 느껴지시는가? 그가 얼마나 정확하게 네모난 사람인지.
필자는 이 그림을 보고 "와, 어쩜 자기 자신이랑 저렇게 똑같이 그림을 그렸을까. 정말 정확하게 각졌어!!"라고 생각했다. 이 그림에서 데이비드는 그의 스튜디오를 아무런 목적이 없는 빈 공간으로 묘사하고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익숙한 환경을 마치 전혀 다른 공간으로 만들었다.
데이비드의 작품들 중에서는 '방'과 '인테리어', '예술가의 아트 스튜디오'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는 시공간을 재구성하는 합성 이미지를 구성하고 역사적 기간과 장소에 걸친 관계를 재평가하는 작품을 하고 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으로 박물관 유물로 재구성된 사후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를 '현재'의 시점에서 조사해서 모더니스트 스튜디오에 대한 이해와 현대 미술 관행과의 관계를 조사하였는데,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미묘하게 재해석했다. 그는 그림을 보는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강박적인 특성과 작업을 할 때의 침묵을 그림에 나타냈으며,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조사하며 표현했다.
데이비드가 생각하는 아트 스튜디오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수동적인 배경이 아니라 그림에서 도구 역할을 하는 자율적인 모델로서 그림에 나타내고 싶었다고 한다.
데이비드는 존경받는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침실 겸 아티 스튜디오를 그림에서 다룬 적이 있다. 데이비드 개인으로서는 의미 있는 예술 창작과 관련된 아티스트의 심리적 공간을 탐구한다고 한다. 그는 창의적인 과정을 지원하는 다양한 지점을 통해 '신성한' 스튜디오 공간을 분석했다. 그림 속의 이 공간은 정막이 흐르며,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해 보인다.
조르지오 모란디는 정물을 전문으로 하는 이탈리아 화가이자 판화가였다. 그의 그림은 주로 도자기로 만든 화병, 그릇, 꽃과 풍경 등의 제한된 단순한 주제를 묘사하는 색조의 미묘함으로 유명하다.
필자는 몇 년 전에 데이비드의 수업 중에서 '디오라마'(풍경이나 그림을 배경으로 두고 축소 모형을 설치해 역사적 사건이나 자연 풍경, 도시 경관 등 특정한 장면을 만들거나 배치하는 것.)를 만든 적이 있다. 데이비드는 이미지 관행을 알리는 도구로서 이러한 디오라마 제작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가 만든 그림과는 또 다른 이 디오라마에서 모란디의 스튜디오에서 쓰인 가구들의 미니어처 복제품, 개인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오라마는 천장과 벽을 제거 가능해서 20세기 이탈리아 예술가의 정물화의 주변 공간과 주변 공간을 관객이 쉽게 탐색할 수 있다. 데이비드는 예술가의 주변 공간을 자신의 권리 내에서 탐색을 했다. 디오라마를 통해 데이비드는 공간을 끝없이 조작할 수 있으며, 스튜디오 자체에서 불가능한 시각적 관점을 디오라마를 통해 찾을 수가 있었다. 참고로 이 디오라마를 만드는 데는 대략 1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조르디의 그림들 속에서 본 화병들이 디오라마 속에서 보이는데, 정물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물건들은 마치 서로에게 위안을 찾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데이비드를 통해서 모란디의 삶은 작품 속의 정물이 된다. 사물과 이미지와 진정성과 인공물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소품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jkCdwmhr98
데이비드의 그림은 복잡한 전체를 형성하는 여러 조각으로 구성된 초현실적인 그림이며, 마치 콜라주와 같은 미학이 특징이다. 위의 이 그림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스튜디오를 참조한 것이다. 그림을 보면 데이비드는 다양한 시각적 관점에서 원형 거울에 초점을 맞춘 것을 볼 수 있다.
데이비드의 그림은 시간과 장소는 그림 속에서 그저 조용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인테리어, 풍성한 시각적 볼거리, 문화, 예술가의 스튜디오의 소품들 등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시간과 장소 외에 관객들은 데이비드의 그림에서 무엇을 느끼시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데이비드의 수업에서 보통의 점수만을 받았을 뿐, 단 한 번도 필자가 만족하는 높은 점수를 받은 적이 없다. 모두가 필자를 칭찬해주었지만 데이비드가 보았을 때에 필자는 좀 모자란 제자였나 보다. 어느 날, 필자는 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예상보다 낮은 점수에 깊은 앙심을 품고 데이비드에게 따지는 장문의 이메일을 따다다 다닥 보냈는데, 필자가 뭐가 부족하고 뭐를 캐치하지 못했었는지에 대해 데이비드가 대략 몇십여 가지 정도의 이유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필자의 이메일보다 더 긴 장문으로 조목조목 설명해주어서 필자가 깨갱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데이비드를 멀리서나마 여전히 따르고 인정받고 싶은 최애 교수로 남기고 있는 것은 데이비드가 필자에게 조언해주면서 그러더라, 나는 너의 큰 가능성을 보았고 그걸 믿는다고.
그 말이 필자에게는 그 어떤 높은 점수보다 더 큰 응원이고 큰 힘이 되었었다.
필자의 해석으로는 만약 필자의 작품과 재능들이 쓰레기 같았다면 그렇게 답변도 안 해줬을 것이라고 위안 삼았다.
그래서 필자는 언젠가라도 데이비드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오늘날도 열심히 노력한다.
필자의 대학에서 마지막 학기 때, 데이비드가 필자의 학교 안 개인 스튜디오를 아주 잠시 구경하러 방문한 적이 있다. 굳이 시간을 내줘서 봐줬다는 사실이 필자는 너무나도 감사했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있다면.. 낮은 점수를 또다시 한번 받을지언정,
꼭 다시 한번 데이비드 밑에서 배워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