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원 대구 매천고등학교 siwon_dhm@naver.com
- 이비에스 교재 문제 풀이 수업, 덜 하면 안 될까요? -
이비에스 교재 문제 풀이 수업을 그만하고 싶습니다. ‘고3이라서, 고3이니까, 고3이잖아’ 하는 관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비에스 교재를 버릴 수 없다면 덜 할 수는 있습니다. 국어과 교육과정을 살펴 수업을 만듭니다. 고3 학생들도 국어 시간에 듣고, 말하고, 읽고, 씁니다. 이 글은 대한민국 일반계 고등학교의 고3 수업을 다시, 새롭게 생각하려 애쓴 송준은, 최시원, 최자영, 국어 교사 3인의 2019년 1학기 기록입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이야기
2019년 2월 11일 오후 2시, 전 교직원 워크숍(72명)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첫 전 교직원 워크숍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낯선 공간, 긴장된 분위기, 처음 만난 동료들의 표정만으로도 쉽게 잊을 수 없는 하루였어요. 그러나 그 하루가 유난히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까닭은 전입교사 환영 인사를 겸한 박홍진 교장 선생님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고3 선생님들, 이비에스 문제 풀이 수업에서 벗어나 주십시오. 우리 학교는 수시 전형으로 대학을 가는 학생들이 70%가 넘습니다. 너무 많은 학생이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습니다. 학생들이 귀한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70%의 학생들을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지금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을까요? 귀를 의심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문제 풀이 수업에서 제발 벗어나지 말아 주세요”를 잘못 말하신 줄 알았습니다. 저는 지난주까지 바로 옆 고등학교에서 예비 고3을 대상으로 한 겨울방학 방과후 수업을 했습니다. 40시간 동안 문제 풀이로 말이지요. 지난 4년간 “어떻게든지 수능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하면 많은 작품을 다루어 달라”는 특별한 지시를 수시로 받았습니다. 하루 차이로 서로 다른 관리자한테서 받는 정반대의 권유 앞에서 당혹스러웠습니다.
당혹감은 짙은 의구심이 되어, 저는 좀 삐딱해졌습니다. 고3에서 이비에스 교재 문제 풀이 수업을 안 하면 뭘 하나요? 수능에서 국어 등급이 입시에 중요한 변수가 될 나머지 30% 학생들은요? 그럼 이번엔 그 아이들을 버리나요? 교장 선생님은 제가 하는 의심 어린 질문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말을 이었습니다.
“수능 대비가 필요한 학생들은 보충 및 심화 학습을 제공하는 특별반이나 방과후 수업 등을 통해 보완하면 됩니다. 심화 강의를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넉넉히 확보해 두었습니다. 정규 수업에서는 교육과정과 수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대다수의 학생과는 관련성이 적은 이비에스 문제 풀이 수업의 적절성을 재고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에서 고3이란,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입니다. 배움의 공동체, 협력 학습,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들로 이름을 날리는 학교에서도 고3이 대상인 적은 보지 못했습니다. 고3 교실이란 체육대회나 축제, 하물며 화재나 지진 대피 훈련도 비껴가는 견고한 요새 같은 곳이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저 단단한 경계를 넘어가 봅시다. 아이들의 지친 얼굴들을 보세요.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 봅시다.” 하고 권하는 관리자라니요. 교장 선생님께서 그 뒤로 어떤 말을 더 하셨는지는 생각이 안 납니다. 가슴 저릿한 자극에 일시 정지 상태로 한동안 멍했으니까요.
1시간 후, 국어과 협의회(9명)
학년별 담임교사를 제외한 비담임 교사 세 명이 몇 학년을 담당할지부터 정해야 했습니다. 비담임 교사 세 명 중 두 명이 고3 수업을 전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정말 고3 수업을 하기 싫었습니다. 이비에스 교재 문제 풀이도 싫고 말도 안 되게 어려운 비문학 지문도 싫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비어 가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학생들을 마주하는 것이 슬프고 괴로웠습니다.
모두들 저와 비슷한 생각인가 봅니다. 고3 수업 전담을 희망하는 교사가 없습니다. 2학년 전담 한 자리를 놓고 두 교사가 서로 적임자라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때, 지금까지 말없이 듣고만 있던 최자영 선생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저도 고3을 맡기 싫습니다. 지난 2년처럼 이비에스 문제 풀이 수업만 해야 한다면요. 저는 이 학교에 와서 고3만 2년 지도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수업했어요. 그런데, 정시까지 입시가 다 마무리된 지금 ‘정말 내 수업이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었나?’ 하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답하기 힘듭니다. 교장 선생님 말씀에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왜 고3은 꼭 이비에스 문제 풀이 수업을 해야 하나요?”
차분히 말하는 그녀의 낮은 목소리에서 복잡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 안에 고3 학생들을 향한 애정, 수업과 평가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문제 제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저 역시 같은 이유로 고3 수업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를 벗어날 방법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혼자서는 용기도 없구요. 이비에스 문제 풀이가 아닌 다른 수업을 고민하고 할 수 있다면 저는 고3도 괜찮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다른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느껴졌습니다. 고3만은 피하고 말리라 다짐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조금 전의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이러한 시작이라면 고3 수업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할게요. 제가 고3으로 갈게요.”
2시간 후, 국어과 3학년 1차 협의회(3명)
담당 학년이 결정되자 바로 이어 동학년 모임을 갖습니다. 2019학년 우리 학교 고3 국어과 지도 교사는 셋입니다.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 했는데 테이블 위에는 시수 배정표가 놓여 있습니다. 한 시간 안에 끝내 달라는 요청을 받은 1차 협의회입니다.
고3의 주당 국어 수업 시수는 5시간, 1학기 과목은 《화법과 작문》입니다. 5시간 중 2시간은 말하고 글 쓰는 《화법과 작문》 수업을 하고, 3시간은 수능 특강을 풀기로 했습니다. 두 갈래로 방향을 달리하는 수업 구조에서 누가 무엇을 담당할지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말하고 글쓰기를 담당하는 교사가 수행평가를 전담하고 이비에스 수능 특강은 지필고사로 평가하자는 제안이 나옵니다. 특히, 말하기와 글쓰기 수업은 뚝 떼어서 한 사람이 전담하고, 대신 그 사람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그를 지필고사에서 제외시켜 주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교직 생활 11년 동안 자주 골랐던 선택지입니다. 과목이나 단원을 홀로 맡으면 수업 준비가 자유롭고 편합니다. 교사가 달라지면서 제기되는 평가의 공정성 논란도 피해갈 수 있구요. 반대로 동료 교사와 과목이나 단원을 함께 가르치면 불편하기도 합니다. 협업이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교사에게도 서로 힘을 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업 친구가 필요합니다. 매일 얼굴을 보고, 학교의 분위기나 수업 상황을 수시로 공유할 수 있는 학교 안에서 더 절실했지요. 처음 만난 또래에게 “우리 같이 놀래?” 하고 말을 거는 아이처럼 저는 제안했습니다.
“말하기와 글쓰기 수업을 한 명이 전담하지 않고 우리 셋이 같이 하면 어때요? 우리는 세 명이고 학급은 아홉 개니까 세 반씩 담당을 정하는 거죠. 1, 2, 3반 / 4, 5, 6반 / 7, 8, 9반 이런 식으로요. 학습지는 공동 개발해서 함께 사용하고, 평가도 같이 해요.”
이 제안을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학생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업의 피드백이 생생하려면 수업의 간격이 짧을수록 좋았습니다. 학생들의 개별 학습 상태나 저마다가 품고 있는 속 깊은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제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 번은 만나야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고3이라고 다를 이유는 없었습니다.
“반떼기라니고등학교에 와서는 해 본 적이 없는데, 송준은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아, 조금 당황스러운데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강의식 수업이 익숙하고 편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학교를 옮겨야 하는데 중학교로 갈 수도 있고 또, 고3이 아닌 다른 학년을 만나면 강의식 수업 말고 다른 수업을 해야 할 텐데 사실 걱정이 되기도 했거든요. 선생님들과 같이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제 머릿속에 진로 독서와 친구 인터뷰하기, 책 대화 보고서 쓰기, 인생 수업과 구술 평가 같은 작년에 해 보았던 수업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학생들과 교사 모두 만족도가 높았던 수업입니다. 자료나 활동지가 다 있어 보완만 하면 된다며 수업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좋아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좋지만,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중심에 두고 더 고민해 보고 싶어요.”
오늘, 몇 번을 놀라고 몇 번을 새로이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동료의 말이 맞습니다. 교육과정을 살피는 게 먼저여야 했습니다. 쉽게 가려던 얄팍한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수업 내용은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훑어본 후에 다시 만나서 정하기로 하고 급하게 시수 배정표를 제출했습니다.
다음 협의회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1주일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틈만 나면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펼쳤습니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습니다. 교과 협의회의 출발이 좋아 앞으로의 한 해가 기대되면서도 아이들의 반발, 학부모의 불신, 다른 교과 교사나 고3 담임교사들의 눈총을 떠올리면 아찔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이 중요했습니다. 배움의 필요성에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수업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담긴 의미는 좋지만 그 효과가 복합적이거나 뒤늦게 나타나는 수업은 아이들을 설득하는 데 처음부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게다가 교사 세 명 중 두 명은 고3들과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업을 디자인할 때 아래 두 가지 기준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1. 배움이 실제 쓰임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수업
2. 삶의 주인인, 나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할 기회를 갖는 수업
그때 제 눈에 번쩍하고 들어온 것이 ‘면접’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 면접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 면접 결과가 자신의 인생에 꽤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래서 잘 해내고 싶어 하고, 배움의 욕구도 높습니다. 면접의 핵심은 ‘자신을 잘 알고, 이를 잘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이는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입니다. 정작 우리는 스스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할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습니다.
목표가 생기자 가슴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면접 관련한 각종 수업 자료를 찾고, 차시별 수업 계획을 세워 보았습니다. 여러 선택지 앞에서 고민한 부분을 표시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안건을 정리했습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업 계획이지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가려던 길보다 더 좋고 튼튼한 새 길도, 시원한 샘물이 있는 지름길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길이 끊어져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임시 다리를 만들 힘도 생길 테니까요.
일주일 후, 3학년 국어과 2차 협의회(3명)
일주일 후 다시 만났습니다. 두 선생님은 봄방학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학생들을 만난 이야기를 듣습니다. 각자 찾아온 자료와 사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보탭니다. 제가 준비해 온 수업 계획에 두 선생님이 귀를 기울여 주셨습니다. 저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면접 상황을 설정할 때 면접관이 학생 한 명에게 질문하기, 한 번에 여러 명에게 질문하기, 학생들끼리 서로 묻고 답하기 중 어느 것이 더 나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발언을 마쳤습니다.
두 선생님은 《화법과 작문》 중 ‘화법’에서 면접을 다루는 것에 긍정적이셨습니다. 첫 시간 활동으로 생각해 온 ‘나-콜라주’와 ‘60초 자기소개’ 에도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아이들의 입시 일정을 고려하여 평가 일정을 짜고, 고민이었던 면접 상황 관련 논의를 이어 갔습니다. 혼자였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돌발 상황과 주의점도 알게 됩니다. 저의 빈약한 수업안이 두 선생님을 만나 살이 오르고 튼튼해졌습니다.
“선생님들 감사해요. 어지러웠던 부분이 많이 정리되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한 논의를 토대로 첫 시간 활동지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꼭지로 정해진 ‘면접’은 제가 이끌어 볼게요. 우리는 셋이니까 세 꼭지 정도를 생각해 보면 어때요? 해당 꼭지를 이끄는 교사가 전체 기획과 활동지 개발권을 갖도록 해요. 물론 중간에 얼마든지 도움과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요. 특히 활동지는 수업과 그대로 이어지니까 1차로 만든 걸 일주일 전에 파일로 보내면 두 명의 교사가 보충, 보완하면 더 좋겠어요.”
노련한 선배 선생님들과 수업 짝꿍을 할 때, 그들의 자료를 그대로 받아서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수업 활동지들을 서슴없이 나눠 주시니 무척 고마운 일이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멋지고 대단한 자료들 앞에서 주눅 든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나도 뭔가 하고 싶은 수업이 생겼을 때, ‘이런 건 별로라고 퇴짜를 맞으면 어쩌지?’ 하고 말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수업을 함께하는 교사들의 비중과 기여도가 고루 균형 있어야 한다. 리더 혼자 공동체를 끌고 나머지는 들러리가 되는 방식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주로 들러리를 더 많이 섰던 11년간의 교직 생활에서 얻은 나름의 원칙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 모두에게 고루 기회가 있어야 했습니다. 수업에서 자기 몫의 정해진 분량 즉, 독립된 기획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선생님이 준비해 온 수업안을 듣습니다. 두 선생님이 관심을 가지는 영역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최자영 선생님은 ‘설명하는 글쓰기’, 송준은 선생님은 ‘토론’입니다. 세 꼭지를 한 학기 안에 모두 소화하기에는 시수가 부족합니다. 일단, 면접 꼭지를 먼저 진행하는 동안 다음 수업 내용을 구성하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식은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이런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우리, 시간표를 맞춰 보고 공통의 한 시간을 비우면 좋겠어요. 이런 식이라면 거의 매주 모여야 해요. 4교시나 5교시를 비우면 점심 식사를 겸할 수도 있겠어요. 이미 시간표가 나온 상황이니 제가 확인해 보고 한번 바꿔 볼게요.”
“그럼 저는 ‘나-콜라주’ 활동에 사용할 잡지 과월호를 사서 선생님께 여쭤볼게요. 《씨네21》이나 《독서평설》 같은 잡지들을 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마트 전단이나 영화 포스터도 능력이 되는 만큼 모아 보겠습니다.”
그 뒤로 저희의 1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이 되실까요?
화법 수업 15차시: 실전 면접
대입 혹은 취업 상황을 가정하여 면접을 치러 봅니다. 자기소개부터 시작합니다. 면접 예상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고민합니다. 면접관이 되어 질문을 던지고 면접 대상자가 되어 대답을 합니다.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지, 내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막연하게만 상상하던 나의 꿈에 성큼 다가가고, 내가 모르던 진짜 나의 모습을 알게 되는 수업입니다.
교육과정 성취기준
310329-1.면접 답변 전략을 설명할 수 있다.
310329-2. 면접 질문을 듣고 의도를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
310331-3. 창의적이고 품격 있는 자기소개의 표현을 할 수 있다.
310331-4.맥락을 고려하여 자기소개 내용을 마련할 수 있다.
1차시: 나-콜라주 만들기
잡지, 신문, 영화 포스터, 마트 전단지 등에서 ‘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골라서 오립니다. 교사가 나눠 준 색지에 콜라주 형식으로 자유롭게 붙입니다. 이미지와 관련된 문구나 글을 곁들입니다. 예쁘게 꾸며도 좋고 그냥 두어도 좋습니다. 이미지를 통해 나를 표현해 보는 시간입니다. 데면데면한 학기 초지만 모둠별로 앉아 이미지를 고르다 보면 어느새 학생들은 서로의 19년 인생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교사는 모둠 사이를 걸으며 학생들이 선택한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거나 이유를 물어봅니다.
2차시: 60초 자기소개 쓰기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553회 방영한 <면접의 신>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수업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촬영에 응한 세 회사에서 면접자들에게 던진 질문은 저마다 다양했지만 딱 하나 공통적인 게 있었는데요. 바로 ‘자기소개’였습니다. 특히, 배달 관련 기업에서는 “자신을 배달 음식에 비유하고 그 이유를 60초 동안 설명하세요”로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출연자들의 재치나 창의성은 물론, 그들의 인생관이나 자신만이 중요하게 추구하는 삶의 가치들이 짧지만 강렬하게 전해졌습니다. 학생들 앞에는 지난 시간 완성한 ‘나-콜라주’ 작품이 있습니다. 콜라주 속 이미지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을 비유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활동을 주었습니다. “고3에게 왜 이런 걸 시키는 거야. 뭐야 이거 유치해.”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웬걸요. 학생들이 정말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별다른 동기 유발 없이도, 슥삭슥삭 연필과 지우개 소리만 들리는 한 시간이었습니다.
3차시: 60초 자기소개 발표하기
원래는 모둠 안에서 개인 발표를 하고, 모둠 내 투표로 1-2명을 선발한 뒤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아쉬워했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다 들어 보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활동지를 걷어 아이들의 글을 살피면서 저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모두 발표하기로 진행을 바꾸었습니다. 60초 분량의 말하기 원고이므로 학생 모두가 참여해도 1차시 안에 다 끝내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경청하고 마음을 담아 박수 쳤습니다. 친구와 오래 사귀었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학생의 수업 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4차시: 교과서 개념 익히기
교과서에 면접의 기능과 단계, 질문의 종류, 면접 시 유의사항을 안내한 5쪽 분량의 바탕글이 있습니다. 학생들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화법과 작문》 교과서를 펼쳐 봅니다. 교과서 바탕글을 각자 읽고 활동지에 정리하게 한 뒤, 모둠별 발표로 학습 내용을 확인하였습니다.
5차시: ‘무한도전: 면접의 신’ 시청 (1)
면접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시청했습니다. 면접의 중요 전략들과 준비 방법을 제3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면접의 기능과 목적, 질문에 따라 다른 면접관의 질문 의도, 면접자들의 면접 준비 방법, 면접관들이 면접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들이 영상 속 가상 면접 상황에 적절히 녹아 있습니다. 시청하면서 개념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활동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출연자들의 면접 준비 과정이 어떠한지? 제시된 영상 속 면접관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면접관들이 면접자들을 어떻게 평가하였을지? 면접관들의 질문에 나라면 어떤 대답을 하겠는지?’ 하는 물음에 자기 생각을 씁니다.
6차시: ‘무한도전: 면접의 신’ 시청 (2) + 이비에스 수능 특강으로 연계하기
영상 시청 시간이 애매하게 끝나 만든 차시입니다. 30분 정도가 남아서 이비에스 수능 특강 《화법과 작문》 교재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말하기 수업에 열심히 임하면 이비에스 문제도 잘 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믿게 하고 싶습니다. 면접이나 자기소개, 자기표현과 관련한 지문을 스스로 읽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7차시: 면접 질문 만들기
취업 혹은 대입, 두 가지 면접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하고, 면접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구체적 진로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공통’ 질문과 자신의 진로 상황에만 적합한 ‘개별’ 질문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각자 5개의 공통 질문과 5개의 개별 질문을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각자 만든 질문들을 살펴 모둠에서 세 가지 선정하게 했습니다. 모둠에서 나온 질문을 모아서 열 개의 학급별 공통 질문을 확정하였습니다. 질문을 고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공통 질문은 학급별로 다릅니다. 스스로 만든 개별 질문은 자신의 진로 상황에만 적합합니다.
하나, 실전 면접을위한‘공통’ 질문 만들기
1. 대부분의 면접 상황에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질문을 다섯 가지 만들어봅시다.
- 여러분이 만든 질문의 유형이무엇인지 적고, 질문의 의도를 추론해봅시다.
2. 면접의 목적은 선발을 위한 ( ) 혹은 면접대상자에 대한 ( ) 수집이라는 점을 꼭 기억합시다.
3. 좋은질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 함께 봤던 ‘무한도전’에서 나왔던 질문들을 떠올려 보세요.
- 단순한 사실을 묻는 질문보다 면접대상자의 내면을 깊고 넓게 알 수 있는 고농도의 질문을 해요.
- 면접대상자의 지식, 기능, 성품,장재력,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질문을 생각해 보아요.
둘, 실전 면접을위한‘개별’ 질문 만들기
대입 면접 □
취업 면접 □
선택한 이유:
전공(학과):
분야:
1. 내가 연습하고 싶은 구체적인 면접 상황을 정해 봅시다.
2. 위와 같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예상 질문 5가지를 작성해 봅시다.
3. ★조건★ 지원자의 전문 지식이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1가지 이상의 ‘폐쇄형 질문’을포함해 주세요.
셋, ‘실전 면접’을위한우리 반 공통 질문정하기
각자 만든 공통 질문들을 모둠 안에서 공유해 봅시다.
우리 모둠을 대표할 만한 좋은 질문 세 가지를 선정해 주세요.
각 팀의 대표 질문들을 모아 살펴본 후, 투표를 통해 우리 반 공통 질문 열 가지를 결정해 봅시다.
공통 질문
개별 질문
① 자신의 가장 큰 도전 경험은 무엇인가요?
②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③ 자신을 색상에 비유하고 그 이유를 말해 주세요.
④ 혼자 있는 시간을 값지게 보내는 자신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⑤ 본인의 어떤 면이 우리 학과(우리 회사)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⑥ 진로 희망과 관련하여 롤모델로 삼는 인물이 있나요?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⑦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말해 주세요.
⑧ 자신이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는 일은?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⑨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⑩ 리더십을 발휘했던 경험을 말하고, 자신에게 리더십이란 어떤 의미인지 말해 주세요.
①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요?(경영학, 광고학)
② 내진설계의 원리와 방법은 무엇인가요?(건설토목학)
③ 본인이 생각하는 ‘기업이 펼쳐야 하는 윤리경영’은 무엇인가요?(경영학)
④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게임멀티미디어학)
⑤ 최근 일자리 이슈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해 본 다른 대안이 있나요?(경제학)
⑥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가 무엇인지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홍보학, 광고학)
⑦아동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만든다면 무엇을 가장 강조하고 싶나요?(아동학, 유아교육학)
⑧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고 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 에너지는 무엇인가요?(에너지공학)
⑨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품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미학, 예술학)
⑩ 혈액의 구성 요소와 인체의 항원-항체 반응에 대하여 설명해 보세요.(간호학, 생명과학, 의학 계열)
▲ [표1] 학생들 스스로 만든 예상 면접 질문
8, 9차시: 면접 답변 쓰기
지난 차시에 완성한 열 가지 질문에 자신의 답변을 쓰는 시간입니다. 하나의 질문에 1분 내외로 답하게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다 쓸 수 있도록 시간을 넉넉히 주었습니다. 답변을 쓰다 보면 질문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개별 질문의 경우, 질문부터 새로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모두 허용하였습니다.
10차시: 면접 연습
실제로 말을 해 보는 연습 시간입니다. 아이들의 진로 상황을 적절히 고려하여 교사가 짝을 맺어 주었습니다. 실제 면접을 앞두고 있다 생각하고 서로 면접관이 되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습니다. 교실이 와글와글 떠들썩합니다.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상황이면 여러 교실로 학생들을 나누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1차시-15차시: 실전 면접
1차 지필평가를 치른 직후라서 학생들이 점수에 아주 민감했습니다. 말하기 평가가 처음이라 부담을 느끼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교실 옆 비어 있는 교과 교실에 면접 상황실을 꾸리고 면접관 역할을 하는 학생 두 명과 면접자 학생 한 명만 있는 상태에서 실습하였습니다. 한 사람당 7-9분가량 시간이 소요되므로 1시간에 6-7명의 학생이 실습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당 질문 세 개가 주어집니다. 학생들은 공통 질문에서 하나, 개별 질문에서 둘을 뽑아 답변합니다. 면접관 역할은 학생들의 자원을 받았으며, 자원을 희망한 학생들 모두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면접관들에게 면접자의 답변을 잘 듣고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보충 질문을 더 해도 좋다고 했고, 실제로 많이 참여하였습니다. 실전에서 교사는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면접이 종료된 후에는 인상 깊은 점을 중심으로 간단하게라도 개별 피드백을 하였습니다.
항목
세부 기준
내용의 타당성
질문 의도를 파악하여 이에 맞게 대답하였는가?
답변 내용이 진솔한가?
질문 내용과 관련 없는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았는가?
말하기의 유창성
말을 더듬거나 멈추어, 말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지 않았는가?
답변의 내용이 앞뒤가 들어맞고 체계가 있는가?
말하기의 태도
반듯한 태도로 답변하였는가?
면접관과 시선을 적절히 마주치는가?
목소리 크기가 적당한가?
말하기의 분량
30초 이상 60초 미만의 답변 시간을 준수하였는가?
▲ [표2] 실전 면접 평가 기준
학생 수업 후기
- 진짜 수업이었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학교에서 뭔가를 “배웠다”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김명재)
- 요즘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거의 없이 살고 있는데,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들이어서 정말 좋았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 일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일상에서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을 틈틈이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남한결)
- 면접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이 많이 없어졌다.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낸다면 불편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수업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최창환)
- 뜬금없지만 나는 이번 수업을 통해 나 자신을 가꾸고, 성실하게,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조세희)
수업 장면 사진1
수업 장면 사진2
작문 수업 15차시: 주장하는 글쓰기
불평등하다고, 문제라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우리 사회 도처에 깔린 현안들을 꺼내는 시간입니다. 감정을 걷어 내고 논리를 세웁니다. 주장을 먼저 말하고 타당한 근거나 사례로 설득력을 높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속에 꾹 담아 두기보다는 당당하게 이야기를 펼치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합니다. 나와 우리가 각자가 아님을,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깊이 있는 눈빛, 예리한 비판력,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는 경청의 자세를 키우는 수업입니다.
교육과정 성취기준
310316-1.설득 담화나글의 구조와 내용 조직 방법을 설명할 수 있다.
310316-3. 청자나 독자분석 내용을 바탕으로설득의 내용을 구성할수 있다.
31019-1.글의 표현과 고쳐쓰기 단계에서 여러 가지 표현 기법과 문체, 고쳐쓰기 방법에 대해 알 수 있다.
31019-3.우리말 문법 지식을 활용하여 자신이 쓴 글을 고쳐 쓸 수 있다.
1-5차시: 주장하는 글 읽기
5차시의 면접 실습 시간 중 학생들은 단 한 차례 참여합니다. 학생들이 실제 실습하는 1차시를 제외한 나머지 4차시는 두 번째 꼭지인 ‘주장하는 글쓰기’를 위한 바탕글을 읽게 했습니다. ‘동물 복지, 노동, 학교폭력, 난민’의 네 가지 화제를 다루었습니다. 《고교 독서평설》(지학사)에실린 글들을 활용하여 읽기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주제별로 서로 다른 입장에서 쓴 글을 읽고, 활동지를 통해 사실의 이해 여부를 확인합니다. 대립하는 입장의 기본 주장과 이유를 정리하고, 자신의 의견을 씁니다. 다음 차시 활동과 연관이 있어 매시간 활동지를 걷어서 꼼꼼히 확인한 후, 돌려주었습니다.
6차시: 프렙 기법 익히기
논리적인 글의 내용을 마련할 때 프렙을 활용하였습니다. 프렙(PREP)이란 ‘주장(Point)-이유(Reason)-근거(Example 자료나 사례)-정리(Point)’로 명료하게 말해 설득력을 높이는 말하기 기법 중 하나입니다. 말하기 연습보다는 글쓰기 내용 마련에 초점을 두고 써 보았습니다. 첫 반 수업을 할 때, 표로 정리하여 간략하게만 설명했더니 실제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해당 차시를 대폭 수정하여 ‘고등학교 9시 등교 시행에 반대한다’를 예시로 시범을 보여 주자 학생들 이해의 폭이 달라졌습니다.
7차시: 키워드 정하고 논리 펼치기 1-1
1-5차시에 읽은 바탕글 네 편 중에서 하나를 골라 학생들 스스로 주장을 만들고 아래 글쓰기 단계에 따라 개요서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자료 검색을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읽기 자료 안에 근거 자료나 예시가 풍부해서 좋았습니다. 글쓰기 개요서는 다음과 같은 흐름입니다.
1단계: 주제 선정하기– 아래 주제 가운데 내가 가장 이야기해 보고 싶은 키워드를 골라 봅시다.
핵심 키워드
세부 키워드
동물 복지
동물실험, 공장식 축산, 동물원, 비건, 아쿠아리움, …
노동
주 52시간 근로, 최저임금, 비정규직, 탄력근로제, 워라밸, …
학교폭력
학교폭력 생기부 기재, 학교폭력위원회, 학교폭력 실태 조사, …
난민
난민법, 시리아 난민, 예멘 난민 수용, 난민 인권, …
2단계: 3분 막 쓰기– 내가 고른 키워드와 관련하여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적어 봅시다.
- 선택한 키워드에 대하여 나의 입장을 정하고, 이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마음껏 적어 봅시다.
(완성형 문장이 아니어도 됨. 맞춤법, 문법 안 지켜도 됨. 비속어, 인터넷 용어 사용 제한 없음.)
3단계: 내용 정리 – 2단계에서 돋보이는 핵심 주장을 하나 쓰고, 이유를 세 가지로 간추려 봅시다.
4단계: 글 재료 만들기 – 세 가지 이유에 대하여 다음의 네 단계로 의견을 정리해 봅시다.
1) 이유를 한 문장으로 쓰세요.
2) 이유에 대해 보충 설명하세요.
3) 뒷받침할 만한 근거나 사례를 드세요.
4) 이유를 한 번 더 말하며 강조하세요.
5단계: 서론과 결론 구상하기– 서론과 결론에는 각각 어떤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지 생각해 봅시다.
8차시: 피드백 1-2
논리성을 요구하는 활동이기에 학생들의 성취도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3단계, 4단계에서 세운 주장과 이유의 타당성을 꼼꼼히 살펴 피드백 해 주었습니다. 이해가 어려운 아이들은 하나의 주장을 세우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몇 번이고 돌려보내고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개요서만 보아도 글쓰기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잘 이해하여 검사를 마친 학생들에게는 5단계 서론과 결론에 쓸 글을 구상해 보라고 했습니다.
9차시: 키워드 정하고 논리 펼치기 2-1
몇 가지로 한정하려던 주제를 완전히 열어 두었습니다. 학생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환경, 정치, 경제, 성, 학교생활, 인권, 노동 등 3학년 학생들 수만큼 다른 이야기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정한 주제를 보면 학생들의 관심사, 세계관,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주장은 자신들과 묘하게 닮아 있기도 합니다.
예시
교내 용의규정, 야간자율학습, 등교 후 휴대폰 제출, 체벌, 수능 폐지, 정시 확대, 인권, 양성 평등, 성형 수술, 18세 투표권, 가정폭력, 다문화 가정, 양심적 병역 거부, 세대 갈등, 인터넷 개인 방송, 노키즈존, 미세먼지, 기본 소득, 동성 결혼, 무상 교육, 플라스틱 사용 규제, 무인 자동차, 이슬람 문화, 대체에너지, 공정무역, 북한 비핵화, 독도 등
나의 키워드
기본 입장
찬성 □ 반대 □ 기타 ( )
10차시: 피드백 2-2
두 번의 연습을 거치고 난 후라 학생들이 능숙해졌습니다. 활동 시간과 피드백 시간이 무척 짧아졌습니다. 일찍 끝낸 학생들은 바로 초고를 쓰도록 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평가 단계로 점수를 부여하였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원하면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11, 12차시: 초고 쓰기
완결된 글 한 편을 제대로 쓰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용 마련이 충분히 되어 있는 상태여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초고’의 의미를 설명하고 다음 차시에 고쳐쓰기 단계가 예정되어 있음을 알려 줍니다. 교사는 시작을 못 하거나 오래 고민하는 친구들을 살피고 물꼬 트는 생각거리들을 던지기도 합니다.
13차시: 고쳐 쓰기
교과서 학습 활동 일부와 ‘글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9가지 퇴고 기준’을활용하여 자신의 글을 고쳐 쓰는 수업을 하였습니다. 예문을 통해 학습하고 각자 자신의 글을 검토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니 학생들 글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14차시: 서로 돌려 읽고 고쳐 쓰기
앉은 자리에서 네 명씩 모둠을 만들어 서로의 글을 돌려 읽습니다. 친구가 쓴 글을 읽고 색깔 펜으로 검토 의견을 남겨 달라 요청했습니다. 모둠에서 한 명 정도는 편집자의 역량을 보여 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교실을 거닐며 이들을 격려하면 서로서로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검토 의견은 최대한 정중히 남겨 달라 당부하고,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글쓴이의 최종 권한임을 설명했습니다.
15차시: 최종 원고 제출
지난 시간 고쳐쓰기를 반영한 최종 원고를 워드로 작업하여 제출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의 글을 모아 엮을 생각이 있어 글쓰기 양식을 안내했습니다. 초고도 걷었습니다. 평가할 때는 초고와 최종 원고를 나란히 놓고 보았습니다.
항목
세부 기준
논리적 설득력
글을 구성하는 생각들이 논리적 연결성을 갖추었는가?
논지를 강화하는 적절한 자료와 사례를 활용하였는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충분한가?
구성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고 문맥에 맞지 않는 내용은 없는가?
문단 구분이 적절하고, 문단별 주요 내용이 잘 드러나는가?
논의를 충분하게 펼쳤는가?
표현
맞춤법을 잘 지키고 문법적으로 어색한 문장이 없는가?
적절한 표현 전략을 사용하여 설득력을 갖추었는가?
▲ [표3] 주장하는 글쓰기 평가 기준
수업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이야기
함께하는 수업이 즐거워지기까지
수업 시간에 쓸 활동지는 적어도 수업 일주일 전에는 완성하여 메신저로 검토를 부탁드렸습니다. 메시지 폭탄에 파묻혀 피드백이 소홀할 때도 있고, 여유가 있어 꼼꼼히 살펴서 수정 보완해 줄 때도 있습니다. 살뜰한 피드백을 받으면 활동지의 품격이 올라갑니다. 뼈대만 세워 둔 활동지가 동료 교사의 손을 타고 살이 붙어 탄탄해질 때면 정말 기뻤습니다. 그대 같은 동료를 만나 행복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기획자의 디자인대로 활동지를 인쇄합니다. 이대로도 멋지다는, 더 손볼 곳이 없다는 코멘트와 함께였지요. 약간의 과장과 친절이라 할지라도 만든 이에게는 힘이 되는 말입니다. 수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깁니다. 해서 두 가지 경우 모두 기분 좋은 일이 됩니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공유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애정 어린 피드백을 마주할 때면 짝꿍 생각이 났습니다. 힘이 나는 피드백들을 묶어 메시지를 띄웁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아이들이 쓴 문장 그대로를 적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듣는 배움과 성장 이야기는 삭막한 고3 수업 환경 속에서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흔들리는 시기에는
이비에스 연계 교재 수업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불만을 드러낸 이들은 학생들이 아니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에게서 들은 불안의 목소리는 수업이 진행되면서 사라졌으니까요. 말하고 쓰는 수업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아이들의 반응을 늘 신경 써서 살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활동지 마지막에는 반드시 자기 평가란을 마련해서 학생들이 매시간 수업을 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활동지 속 학생들의 목소리에 예민하게 귀 기울이면 내가 보지 못했던 수업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평가와 관련하여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아이들의 마음을 일찍 알아챌 수 있습니다. 협의회 안건으로 올려 함께 고민합니다. 아이들의 불안을 낮추면서도 평가의 취지나 목표를 잘 이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차갑고 의아한 시선은 학생이 아닌 다른 교과 교사들에게 받았습니다. “멋지다. 좋다. 궁금하다. 고맙다.”는 말보다는 “이상하다. 왜 저러나. 큰일이다.”는 눈빛이 더 많습니다. 그럴 때면 간신히 용기 낸 마음까지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수업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말해야 합니다. 이때 세 명의 교사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우리 안에서 정리된 공통의 가치를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하면, 수업을 둘러싼 크고 작은 담론들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평가 앞에서는
쿵짝쿵짝 협업이 잘되었던 우리지만 평가 계획을 세울 때, 서로 다른 의견들을 보였습니다. 성취평가제의 기본 취지를 살리자는 입장과 수행평가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가치관에 속상했습니다. 역시나 협업은 너무 힘들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갈등을 피하고 싶지만 이미 같은 배를 탔기에 그럴 수도 없습니다.
교내에 계신 수석 선생님을 찾아가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요청했습니다. 오래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잘 듣는 시간들이 소중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평가관을 알 수 있었습니다.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에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방법이 서로 다를 뿐이었습니다.
짝꿍의 말이 가슴에 오래 머물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동료의 평가관을 존중하면 공유의 지점이 보입니다. 서로 다른 숫자(점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도 결국 같은 사랑(교육) 안에 있음을 알 수 있었지요. 이것이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처음 약속을 잊지 않아야 할 때
화법 수업이 끝나고 작문 수업을 시작할 때, 저는 내심 생활글 쓰기로 흐름을 이어 가고 싶었습니다. 진솔한 나를 만나는 글쓰기의 효능에 강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면접 수업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고 더 욕심낼 수는 없었습니다. 화법 수업을 제 아이디어로 꾸렸으니, 작문 수업은 동료의 생각을 들어 보는 것이 먼저여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짝꿍 차례입니다. 자신 없는 목소리로 꺼낸 수업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들어 주고, 멋지다고 이야기해 주는 동료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도 좋은 동료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최자영 선생님이 기획한 ‘주장하는 글쓰기’는 우리 공동체 현안에 관심을 갖고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나’로 시작하여 ‘우리’로 마무리했습니다. 의도대로 제 목소리를 높였더라면 ‘자기’ 안에만 머물렀겠지요.
주장하는 글쓰기 수업이 끝을 향해 가던 더운 여름날, 교무실에서 아이들이 제출한 최종 원고를 읽으면서 다시 가슴이 저릿해졌습니다. 첫날의 약속을 기억하고 소중히 지켜 내려 노력한 저 스스로가 얼마나 기특하던지요. 관습에 저항하는 작은 시도로 함께 용기 낸 우리들은 또 얼마나 빛나 보이던지요. 짝꿍과 처음 인사했던 전 교직원 워크숍 날이 떠오릅니다. 그날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득한 꿈결 같기도 합니다. 산처럼 쌓여 있는 학기 말 업무들을 잠시 모른 척하고 동료들에게 메시지부터 띄웁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고3 수업이 즐거웠습니다. 우리 같이 밥 먹어요! ^^
제 글에서 ‘고3’이라는 말을 지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도 혁신이라 할 수 있을까요? 크게 특별하지 않은 수업일지도 모릅니다. 기쁨보다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살펴 수업을 고민하는 것에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지금 우리들의 고3 수업은 어떤 모습인 걸까요? 배움 앞에서 학생들은 유연하고 능동적이었습니다. 경직되고 소극적인 생각들은 어른들의 것이지요. 고3 수업에서 이비에스 교재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건 학생들이 아니라 교사, 저 자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경계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들이 있어 한 발짝 나갈 수 있었습니다. 새로이 두 발짝, 세 발짝 계속 내딛고 싶습니다. ‘혼자 외롭게’가 아닌 ‘함께 행복하게’를 외치면서요.
글쓴이 소개
편하고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려면 사람이 좀 만만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실수투성이 허점을 숨겨 봅니다. 블로그(blog.naver.com/siwon_dhm)에 여덟 살, 여섯 살 아이 둘과 함께 하는 일상과 배우고 나누는 수업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