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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국국어교사모임 Jan 26. 2021

대안학교에 근무하는 국어교사 이야기

한성종 충남 레드스쿨 posting14@naver.com

2013년 나는 면접을 보기 위해 레드스쿨에 왔다. 대전에서 굽이굽이 좁은 시골길을 따라 금산군으로 향하다 보니 장대울마을 안쪽 깊은 곳에 웬 미술관 같은 건물이 서 있었다. 높게 자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한껏 시원했고 미로 정원과 넓은 잔디밭이 숨통을 틔워 주었다. 학교 주변에 흐르는 작은 시내를 따라 한 뼘만 지나면 인삼밭이 가득했다. 몇 년이 지나야 수확을 할 수 있는 인삼과 몇 년간 아이들을 키워 내는 학교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날이 좋았고 나는 그 미술관 같은 조그만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내 걸음걸이와 표정이 무척 어색해서 지금 생각하면 꼭 목각 인형과도 같았을 거다. 그런 나를 보며 아이들은 창문 너머로 계속 기웃거렸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고 또 까르르 웃었다. 햇살이 가득 비치는 교무실에는 선생님들 옆에서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놀고 있었다. 그저 수다를 떨고 싶어 교무실에 놀러 온 아이들과 하던 일들을 멈추고 같이 맞장구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행복하게만 보였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잠시 잊었다. 한 인간으로 행복하고 싶었다.

2020년 어느새 8년 차가 되었다. 그때 난 ‘대안교육’에 대단한 마음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이 있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좋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한 선배에게 “이 학교 한번 가 볼래?” 하는 가벼운 소개를 받았을 뿐이었다. 대안학교는 제도권에 속한 학교가 아니다. 멋지게 깔린 보도블록의 길 틈에도 민들레가 자라나듯 조금 다른 방식의 교육을 희망하는 빈틈 사이에 대안교육이 존재한다.

우리 학교는 생활이 살아나면 몸이 살아나고 마음과 꿈이 살아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핸드폰과 게임에서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핸드폰 액정과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고 친구의 눈을 바라보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에 들어오면 2주간 기숙 생활을 하며 그동안 핸드폰은 학교에 제출한다. 정리 정돈을 중요하게 교육하고 몸을 쓰고 움직이는 생활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조금은 불편한 생활을 감수한다. 교사들도 출근하면 가장 먼저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쓸고 닦는 활동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이 디제이가 되어 청소 시간이면 학교 전체에 온갖 신나는 음악이 퍼져 나온다. 덕분에 나도 유재석 못지않은 탑 100 귀를 가지게 되었다. 디제이가 조금이라도 음악을 늦게 틀러 오는 날이면 선생님들이 달려들어 90년대 에이치오티 음악을 튼다. 그러면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멀리서 우다닥 뛰어오곤 한다.

우리 학교는 생활교육과 함께 인지 교과 수업도 중요하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국어교육을 잘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배울 곳을 찾았고 전국국어교사모임의 우리말교육대학원에 13학번으로 입학했다. 많은 선배 선생님들과 토론했고 시도해 보고 싶은 수업을 노트에 적었다. 몇 년이 지나면서 처음에 ‘멋진 수업을 하고 싶다’였던 내 마음은 ‘멋진 삶을 나누고 싶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을까’로 옮겨 갔다. 우리 학교에는 독특하고 다양한 교육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국어와 관련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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