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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국국어교사모임 Jan 26. 2021

[모임 동향] 독자의견

_최혜정_양준우_최해실_김미정

[독자의견함께 여는 국어교육》 2020 여름호를 읽고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온라인 원격수업을 거치면서 누군가의 들숨과 날숨이라도 부여잡고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교사로서 혁명과도 같은 배움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을 즈음, 《함께 여는 국어교육》 여름호를 만났다.

수업 연구보다 학습 플랫폼과 그 활용 ‘기술’ 습득에 한창 에너지를 쏟던 시기에 만난 여름호는 한마디로 ‘지구에 어떠한 변화가 몰아쳐도 기본에 충실하면 돼’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었다. 계획했던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을 원격이라는 낯선 환경으로 돌리고, 이 시국에 나만 헤매고 있는 건 아닐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로 버티는 와중에, 여름호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어떤 흔들림도 없이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을 맞이하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봄호에서도 여름호에서도, 급변한 교육 환경에 대한 호들갑이 없다는 점에서 역시 필진과 인터뷰이들의 내공이 느껴졌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저간의 상황에서 플랫폼과 툴의 기능 숙달에만 몰두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 같은 교사에게 이번 호는 장비와 기술 이전에 배움과 가르침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다독임이었다. 숙달된 기능은 차치해도 좋다는 무언의 위로를 행간에서 읽었다면 이 또한 기계치의 자기 합리화일까?

여름호를 덮으며 악상 기호인 다 카포(da capo)가 생각났다. ‘처음으로 돌아가서’라는 이탈리아어이다. 이번 호에서 견지하고 있는 ‘기본에 충실하고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라’는 메시지와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광고의 카피를 떠올린 여름호는 본질에 충실하기에 혼돈에도 흔들리지 않고 편안했다.

- 최혜정 양양고   



4년 반 동안의 중학교 교사 생활을 뒤로하고 고등학교로 옮겼다. 겨울부터 불안하더니 학교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세상이 뒤집혔다. 온라인 수업이 정착될 때까지 등교가 계속해서 미뤄졌고, 학교의 시간도 멈췄다. 리듬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1년의 어느 시기인지조차 혼란스럽던 나에게 어쨌든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 준 것은 내 이름 앞으로 온 두 권의 회지였다.

그런데, 회지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큼직한 크기에 예쁜 사진이 박혀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크기는 작아졌고 표지는 정갈해졌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한 손에 착 감겨서 들고 다니기 편하며, 작아진 만큼 두께는 조금 늘어나 왠지 멋도 난다. 회지의 내부 디자인도 철저하게 통일되어 편안하고 집중이 잘되었다. 내용 구성도 알찼다. 편집부 선생님들의 많은 고민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각호에 실린 초점과 꼭지 내용이 이제 막 고등학교로 옮긴 내 고민과 잘 맞아떨어져 어쩜 이렇게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만 담겨 있을까 신기했다.

봄호에는 반가운 글이 있었다. 내가 참여하는 독서 모임 선생님들이 글도 쓰고 인터뷰에도 참여하셨다. 선생님에게 직접 듣지 못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읽게 되니 반갑고 애틋한 마음이 더했다. 봄호와 여름호에 각각 실려 있던 <외국의 모국어 교육>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언어야말로 문화를 담아내고 있는 정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사례를 들으니 우리나라에서 모국어를 가르치는 내 위치와 역할이 새롭게 보이고 자부심도 생겼다.

처음 겪어 보는 세계적 재난으로 많은 연수와 모임이 취소되었다. 학교와 관사에만 갇혀 생활하다 보니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놓칠 때가 많았다. 회지를 읽다 보면 그런 착각에서 잠시 자유로워진다. 많은 선생님이 함께 나아가고 있고 우리가 아직도 잘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새롭게 바뀐 회지의 모습이 더 정감이 가고 소중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책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쓰시는 편집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

- 양준우 고흥고   



《함께 여는 국어교육》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 나는 전보다 작아진 판형이 가방에 쏙 들어가고, 손에 잡기도 편해 마음에 들었다. 이전보다 심플해져서 좋았다. 그러나 시각적 전달력은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인상이 강한 것을 해소하는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이 책을 열어 보고 싶다는 매력을 주는 요소가 필요하다. 일러스트나 글꼴이 더 역동적이면 어떨까.

책꽂이에 다른 책들과 함께 꽂아 두면 옆모습이 겸손하다. 우리는 다 보이는 앞모습보다는 뭔가 느껴지는데 다 보이지는 않는 신비로운 옆모습에 많이 반하는데, 색조가 들어가거나 글꼴이 또렷하거나 인상 부각을 위한 터치가 들어가면 좋겠다.

가장 신선했던 것은 글쓴이 소개를 한 쪽 전부에 과감하게 배치한 것이다. 현장에서 소식을 전하는 이야기 주체를 높여 주려는 마음이 보였다. 다만, 뭔가 시각적으로 허전하다. 글쓴이 소개에 공통으로 간단한 인터뷰를 추가한다든지 하면 좋겠다.

늘 전문적인 손길로 완성도를 높여 주는 편집 디자이너 선생님! 디자인 관련해서 경제적이고 기술적인 한계들이 있을 텐데, 그 한계 안에서 늘 최선을 다하시리라 믿는다.

- 최해실 안양 충현고   



여름호에 선뜻 손이 간 이유는 평가 원망에 맞춰진 ‘초점’ 덕분이다. 인사말을 쓰신 편집위원 김윤정 선생님의 이야기에서 ‘평가 원망’이란 말의 뜻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교사 초년 시절에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면 그저 좋은 줄 알고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시켜’ 보았는데, 그때 내 제자들도 나를 많이 ‘원망’했겠구나, 새삼 깨달으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경력이 쌓였는데도 아직도 ‘평가 계획을 세울 때부터 평가가 마무리될 때까지 초조하게 마음을 졸이는 교사’로서, 이번 여름호는 첫 쪽부터 꼼꼼히 밑줄 그어 가며 읽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인화 선생님과 구본희 선생님의 인터뷰인 ‘평가, 이론과 현장이 만나다’를 매우 인상 깊게 읽었다. 평가와 관련하여 공정성, 루브릭, 협업, 과정중심평가, 피드백에 대해 개념이 혼란스러웠던 것이나 실제 적용에서 서툴렀던 것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특히 좋았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난 이후에 온전한 일상인으로 살아가기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고 반영하자는 것이에요.”(25쪽)

그렇게 첫 번째 글을 읽고 나서 ‘배움이 있는 지필평가’(양승현), ‘욕하게 해 줄 테니, 글 하나 더 쓸래?’(최인영), ‘중학교에서 수행평가 100%가 가능할까요?’(권우섭)를 읽으며, 2학기 수업과 평가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나도 지금 중학교 2학년을 가르치고 있으니 더욱 유심히 살펴본 양승현 선생님의 글에서 성취기준, 수업 내용과 형태, 선택형 평가 문항과 수행평가, 주제와 활동을 긴밀하게 엮어서 말 그대로 교수-학습-평가-기록 일체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나, 교과서를 뛰어넘은 다양한 읽을거리와 활동으로 성취기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과정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 김미정 부산 화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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