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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네집 Jul 27. 2021

추억 어린 여름날, 그리움을 펼치다

‘나의 여름날’ <글·그림 박성은>를 읽고

<박성은 글그림 | 책고래출판사>

턱턱 숨이 막힐 만큼 더위가 목 끝 까지 차오를 때는 더위를 피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 에어컨 있는 곳이 많지만 예전에는 선풍기 바람 코 앞에서 쐬기, 큰 대야에 발 담그고 물놀이 하기,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수박 화채 먹기, 늘어지는 여름 햇살처럼 입맛이 없을 때 시원한 동치미 국수 먹기 등 나름의 방법으로 더위를 식혀왔습니다.      


이 그림책은 무더운 여름날을 보내는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그립니다. ‘약속하지 않아도 냉장고 보다 시원한 냇가에서 만나’ 얼마나 ‘기똥차게 재미있고’ 신나게 노는지 마치 무더운 여름날 하루를 같이 보내는 것 같습니다. 


여름 해는 길어서 이른 아침 큰어머니와 큰아버지가 농사 일을 나가면, 사촌 남매와 저는 놀잇감을 찾아 나섭니다. 밭일을 하는 큰어머니 곁에서 돕겠다며 알짱거리기도 하고, 흙장난을 하기도 합니다. 제일 재밌는 건 사촌오빠와 친구들이 노는 곳에 따라 가는 것이었는데, 어찌나 동생들을 데리고 다니기 싫어했는지 틈만 나면 떼어 놓고 가려고 해서 조마조마 눈치를 살피곤 했습니다. 마을의 언덕배기 끝집이었던 큰집은 뒤로는 산이 있어 계곡의 물을 수도로 연결해 사용했습니다. 물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따로 물놀이를 가지 않아도 냉수마찰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뒷산은 사계절 뛰어놀기 좋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었어요. 봄이면 아카시아를 따먹고, 겨울이면 눈썰매를 탔지요. 여름 무더위에는 물을 따라 다니며, 더위를 피했습니다.         


그림책의 아이들도 ‘질질 고무대야를 끌고 냇가로' 모여듭니다. 첨벙첨벙 물놀이도 신나지만, 다슬기도 잡고, 산딸기도 따먹고, 놀다 지쳐 낮잠도 자고, 친구들과 누가 숨을 더 오래 참는지 내기도 하고, 자연 속 아이들은 계절과 어우러지며 하루를 보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노란 달맞이꽃이 웃어주고', 무더운 여름밤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친구들과 함께 바라봅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숲 속 풍경과 물놀이를 신나하는 아이들 표정, 시골의 냄새가 배어나오는 그림들이 때로는 풍경화처럼, 때로는 인물화처럼 원경과 근경을 오가며 그림책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물속에 빠진 아이들의 표정이 생생해서 마치 함께 물놀이를 하는 느낌이고, 가로로 길게 펼쳐져 자연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그림들은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듯해서, 유년시절의 어떤 여름날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여름이 깊어 밤조차 푹푹 찌는 무더위를 견디는 날에는 이 그림책을 펼쳐 어린 시절 여름날로 간질간질 설레는 여행을 떠나보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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