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렇다. 재테크의 출발은 미약하고 보잘것없다. 가진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 크게 보이는 것도 없다. 실은 이 상태가 가장 좋다. 하얀 백지에 미래를 그리고 꿈을 써 내려가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쓰든 시작하는 사람 마음이다. 그만큼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말 그대로 선택의 기로다. 만약 나에게 이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땐 그게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이었는지 몰랐으니까.
하얀 백지 저 멀리 한 곳에 점을 하나 찍어 보자. 그곳이 바로 내가 은퇴를 할 시점이다. 그곳에서 좀 더 멀리 점하나를 더 찍자. 내가 죽는 시점이다. 은퇴를 한 이후의 삶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니, 상상하기가 너무 어렵고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그 부분이 내 돈 관리의 최종 종착지라면 다른 문제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해봐야 한다.
은퇴하기 전의의 삶도 그려보자. 젊음을 불태우며 열심히 살아가면서 자산을 증식하고 결혼도 하고 자녀도 키워보자. 생각보다 은퇴 후의 삶보다는 잘 그려진다. 당장 시작해야 할 많은 일들이니까. 돈 관리는 벌고 쓰고 모으고 불리고 지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각 항목별로 '왜'와 '어떻게'를 집어넣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왜 벌고 쓰고 모으고 불리고 지켜야 하나?’, ‘어떻게 벌고 쓰고 모으고 불리고 지킬까?’. 그 해답을 찾으려고 애써야 하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돈을 모으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물론 당연히 부자가 되고 싶거나 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전술적인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생활을 위해 쓰는 돈은 생활비다. 목적은 생활을 위해서다. 결혼을 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 이것은 결혼비용 마련이 목적이다. 이런 식의 목적을 찾아내야 한다. 조금은 굵직한 목적들이다.
미래를 상상해보자. 결혼 전이라면, 결혼비용 마련, 주거마련, 자동차, 자녀양육, 자녀교육, 주거 확장, 은퇴비용, 증여, 상속 등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결혼 이후라면 해당 항목을 찾아내면 된다. 이런 목적을 위한 돈 관리가 요구된다. 이것을 재무설계에서는 목적자금이라고도 한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살면서 반드시 지출해야만 하는 돈이고 만약 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목적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시점이다.
목적이 생겼으면 각 목적에 적합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과연 얼마나 필요할까?
‘먼 미래의 일인데 돈의 가치는 바뀌지 않을까? 그럼 생각해봤자 소용없겠네?’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그냥 지금 현재 순간의 가치로 판단해서 쉽게 계산해보자. 하얀 백지에 그리고 써 내려가는 모든 내용이 우리의 삶에 반드시 생긴다고 생각하자. 아니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경험해보니 그냥 생긴다. 하얀 백지를 조금씩 채워가면 자신의 일생이 보인다. 그리고 필요한 돈이 보인다.
목적이 보이면 목표를 세울 수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