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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Sora Jun 23. 2024

아기의 눈은 맑고 사랑스럽다

#아기의 눈은 맑고 사랑스럽다. 바라만 보고 있으면 빠져들 것 같다. 어느 시인의 호수 같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가.


#아기는 잘 때가 가장 이쁘다. 태어날 때 없었던 속눈썹이 한껏 자라 더 새침하고 이뻐 보인다. 꽉 껴안고 싶지만 너무 작아서 쓰담쓰담으로 끝낸다.


#나한테 웃을 때 너무 기쁘다. 아침이 되면 나한테 함박웃음을 짓는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떨 땐 눈물이 날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이쁠까. 내 뱃속에서 저런 아기가 태어났다니, 너무 신기하다.





*샤워를 할 때가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샤워기 물소리에 아기 울음소리가 묻혀(때론 안 묻힐 때도 있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편해지는 시간이다. 샤워를 하고 화장실 밖을 나가면 다시 현실이 펼쳐진다. 남편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말리라고 하지만 나는 아기 울음소리에 다급해진다. 오늘도 로션 바르는 것은 그냥 건너뛴다.


*새벽수유는 외롭고 힘들다. 남편은 필요하면 깨우라고 말한다. 모유수유를 해서 남편이 필요하지 않다. 트림이라도 시키라고 깨우기에는 남편도 피곤할 테니까. 그나마 새벽에 아기가 똥을 싸서 화장실 물소리가 들릴 때 일어나서 나와주는 남편이 고맙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남편이 곯아떨어져서 아기가 울든 말든 잠을 잘 잔다. 깨울까, 말까 나는 고민한다. 일하느라 힘들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그럼 언제 쉬지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남편한테 힘든 점을 이야기했다. 다행히 남편이 많이 역할을 분담해 줬다. 그런데 또 남편이 많이 도와주니까 남편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고 힘들어 보여 안쓰럽다. 왔다 갔다 하는 내 마음을 모르겠다.


*엄마여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날 것이다. 엄마여서 느끼는 태동이 신기하고, 아기와 나누는 시간이 행복한 것은 맞다. 그러나 꼭 진통을 느껴야 하고, 아기에 대한 온갖 책임감을 떠앉아야만 할까. 물론 아빠도 힘들다. 아빠가 느끼는 경제적 책임감이 엄청난 것 같다. 아, 생각해 보니 그냥 다시 태어나지 말아야겠다.


*어떤 때는 너무 행복했다가도 또 어떤 때는 너무 비관적으로 바뀔 때도 있고 널뛰기 같은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이 시기만 넘기면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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