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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현 Jun 06. 2024

고질라의 철학

<고질라X콩:뉴 엠파이어> 문득 생각난 고질라의 의미에 대해서

최근 몬스터버스, 고질라버스의 신작이 개봉했다. 이번 신작 고질라X콩에서는 고질라와 콩이 같은 편이 되어서 새로운 악 스카 킹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사실 예고편만 보면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 간단한 내용이다. 이 시리즈의 참 재미는 단순한 스토리 위를 덮는 괴수들의 액션일 것이다. 마블 이후로 유니버스 영화들이 계속해서 개봉되고 있는데 고질라와 콩을 주축으로 하는 몬스터버스 또한 유니버스 영화다. 고질라, 콩 스컬아일랜드를 시작으로 킹오브 몬스터 고질라vs콩을 거쳐서 모나크 드라마와 이번 신작까지 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블, dceu를 포함해도 가장 순항 중인 유니버스가 몬스터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뚜렷한 명작이 나오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그래도 팬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고, 또 그걸 바탕으로 어느 정도 확고한 팬층까지 섭렵했다. 실제로 흥행 면에서도 늘 유의미한 성적을 보이고 있고 이번 신작은 흥행 또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괴수물을 좋아하거나 나이대가 있거나 옛날 문화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질라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거대한 도마뱀 모습의 괴수 고질라는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재해와 마찬가지고 방사능 플라스마를 입에서 뿜어내는 괴물 그 자체다. 최근 나오는 몬스터버스에서 볼 수 있는 고질라의 모습 또한 빌딩보다 키가 크고 입에서 광선을 뿜어내는 우리가 아는 모습 그대로의 고질라다. 그런데 과거의 고질라와 조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어릴 적 봤던 고질라는 앞서 표현한 자연재해 그 자체였다. 다른 자연재해들이 그렇듯이 고질라 또한 인류에게 자연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존재처럼 묘사되었고 실제로 작중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이 많이 담겼다. 몬스터버스의 고질라도 처음에는 공포의 대상처럼 묘사되었지만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고질라는 인류에게 큰 관심이 없고 오히려 자연의 수호자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지구의 환경을 위협하는 다른 타이탄이 나타날 때만 모습을 드러내고 싸웠다. 인간들이 사는 곳에 대해서 아무 신경도 안 써서 많은 것을 파괴하기도 하고, 파워업을 위해 핵 발전소를 집어삼키기도 하지만, 악의와 의도를 가지고 인류를 없애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로를 통해 다니거나 로마의 콜로세움도 최대한 안 부수고 왕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질라X콩:뉴 엠파이어, 고양이 같은 거대 도마뱀>

왜 고질라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바뀌었을까 생각해 봤다. 과거의 고질라는 인류의 핵실험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괴물이었다면 현재의 고질라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자연의 수호자다. 그리고 그 자연에는 당연하게도 인류가 포함되어 있다. 요약하면 과거의 고질라는 인류의 과오를, 현재의 고질라는 인류의 수호를 담당한다. 고질라가 처음 등장한 20세기 중반은 아직 세계 2차 대전의 여파가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환경 문제들도 중요했지만 핵과 전쟁에 대한 문제가 가장 심각했을 것이다. 또한 고질라가 탄생한 국가가 일본인 것을 감안하면 핵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더 컸을 것이다. 지금 등장하는 고질라는 우선 제작의 주체가 미국이기도 하고, 전 세계의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요즘은 핵발전소도 많은 나라에서 볼 수 있고 핵전쟁에 대한 우려보다는 환경오염과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한국은 아직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서양권에 미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다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에 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고질라의 탄생도 달라진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고질라는 결국 자연의 대변인이다. 하지만 인류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은 틀림없다. 과거의 고질라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방사능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류를 벌하러 나타난 자연의 분노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현재 몬스터버스의 고질라는 인류와 함께 인류가 어찌하지 못하는 자연적 재난들을 물리치는 존재로 보인다. 환경파괴에 대해서 사람들이 단순히 다른 사람들 탓하기보다는 함께 힘을 합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혼자 문득 떠오른 것이라 제작진의 실제 의도와는 다를 수도 있다. 어쩌면 단순한 액션 영화에 방사능 오염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담아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은 고질라 탄생의 유래를 짧게 표현하고 빠르게 액션씬으로 넘어가기 위한 설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팬들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는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다. 

<고질라(1998), 사람들을 쫓아오는 방사능 괴물>

이런저런 해석을 하면서 보는 게 영화 관람의 묘미이기는 하지만, 고질라와 콩의 몬스터버스는 기본적으로 팝콘무비이고 블록버스터 무비다. 내가 이 시리즈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거대한 괴수들의 압도적인 모습과 전투 장면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신작의 최종 보스는 전작들에 비해서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다. 물론 이런 연출의 변경에 대한 설명은 흥행 성적이 근거가 되어 주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괴수물의 팬으로서 다음에 나올 작품에서는 다시금 웅장한 전투가 조금은 더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구의 수호자 고질라가 싸우는데 그래도 스케일에 걸맞은 전투가 나와야 자연의 위대함도 따라서 어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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