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국의 메일을 받던 날
12월의 어느 날 어둑어둑했던 아침, 남편이 눈 뜨자마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벌떡 일어났다.
“미국 이민국에서 이메일이 왔어!”
“응? 뭔 소리야?”
전에 남편이 얘기한 적은 있었다. 수년 전 미국 교포와 결혼을 한 아주버님이 시민권을 취득하고는 ‘형제 초청’ 카테고리로 남편의 이민 신청을 해 두었다는 것을. 그런데 형제 초청 카테고리의 특성상 다른 형태의 이민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려 (형제가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딱히 없지 않은가) 쿼터가 작고 오랜 기간이 소요되니 언젠가 승인이 되면 고민해 보자고. 얼마나 오래전에 신청을 한 거냐, 얼마나 오래 걸릴 것 같냐, 그때도 질문은 했지만 남편은 대충 얼버무렸고, 나도 심각하게 듣거나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번도 이민 관련 검색을 해본다거나 이민 공사에 문의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안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덜커덕, 갑작스레 이민 신청이 승인되었고, 메일 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수속 절차를 밟으라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버님이 남편을 ‘초청’해 둔 게 무려 14년 전, 그러니까 남편과 내가 결혼하기도 한참 전, 대학원에서 열공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양 얼얼하고 정신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을 많이 한 남편이나 태생적으로 ‘너는 너고 나는 나’ 사고방식을 가진 나나 막연히 언젠가는 외국에 한번 나가서 살아봤으면 했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고 그게 미국이 될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남편과 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일단 연말까지 고민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마음은 이미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도전해봐야지, 이런 건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잖아. 미세먼지 없는 넓은 땅에서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을 배경 삼아 아이들 맘껏 뛰놀게 하고 싶어. 우리 나이 이제 39세잖아.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도전하기엔 완벽한 타이밍이야. 현실보다는 늘 이상을 먼저 보며 꿈꾸는 나는 이미 미국 땅에 랜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