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미국 이민 절차를 밟다

서류 준비부터 신체검사, 인터뷰까지

by 드리머소녀

미 이민국에서 이민 신청 승인 이메일을 받은 날로부터 틈나는 대로 이민 선배들의 블로그와 네이버 카페 ‘미준모(미국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드나들며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민 절차의 까다로움, 구직 과정과 밥벌이의 어려움과 생활고, 이민 생활의 외로움과 향수, 힘들고 아프다가 결국엔 깨어진 가정들... 다양한 이민 선배들의 삶의 조각들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부딪혀 헤쳐나가야 할 앞으로의 현실이 보이는 듯도 했고 밤잠을 설치는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2주도 채 안되어 한 마음이 되었다. 우리에게 기회는 주어졌고 결과는 모르는 일이니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절차 수속을 시작해보자고. 절차가 순조롭게 술술 풀리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가보는 거고, 중간에 꼬이면 그냥 없던 일로 하고 살던 대로 살면 된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워낙 이민에 까다로우니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조용히 진행해보자고.




모든 절차를 셀프로 해보기로 하고 열심히 알아보며 준비하는데 서류 작성부터 쉬운 일이 없었다. 우리 부부가 다닌 모든 학교들, 만 16세 이후로 살았던 집 주소들, 미국을 방문했던 기록들을 샅샅이 적어 내자니 진짜 미국 정부는 우리에 대한 모든 디테일을 다 알고 싶은 거구나, 신상 털린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두 돌도 안된 둘째 아이와 비자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울고 불고 발광을 해서 어르고 달래다 못 찍고 나오기도 하고, 아이를 재워놓고 틈틈이 필요 서류를 준비하고 영문으로 번역하며 뭐에 홀린 듯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나갔다.


그렇게 약 한 달만에 대형 프로젝트를 마치고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는 대기 모드에 들어갔다. 기약 없는 기다림. 미준모와 블로그들을 수시로 기웃거렸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니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도 안 하기도 애매한 상태였다. ‘만약(if)’이라는 단어만 계속 되뇌었을 뿐, 살던 모양 그대로 살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복잡할 땐 그저 뒷산에 오르며 땀을 빼는 게 최고의 약이었다.


‘음... 역시 산 위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 최고다. 만약 미국에 가게 된다면 산 옆에 살면 좋겠다...’


복잡한 머리를 식혀주던 고마운 수리산- (Photo by dreamersonya)




그로부터 약 석 달 반이 지나고, 미 이민국으로부터 또다시 이메일이 왔다. 비자 서류가 모두 통과되었으니 신체검사 후 대사관 인터뷰를 하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큰 산 하나를 넘은 거다.


장미꽃이 만발했던 봄날, 여의도성모병원 비자 신체검사실에 네 식구가 출동했다. 둘째가 두 돌을 막 넘긴 시점이어서 결핵검사 채혈 대상이었는데 정말이지 이날 애 잡을 뻔했다. 통통한 팔에서 혈관을 못 찾아 주삿바늘을 찌르고 또 찌르고... 결국 찾았는데 아이가 움직이는 바람에 바늘이 다시 빠져버리고. 아이는 병원이 떠나가라 울고, 옆에서 붙들고 있던 나도 울고, 주사 놓던 간호사도 울고. 결국 세명의 성인이 애를 붙들어 눌러 꼼짝 못 하게 해 놓고는 가까스로 채혈에 성공했다. 한편 남편과 나는 예방접종 기록이 전산화되어 있지 않아 한꺼번에 세 가지 접종을 하고 집에 기어와 뻗어 버리고.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심신은 물론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나서야 비로소 내 나라를 떠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느낀 것 같다.




그리고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사관 인터뷰 날이 왔다. 유능한 전 직장동료 하나가 미국 주재원 파견을 앞두고 비자 인터뷰에서 낙방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마지막 관문인 인터뷰 전 많이 긴장이 되었는데 남편은 의외로 태연했다. 태연한 척을 했던 건지.


아침 8시 인터뷰라 새벽같이 아이들을 챙겨 대사관 앞에 줄 서서 기다렸다. 건물 안에는 미국 냄새가 났다. 얼마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덩치 큰 백인 남자 인터뷰어가 호명을 하더니 주신청자인 남편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초청인(petitioner)과의 관계는?”

“초청인은 미국에서 몇 년 거주했는지?”

“남편/아내의 직업은? 미국에서도 동일 직종에 종사하려고 하는지?”

“어느 주(State)에 정착할 계획인지?”

“미국 이외의 국가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지? 범죄기록 있는지?”


질문은 이게 전부였다. 남편은 대부분 단답형으로 대답했고, 인터뷰어는 우리가 제출한 서류 뭉치를 훑어보더니 일주일 후 패키지를 받을 거라고 했다. 다 된 거냐고 물으니 다 됐단다. 어이없을 정도로 짧았던 인터뷰에 어리둥절 긴가민가하며 대사관을 나오면서 남편과 눈빛을 교환했다.


‘이거... 잘 된 거 맞겠지......?’


미국 대사관 앞 (Photo by dreamerso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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