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10일. 우리 가족이 정든 고국을 떠나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 다시 태어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벌써 1년이나 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것 같은데 아직 1년밖에 안되었나 싶기도 하다.
무얼 하면서 이 날을 기념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미국적인 가을날을 보내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쯤 시카고에서도 호박 농장(Pumpkin Patch)에 구경을 가긴 했지만, 시차를 극복하지 못한 둘째 아이는 농장으로 가는 덜커덩 길에 그만 잠들어 버리고, 큰아이는 대체 호박 앞에서 사진은 왜 찍어야 되는 건지 내내 뚱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우리 부부만 신나게 구경하다 나온 기억이 난다.
1년 사이에 아이들이 많이 커서 둘째 아이는 자기 머리통보다도 큰 호박을 신나게 골라서 들고 오고, 큰아이는 호박에다 멋지게 조각을 해서 촛불을 켜고 집을 장식할 거라며 신이 났다. 수레에다 이 호박, 저 호박 골라 담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하고 행복했다.
시카고 아주버님 댁에 도착해 이민가방들을 세워놓고 갈비탕을 먹던 저녁, 소셜 시큐리티 오피스 앞에 줄 서 있던 아침, 아이가 시카고 초등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하던 날, 대가족이 마주 앉아 게임을 하던 저녁, 그린카드(영주권)가 도착하던 날,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던 날, 줄곧 거절 메일만 받다가 남편이 처음으로 화상 인터뷰를 하던 날, 새로운 직장에 최종 합격하던 날, 메릴랜드 우리 첫 집으로 이사하던 날, 이삿짐 박스를 엎어놓고 먹었던 첫 저녁식사, 첫 차를 사던 날, 첫 출근을 하던 날, 메릴랜드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던 날...
지난 1년 간 거쳐온 수많은 모험과 일상 사이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내 눈 앞에 펼쳐진다. 하늘이 내린 기회는 덥석 잡고 보는 거라며 겁도 없이 떠나왔지만, 많이도 흔들렸고, 성장통도 겪었고,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는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참 울기도 많이 울었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그래도 그간의 경험들이 우리 부부와 아이들에게 감사와 은혜, 평안과 기쁨으로 버무려진 추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 감사하다. 우리가 정착하게 된 아름다운 이곳에서 걸어갈 길, 살아갈 날들이 기대되고 설렌다. 그동안 응원과 기도와 격려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