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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돕 Aug 06. 2024

인생을 두 번 사는 일

을왕리에서

어떤 작가는 우리가 글을 씀으로 인생을 두 번 사는 것과 같다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도 쓰고 나면 특별해지고

지친 하루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지금은 여름 한가운데에 있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온 세상이 바스락거린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살은 내 몸도 바싹 마르게 하는 것 같다

매년 맞는 여름이지만 지난여름과 올여름은 다른 결이다

작년 여름은 뜨거울 겨를이 없었다

더 중한일이 많아 뜨거울 여유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이 뜨거움도 소중해진다

어제오늘 아이를 따라다니며 뜨거움에 녹초가 되어 

이 무슨 사서고생 인가 싶었는데

뭔가 쓰고 보니

배부른 어린 아이이 투정 같은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도 좋았다



- 을왕리에서 -


20년 만에 다시 간 서해바다

여전히 뜨겁고 여전히 무더웠다


밀물과 썰물

모래밭 사람과 뒤섞인 갈매기

미지의 바닷속 한발 내딛는 아이의 설렘

왁자지껄 젊은 피들의 생기

바닷물 위로 흩날리는 별무더기


모두 그대로였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밀물에 파도 타는 너

갈매기를 쫓는 너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너

지치지도 않고 노는 너

처럼 둥둥 떠다니는 너


좋은 건 좋은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다

20년 동안 제일 많이 변한 건 아마

내 체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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