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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Aug 24. 2023

오에 겐자부로 '2백 년의 아이들'

카멜리아힐에서 만난 구실잣밤나무

 박물관을 갔다 점심 먹고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에 카멜리아힐 표지판이 보였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딱히 수국철도 아니거니와 너무 더웠기에 가보려는 생각이 없었는데, 바로 코앞이라는 표지판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동했다. 입장료도 다른 곳에 비하자면 저렴한 편이었다. 그렇게 아무 기대 없이 카멜리아힐을 구경 갔는데 아니다 다를까 덥고 다리 아프다는 아들의 투덜거림은 끊이지 않았다. 나도 덥고 힘들긴 마찬가지였기에 얼른 돌아 나가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나무가 보였다.

여러 개로 갈라진 그 나무의 가지가 하늘을 가득 메울 것 같이 뻗어 있었다. 따가운 햇살이 만든 나무의 그림자는 쨍쨍한 날씨와는 다르게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굵은 나무 기둥은 어른이 얼싸안아도 남을 만큼 큰 나무다. 옛날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나무라고 생각했다. 이 나무 그늘아래 있으면 나도 동화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나무에 대한 설명에 실제 소설책에 이 나무 얘기가 등장한다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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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 나무가 계속 생각났다. 그 나무가 나오는 책은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동화책이라 그런지 술술 읽어졌다. 머랄까 내가 어릴 적 그러니까 40년 전에 읽었을 법한 문체와 내용이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책 내용은 삼 남매가 나무 밑구멍에서 같이 소원을 빌며 잠을 자면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어릴 땐 나도 이런 상상을 했었는데 어느새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다.


토끼굴을 보면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상상하고, 멋진 나무를 보면서 2백 년의 아이들을 생각해 낸 그들의 마음이 부럽다. 특이 오에 겐자브로는 이 책을 노년에 썼기에 그 나이에 이런 동화책을 썼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릴 적 상상을 하며 보냈던 수많은 시간들이 모두 허공에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요즘, 그 시절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기억해내고 싶다.


매일 많은 것들을 잊어가지만 아들과 함께 했던 올해 여름, 같이 구실잣밤나무를 봤던 기억, 동화 속으로 걸어간 것 같은 느낌은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구실잣밤나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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