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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May 04. 2021

아보카도 먹고, 아보카도 키우기

 아보카도를 처음 먹어본 것은 아주 오래전 캘리포니아롤을 먹으면서 였다. 당시는 내가 캘리포니아롤을 좋아하는 감칠맛의 이유가 아보카도라는 것 몰랐다. 그 후 한참 후 집에서 캘리포니아롤을 만들어 보려고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당시 아보카도는 흔하게 마트에서 파는 과일이 아니었다. 아보카도 실물을 본 것은 그 후로 한참 후였다. 백화점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것을 사 왔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사고 싶어도 팔지 않았던 과일을 직접 보는 순간 사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생으로 먹어본 아보카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맛이었다. 사실 리치한 감촉만 느껴지고 맛은 거의 안 느껴져서 내가 먹어봤던 아보카도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금과 후추만 쳐서 식빵 위에 얻어먹었는데 너무나 맛있었다. 처음 생으로 먹어본 아보카도의 그 감칠맛은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다. 파는 곳이 많지도 않았고, 가격도 비싸서 많이 사 먹을 수도 없었지만, 그 후로도 종종 사 먹게 되었다.


 샌드위치 외에도 비빔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보카도는 점점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었고, 심지어 동네 재시장에서도 파는 과일이 되었다. 가격도 점점 저렴해졌다. 인터넷에서 다량으로 구매하거나 냉동된 것으로 구매하면 더욱 저렴하게 아보카도를 먹을 수 있었다.


 아보카도를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가운데 있는 거대한 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씨가 너무 커서 아보카도 절반은 차지하는 느낌이다. 거의 절반은 못 먹고 버리는 느낌! 그런데 인터넷에서 아보카도 씨를 아보카도 나무로 키우는 것을 봤다. 아까운 것을 버리는 느낌이었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설명을 잘 읽고 시도해봤다. 게다가 아보카도 씨와 먹고 남은 커피 컵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싹이 나지 않았다.  한 보름 정도 기다린 것 같았는데, 싹이 날 것 같은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다시 검색해서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찾아보니 아보카드 씨의 껍질을 벗겨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칼로 살살 벗겨내생각보다 두껍고 질긴 껍질로 싸여 있었다. 껍질을 벗기고 다시 일주일 도 기다리니 씨가 반으로 갈리지면서 가운데 뿌리가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의 한 달이 기다려온 인내에 결과가 나오니 너무 기뻤다. 그 후로는 기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수경재배라 따로 물을 줄 필요도 없었고, 가끔 물이 물어 든 것 같으면 채워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 뒤의 일이었다. 한번 뿌리가 나온 아보카도는 너무 잘 자랐다. 이제 재활용 커피 컵에서 나올 때가 된 것이다. 집에 남에 있는 화분에 심어주었다. 두세 달 지난 뒤 잎이 너무 커져서 큰 화분을 찾아야 했다. 근처 가게에서 가장 큰 화분을 사다 심어줬는데, 상상을 초월하게 잎이 너무 커지는 것이다. 물만 자주 주면 죽지 않고 잘 자랐다. 아차피 추운 겨울을 견딜 수가 없어 마당에 심을 수도 없는데, 들 수도 없는 큰 화분은 관리가 힘들어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기로 했다. 재미로 시작한 아보카도 화분은 이제 너무 덩치가 큰 화분이 되어 처지 곤란이 되었다.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 작고 귀여운 씨를 생각하며 너무 커졌다고 미워하지 않고 물 잘 주고 생이 다 할 때까지는 지금 화분에서 키울 것이다.


  요즘은 아들이 아보카도 먹고 씨가 나올때마다 키우자고 해서 더 이상 아보카도 사는 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블러드 아보카도란 기사를 읽고는 전처럼 아보카도를 즐겨 먹지는 않게 되었다. 게다가 아보카도 화분을 보고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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