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두모마을 캠핑장
휴가철이 돌아왔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 한 남해에 가기로 했다.
남편이 검색해서 두모마을 캠핑장이란 곳을 예약했는데 이 캠핑장, 예약하는 방법부터 좀 특이하다.
예약 홈페이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카페에 가입을 해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예약하고 싶다고 글을 쓰면 연락이 온다.
마을 주민들이 관리를 하신다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 제대로 예약이 된 건지 살짝 불안해졌다.
캠핑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정말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이런 곳에 캠핑장이 있나?
캠핑장에 도착해서 우리는 깜짝 놀랐다.
8월 초, 완전 극성수기인데 캠핑장이 텅텅 비어있었다.
관리하시는 분도 없었다.
여기 하는 거 맞아?
뭔가 이상했지만 안쪽에 우리 말고 딱 한 팀이 있길래 우리 자리에 가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텐트를 다 치고 나니 바로 앞바다가 물이 다 빠져있어서 우리는 근처에 있는 상주은모래비치 해수욕장에 갔다.
남해의 첫 해수욕장은 실망이었다.
정말 맑을 걸 기대하고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바닷속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첫째는 해파리까지 쏘였다.
부랴부랴 정리하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오니 우리 외에 유일한 한 팀은 능숙하게 뜰채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 우리도 냇가로 내려가서 다슬기를 잔뜩 잡았다.
예상과 다르게 첫날이 저물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앞바다에 갔다가 우리는 두 번째로 깜짝 놀랐다.
바다가,
너무 맑고 예뻤다.
아니, 이렇게 예쁜 바다를 앞에 두고 차 타고 다른 바다를 갔다 온 거야?
맑고 한적한 그 바다를 전세내고 놀았다.
다른 한 팀은 왜인지 물놀이를 하지 않았다.
몇 안 되는 동네주민이 가끔씩 왔다 갔다 하는 작은 마을이 바다를 둘러싸고 있어서 그런지 뭔가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물놀이 후 근처 다랭이 마을에 갔다.
한여름에 캠핑을 하면 한낮에 한 번은 더위를 식히러 카페에 간다.
다랭이 마을에 있는 <고운동 커피>에 갔다가 홀딱 반해버렸다.
멀리 바다와 층층이 계단 같은 다랭이논이 있고, 카페 사장님이 꾸며놓은 꽃밭에는 나비가 날아다닌다.
밖은 너무너무 더운데 시원한 카페에 앉아 바로 옆에 펼쳐지는 풍경이 두모마을 바다처럼 비현실적이다.
사장님 혼자서 하시는 곳이라 음료가 나오는 데 오래 걸렸지만 전혀 조급하지 않고 여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바쁜신데도 어떻게 먹는 게 좋은 지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다. 사장님과 카페가 정말 잘 어울렸다.
그리고 우리는 세 번째로 깜짝 놀랐다.
음료가 너무 맛있어서.
다 맛있었지만 특히 흑임자라떼는 지금껏 먹어본 흑임자라떼의 맛을 다 잊게 만들었다.
아~ 이런 카페가 가까이에 있다면 자주 올 텐데…
언젠가 남해에 간다면 꼭 또 가야지.
사장님, 오래오래 해 주세요.
셋째 날은 옆 텐트 여자아이와 아이들이 친해져 함께 놀았다.
들어보니 그 가족은 7년째 두모마을로 휴가를 오고 있다고 했다.
전에는 해양레저도 하고 바지락도 캘 수 있었는데 사람이 점점 줄어 관리가 안 되는 건지 없어져서 아쉽다고.
아이들은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신나게 놀았다.
도시 아이들이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노는 모습이 옛날에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해에서의 비현실적인 3박 4일을 보내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2024년 8월에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