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돌아서 가도 괜찮아

전주수목원

by 앙니토끼

면허를 딴 지 1년 반이 넘었다.

지방으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뚜벅이였을 거다.


남편의 스파르타 연수로 이미 서울, 경기 다 가 봤지만 조수석에 남편 없이 장거리는 아직 겁이 났다.

무엇보다 내비게이션이 너무 헷갈렸다.


“내비가 너무 헷갈려. 조금 더 가서 빠지는 건지, 지금 빠지는 건지 잘 모르겠어.”


“무슨 걱정이야~ 잘못 빠지면 그냥 좀 돌면 되는 거지. 어차피 길은 다 나오게 돼있어. 잘못 들었다고 당황하지만 않으면 돼.”


처음으로 남편 없이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장거리 운전을 했다.

군산에서 전주 가는데 장거리라고? 남들이 들으면 비웃겠지만.


집중해서 가는데도 갈 때 한 번, 올 때 한 번, 두 번이나 잘못 빠졌고 시간은 도합 30분이 늘어났다.

다행히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당황하지 않고 잘 돌아서 왔다.


전주수목원은 이런 곳이 무료라고? 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동네만 조금 나가도 좋아하시는 두 분은 입구부터 신이 나셨다.

5월이나 6월 초에 오면 장미가 만발하는데 아쉽게도 장미시즌은 끝이 났다.

대신 수국이 활짝 폈다.

입구 근처에 있는 하늘색 수국 앞에서 활짝 웃는 두 분을 찍어드렸다.

전주수목원의 6월은 수국


수목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풍경쉼터다.

대표적인 포토존이라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고 줄을 서기도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없어서 자리를 독차지하고 한참을 쉴 수 있었다.

비 온 다음 날이라 날씨도 맑고 선선해서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으며 잠깐 눕기도 했다.

풍경쉼터


바로 옆에 있는 낙우송과 공기뿌리는 어찌나 신기한지…

처음엔 버섯인가? 돌인가? 했다.

이게 밖으로 나온 나무의 뿌리라니…

낙우송과 공기 뿌리
신기한 공기뿌리
장미는 없지만 건축물만으로도 예쁜 장미원


뻗친 듯한 머리가 귀여웠던 새


수도 없이 했던 지난날의 얘기들을 두 분은 오고 가는 차 안에서 새로운 얘기를 하는 것처럼 계속하셨고 나는 열심히 호응하며 돌아왔다.

다음엔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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