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노지캠핑

고성에서의 어느 날

by 앙니토끼

캠핑 셋째 날, 우리는 자작나무 숲에서 내려와 잘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정말 어찌나 무모했던지 남편은 셋째 날은 캠핑장을 예약도 하지 않았다.

노지캠핑이 되는 바닷가가 있다면서.


남편이 보여준 사진은 텐트 안에서 여유롭게 해 뜨는 것을 바라보는 감성적인 바닷가 사진이었다.

실제로 도착한 그곳은, 분명히 휴가철인데 사람이 없었고, 정말 여기서 자도 되는 건가 의문이 드는 곳이었다.

다시 보니 남편이 보여준 포스팅은 시간이 꽤 지난 것이었다.


둘째가 꼭 해 보고 싶다고 해서 차박텐트를 샀기 때문에 시도해 보기로 했다.

어찌어찌 차량과 연결해서 텐트를 치고 잘 준비를 하는데 성수기에는 1박에 4만 원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데 돈까지 내고 자야 한다고?

씻는 곳도 없고, 개수대와 화장실이 다인데 돈을 내야 한다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관리하는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정말 돈을 받으러 올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침 일찍 떠나기로 했다.



차와 연결한 텐트 안. 그저 신난 아이들.



습하고 불안하고 모기까지 설치는 불편한 밤을 보내고 아침 5시, 벌떡 일어난 남편이 외쳤다.


“일어나!”



자고 있는데 누군가 텐트 밖에서 말했다.

“저기요. 여기서 그냥 주무시면 안 돼요.”

그 말에 남편은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단다.

얼마나 신경이 쓰였으면 그런 꿈까지…


지금까지 가 본 여행 중 가장 이른 기상 시간이었다.

부랴부랴 텐트를 접어 차에 집어넣고 트렁크는 눕혀져 있는 대로 일단 문제의 바닷가를 벗어나기로 했다.


아이들은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빨래방에서 빨래를 돌리고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굉장히 궁상맞은 하루였는데 아이들은 그 모든 분위기가 스릴 있게 느껴졌나 보다.


연신 “이야~신난다~ 재밌다~”를 외쳐댔다.


마지막 일정으로 잡아놓은 삼척으로 넘어가기 전에 우리는 아야진에서 놀다가 가기로 했다.

두 번 정도 갔던 아야진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은 바다여서 꼭 다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야진에 도착한 우리는 너무 실망하고 말았다.

우리가 알던 아야진이 아니었다.


물론 휴가철이라 사람이 많은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바닷가에 쫙 깔린 컬러풀한 파라솔들과 포토존이라고 알록달록 칠해놓은 곳들이 너무 장삿속이 가득해 보였다.


‘그냥 삼척으로 바로 넘어갈까? 거기도 앞에 바다가 있긴 하던데…’ 하고 예약해 놓은 캠핑장을 검색했다.


장호비치캠핑장.


나는 몰랐다.

장호비치캠핑장 바로 앞에 있는 해수욕장이 그렇게 맑은 줄.


마지막날은 강원도 어디서 잘까?

고민하다가 그냥 되는대로 들어간 장호비치캠핑장에 한 자리가 있길래 예약했는데…


알고 보니 삼대가 덕을 쌓아야 예약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곳이었다는 걸.

나는 전혀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편도 나도 무모하기는 매한가지인 여행이었다.

예약한 캠핑장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다니…


고성을 헤매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우리는 바로 삼척으로 넘어갔다.




(장호비치캠핑장 이야기는 다음 주로 넘어갑니다.)




keyword
이전 16화눈이 부신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