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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23. 2023

잘 나가는 그녀의 커뮤니티

4. 일이 점점 커지다니

 나를 사랑하다 보니 이제는 여기저기 아픈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모든 걸 잘하기 위해서는 내 기본 체력이 문제였다. 늦더라도 체력이 버텨줘야 하는데 목에 벽돌이 가득 들어찬 듯 어깨가 무거웠다. 그런 묵지근한 상태가 계속 되니 의욕도 떨어졌다. 무릎도 뻐근하고 쑤셨다. 병원을 몇 년만에 가서 들은 말은 당장 운동하지 않으면 자기도 보장 못 하겠다는 말이었다. 골골 여기저기 아프며 늙어가는 내가 되기는 싫었다. 체력을 보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제대로 커뮤니티에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이러면 안되는 거니까.


결혼 15년만에 헬스장을 끊었다. 큰 마음을 먹고 피티권도 3회나 등록했다. 상담을 잡아놓은 날 나는 몸이 묵지근하여 아예 외출하기 꾸물럭거렸다. 갈까, 아프다고 미룰까, 아이들 핑계를 댈까 별별 생각이 내 발을 우악스럽게 잡고 놓지 않았다. 

그치만 일단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옷장을 뒤져서 예전에 사놓았다가 뜯지도 않았던 레깅스를 찾아 입었다. 그동안 찐 살 때문인지 레깅스에 살이 눌려서 불편했다. 그래도 긴 티를 걸쳐입고 운동화에 발을 구겨 넣었다. 

 "혹시 3시에 예약하신 회원님 맞으시나요?"

누가 다가와서 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깊은 눈매에 예의바른 목소리, 잠시 처녀였다면 홀릴 듯한 긴 속눈썹, 낮지만 매력적인 톤의 목소리까지. 트레이너는 내가 예상한 수준보다 훨씬 멋진 분이었다. 그래서 시작은 아주 기분 좋게 되었다. 인바디를 재니 정말 처참하게 옷이 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체지방도 놓고, 내장비만도 당장 수위 조절이 필요했다. 근육은 별로 없고, 아 이건 최악인 것 같았다.


 민망해 하면서 어느 정도 운동하면 좋을지 좀 알아보자고 했다. 그러더니 대뜸 나에게 스쿼트를 해 보라고 했다. 역시 난. 첫 시작에 뒤뚱대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마트면 처음 만난 트레이너 손을 잡을 뻔했다. 별일이라고 넘기기에 나는 너무 창피했고, 이렇게 군형감도 제로라는 게 운동을 하는 분들의 전문 용어로는 코어힘이 없고, 버티기조차 안 되는 비루한 몸 상태라는 게 너무 좌절이었다. 육아에 너무 올인하다가 내 몸이 이젠 감각도 떨어지고, 체력도 바닥이더니, 코어도 바닥이었네 싶어서 한숨이 푹푹 나왔다. 아직 나 50밖에 안됐는데, 다시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까 오기가 발동했다. 

 머신을 몇 개 해 보니, 되는 것도 있고, 전혀 안 되는 것도 있었다. 하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그동안 못 하고 방치해둔 내 몸부터 정상으로 만들어 놓자. 그게 우선이야! 내 생각에 날이 설수록 그날따라 답답하게 낀 레깅스를 다 찢어버리고 싶었다. 

찬 바람이 옷깃 안으로 들어오니 더욱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고민이 생겼다. 나 피티를 제대로 받아야 할까? 돈이 들텐데. 들어갈 데도 많고 어쩌면 좋을까. 그래도 단 한번. 나를 위해 내 몸을 위해. 더 늦기 전에 돈이라는 걸 써보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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