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 Oct 27. 2024

기계가 이상해

9. 우리 가족의 대변신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

학원에서 귀가한 큰 딸이 묻는다.     

"오늘은 특별해. 우리 함께 만들어볼까?"     

딸의 눈이 동그래졌다. 

"같이 요리를...?"     

남편도 놀란 듯 쳐다봤다. 평소에 주방은 위험한 곳이라고 아이들을 얼씬도 못 하게 했었던 나였다.     

"자, 봐봐. 오늘은 태국 요리인 팟타이를 만들 거야."

스마트폰으로 레시피를 보여주며 말했다.     

"와, 대박! 근데 엄마, 괜찮아? 너무 어렵지 않아?"

딸이 아일랜드 식탁에 산만하게 늘어진 재료를 보면서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 우리 함께하면 되지."     

남편은 채소를 썰고, 딸은 소스를 만들고, 나는 요리 영상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자기야, 파프리카 좀 더 작게 썰어줘. 딸, 그 소스에 마늘 다진 것 좀 더 넣어줘."     

실수도 있었다. 나는 실수로 설탕 대신 소금을 넣었고, 남편은 고추를 너무 많이 넣어 매운맛이 강해졌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결국 접시에 담긴 요리는 완벽했다. 팟타이 면이 적당하고 나름 양념이 잘 배여서 이국적인 맛이 느껴졌고, 풍성하게 씹히는 재료 덕문에 먹을만했다.     

"와, 생각보다 맛있는데?"

완성된 요리를 먹으며 딸이 말했다.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어서 그런가?"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거실에 모였다.      

"엄마, 오늘 진짜 재밌었어. 다음에 또 다같이 해요."

딸이 내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그래, 다음엔 뭘 해볼까? 이탈리아 요리? 아니면 멕시코 요리?"     

남편이 말을 보탰다. 

"요리만 하랴? 이번 주말엔 가족 여행 어때?"     

"오, 좋아요! 어디로 갈까?"

딸들의 눈이 반짝였다.     

"음... 제주도 어때? 난 오름 트레킹 해보고 싶어."

내가 제안했다.     

남편과 딸이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엄마, 요즘 왜 이렇게 달라졌어? 어디 가고 싶다. 뭐 먹고 싶다 바로바로 말하는 거 진짜 좋은 것 신기해."    나는 미소 지었다. 

"그냥...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 우리 가족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고. 이제는 엄마 취향도 많이 알려주고 엄마 마음도 활짝 오픈하려고."     

남편이 내 손을 잡았다. 

"좋아. 우리 함께 새로운 추억 만들자."     

그날 밤, 우리 가족은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우며 밤을 지새웠다.      

피부 미용 기기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우리 가족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일상이 특별해지고, 평범한 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바뀌고 있었다.     

"여보, 고마워."

남편이 속삭였다.     

"뭐가?"     

"당신이 변하니까 우리 가족 전체가 변하는 것 같아. 정말 행복해."     

나는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동안 꼼꼼히 챙기지 못 했던 남편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고, 아이들의 속 마음도 이제는 보인다. 이제 내가 가족을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연히 알겠다. 어설프게 감성에 치여 멍을 때리고 시간을 버리고, 어두운 곳에서 못 나오고 헤매였던 내 세월과 지난 모습이 이제 눈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이전 08화 기계가 이상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