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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27. 2024

기계가 이상해

8. #추억_백개 #인생은_무한도전

8. #추억_백개 #인생은_무한도전     

"여보, 이거 봐. 우리 노트."

주말 아침, 남편이 오래된 노트를 들고 왔다.     

"어머, 그게 어디 있었어?"

호기심에 노트를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첫 여행이라는 제목이 있었다. 옆에는 남편의 빼뚤한 글씨로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적혀있었다.     

"기억나? 당신이 일정표 들고 다니다가 바다에 빠뜨렸잖아."     

"어머, 그랬었지! 그때 당신이 '이제부터 즉흥여행이다!' 하면서 좋아했잖아."     

우리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엄청난 파워 제이형인 남편이라는 걸 그때 벌써 알았어야 했다. 일정표를 출력하고 노트는 기본인 남자를 살면서 적응하기까지 조금 걸렸다.    

페이지를 넘기자 우리의 첫 집들이 사진이 나왔다. 

"와, 여기 봐. 우리 첫 아파트. 지금 생각하면 좁았는데, 그때는 궁전 같았지."

"맞아. 좁은 침대, 작은 이불로 맨날 발이 나와서 자면서 내가 짜증도 많이 냈어. 추운 공기까지 아직도 서늘하게 떠올라. 하하."     

"근데 지금도 그때만큼 행복해."     

남편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트 중간에 끼워진 영화 티켓을 발견했다. 

"이거 우리 첫 데이트 때 본 영화 아냐?"     

"맞아. 그때 팝콘 먹다가 당신 옷에 다 쏟았잖아."     

"아, 맞다! 그래서 영화 끝나고 옷 사러 갔었지."

"그 옷! 아직 장농에 있어 그거."     

추억을 하나씩 꺼내볼 때마다 웃음이 났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얼마 전 찍은 내 사진이 있었다. 

부스터프로를 들고 찍은 셀카였다.     

"어? 이건 언제 붙였어?"

"어제. 몰래 붙여놨지."     

남편의 장난기 어린 미소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여보, 우리 이거 계속 채워나가자. 앞으로 100개, 1000개 추억 더 만들자."     

"좋아. 근데 어떻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음...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건 어때? 이번 주는 서핑 배우기, 다음 주는 베이킹 클래스."     

남편의 눈이 반짝였다. 

"오, 재밌겠다. 좀 빡실 것 같긴 해도. 나 서핑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우리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서핑을 배우다 물 먹은 날, 베이킹 클래스에서 케이크를 태운 날, 밤하늘 별 보러 갔다가 길 잃은 날.      

매주 새로운 추억이 쌓여갔다.  그리고 색다른 추억도 없는 날은 그대로의 우리 사진을 모았다.    

때론 실패하고, 때론 웃고, 때론 감동하며 우리는 조금씩 성장했다.      

부스터프로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이렇게 큰 모험으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노트 마지막 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인생은 정말 무한도전이구나. 그리고 이 도전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야.     

"여보, 다음 주엔 뭐 해볼까?"

"음... 당신이 정해봐. 한라산 둘레길만 아니면 다 되니까."  

"그럼, 우리 같이 탁구칠래? 나 탁구채 잡아보고 싶어."

"그럼 내가 한 수 가르쳐줘?"

"그래, 좋아." 

"그럼 난 자기한테 스쿼트 자세 알려줄게." 

우리는 미소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새로운 모험을 향한 설렘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모를 일이었다. 3년 후즘 우리가 커플 바프를 찍을 지도 모르니까. 똑같고 지루하던 하루가 이제는 도전과 가능성으로 꽉 찼다. 이 모든 게 부스터 프로 덕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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