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봉기 Nov 19. 2023

방도

루이뷔통

세상에 말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많다. 착한 아내는 자신이 왜 췌장암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오히려 자기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남편은 왜 멀쩡하냐고 항변한다.


그 수수께끼 같은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고 미안해 있는데 함께한 여행자가 좋은 선물이 있다고 해서 바르셀로나에 한 곳뿐인 백화점에 갔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았는지 백화점에는 명품매장이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백화점 직원이 알려준 명품매장을 다시 찾아서 갔다.


아침 일찍이라 기다림 없이 매장으로 들어가니 우리를 담당할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그 옛날 마차에 실을 여행용 가방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한 가방을 둘러보고 있으니 담당 매니저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온다.


방도를 사러 왔다고 하니 방도 매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다양한 방도를 보여준다.


옆에서 스카프를 사던 한국인 손님이 우리를 보고 가장 클래씩한 방도가 좋다고 추천해 준다.


그렇게 아내를 위한 방도를 구입했다.


원래 대수술이라 8시간이 걸린다는 의사가 9시간이 넘어서 보호자를 찾는다.


9시간 넘게 아내를 수술한 의사는 아무래도 췌장암이어서 비장까지  자르겠다고 비장하게 말한다.


의사에게 동의하면서 나는 아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에 하염없이 울었다.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방도밖에 없어 하염없이 속 태우며 울었다. 그런 나와 아내를 위해서 방도를 샀다.


오늘 암투병으로 머리가 다 빠진 아내는 내가 선물로 준 방도를 하고 모임을 갔다. 아내가 지금이든 30년 이후든 아름다움을 유지하기를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마이엔펠트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