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 될 수 있는 회사

이마 추어와 프로

by 손봉기

회사로 돌아온 나는 합의를 통해 연봉을 올리고 영업을 재게 하였다. 그리고 한 명씩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서 여행사는 10명이 넘는 규모가 되었다. 당시 회사의 성장 동력은 유럽 배낭여행을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에 있었다. 여기에는 저렴한 항공권은 물론 현지의 숙박 및 교통 그리고 현지 여행 정보가 필수였다.


그런데 당시는 휴대폰은 물론 제대로 된 정보책자도 없는 시절이라 우리는 우리가 직접 만든 정보책자를 고객들에게 제공하였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정보책자가 두터워지자 더 이상 프린트물로 고객에게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출판하기로 했다. 나는 서울에 있는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출판을 의뢰했다. 당시 많은 출판사에서 이미 유럽 배낭여행 책자를 기획하고 있어 모두 퇴자를 놓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 달을 준비하여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 등 유럽 5대 박물관과 미술관 해설을 여행책자에 보충하고 음성파일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기획안을 가지고 다시 출판 의뢰를 하였다. 얼마 후 여행전문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자고 제안해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알짜배기 유럽>이다.


책이 나오자 부산에만 있었던 회사에 전국에서 여행 문의가 쏟아졌다. 우리는 곧바로 서울 강남에 조그만 사무실을 차렸으며 나 역시 난생처음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상 사무실을 차리자 문의가 없었다. 거의 3개월이 지나도록 신청을 받지 못했다. 초조한 마음에 서울에 있는 모든 대학을 다니며 포스터를 붙이고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때 힘없이 회사에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길가에서 아주머니들이 전단지를 나누어 주었다. 받아보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포털사이트에서 생소한 블로그를 만들어 보라는 광고였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포털 사이트에서 하는 키워드 광고를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포털사이트에 <유럽 배낭>이라는 키워드 광고를 우리 회사가 올리고 난 후 사람들이 그 키워드로 검색하면 우리 회사 홈페이지가 제일 위에 배치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우리 홈페이지로 들어와 상품 신청을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상품 신청과 상관없이 키워드를 통해 우리 회사에 클릭을 하는 순간 공개 입찰에 따라 작게는 80원에서 많게는 3천 원을 주어야 하지만 우리같이 작은 회사로서는 키워드 광고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키워드 광고로 고객은 점차 늘었으며 회사는 성장해갔다. 물론 홍보만 된다고 매출이 늘지 않는다. 그전에 경험이 많은 직원들의 상품기획과 상담 그리고 전문적인 업무처리 능력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회사 구성원들 역시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겁이 났다.


대부분 20대 후반이었던 회사 구성원들이, 젊은 시절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버는 직업이 좋겠지만 자식들이 성장하고 가장이 될 텐데 그때에도 가족을 돌 볼 수 있는 여행사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여행사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구성원들이 보다 탄탄한 회사에 입사할 기회가 있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나이가 많아 그 기회마저 잃어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모두에게 여기서 그만하자고 이야기했다. 아니면 정말 온 힘을 다해서 가장이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며칠 후 모두들 함께 가자고 했다.


우리는 앞으로 매년 연봉을 20% 올려 3년 안에 두배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인센티와 복지제도를 실시하며 그 비용을 벌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5년 동안 연봉은 2배가 넘게 올랐으나 회사는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했고 함께하는 구성원이 30명이 넘었다. 급격한 성장에는 무엇보다 내부적인 구성원들의 노력과 열정 덕분이었다. 하지만 외부적인 시장의 변화가 없었다면 이러한 성장은 불가능했다.


당시 여행시장은 패키지에서 자유여행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자유 원하면 24시간 가이드>를 모토로 하는 우리 회사의 단체배낭상품이 딱 맞아떨어졌다. 시대의 트렌드와 맞는 상품은 무엇을 해도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아무리 노력을 하여도 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라 부른다.


우리는 모두 기뻐하였지만 회사는 조금씩 쇠퇴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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