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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상처 주는 말

진심은 진실한 사람들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너답지 않은 모습으로 사랑받을 바에야 네 본연의 모습으로 미움받는 것이 낫다.
- 커트 코베인


말로는 잘 상처받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갈등 상황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갈등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나에게는 대체로 상처를 받냐 안받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가되냐 안되냐의 설명을 요하는 문제이다. 타당하다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 느껴지면 거부할 뿐이다. 내 의견이 거절당한다고 해서 내가 거절당하는 것이 아님을 잘 이해하고 있다. 상대가 원색적인 비난이나 심한 말을 한다고 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내가 원한다면 나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사람보다 높은 위치에 서서 그 사람을 내려다볼 수 있다.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인생은 나의 생각이 반사되는 거울과 같다. 인간은 참 간사해서,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사람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똑같이 업신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가 스스로를 취급하는 대로 따라서 취급한다.

뒤집어서 말하면,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인의 언행을 쓰레기통에 버릴지, 그저 너그러이 용서해 줄지는 나에게 달려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이 자신을 대하길 원하는 대로 타인을 대한다. 때문에 존중이 없는 메시지는 결코 존중으로 보답해 줄 수 없다. 그건 진실로 내가 존중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함부로 나의 존중을 줄 수는 없다.

불편함과 부당함을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 또한 거짓말이다. 내 영혼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절대 괜찮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거짓은 마음을 조금씩 좀먹고 세상을 썩게 만든다.

거슬리는 말들이 내 최선의 하루를 보내는 데 방해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 다른 사람이 하는 무례한 말 따위로 내 하루, 아니, 단 한 시간, 단 1분도 망치고 싶지 않다. 누군가 쏟아버린 입에서 나온 쓰레기를 왜 내가 주워서 가슴에 담아 간직해야 하는가? 그것 또한 철저하게 거절하겠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때문에 상처는 대부분 내가 나를 드러내기를 허락한 지극히 친밀한 관계에서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된다면 나는 언제든지 그 관계를 끊고 떠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허용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취급을 할 수 없다. 나의 삶을 침해하고 고통을 줄 수 없다. 내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면 그의 분노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상대를 자신의 화나 좌절감의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모든 시도는 물거품이 돼야 마땅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한 행동의 결과"라고 말했다. 꾸준히 쌓아 올린 생각과 태도가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고, 나는 나를 둘러싼 지금의 세계가 맘에 든다. 나의 세계는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세계가 아니다. 내가 선택한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인 현실이자, 나를 보는 그들의 시선이자, 그들과 함께 속해 만들어가는 나의 사회다. 내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과 삶의 방향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세 사람의 평균이 나라는 말이 있다. 가장 자주 만나는 세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들의 수입, 그들의 체중, 그들의 지식수준, 교육 수준, 문화와 교양,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태도와 가치관의 총합의 평균은 우리의 현재 모습과 상당히 비슷하다. 내가 함께하기를 허락받고 허락한 그들은 곧 나다. 우리는 주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는 존재다. 우리는 독립된 그 자체로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사랑한다. 지금 내가 함께 하는 그들과 그들로 인해 정의되는 내가 맘에 든다. 이 모든 것은 나를 함부로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는 결과다. 모두에게 나를 겪을 기회를 공평하게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다.

인간관계는 차별의 원칙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진심은 진실한 사람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선별하여 투자해야 한다. 대부분의 관계에서의 고난은 진실하지 않은 잘못된 사람들에게 진심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형벌이다. 스쳐 지나가는 모래알 같은 수많은 인연을, 상처주기 위해 하는 말들을 가슴 깊게 새겨 붙잡으려 해서는 안된다.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내 안에 무엇을 들일지, 함부로 허락해서는 안된다. 내가 받아들인 것은 곧 내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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