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79]
[Archive 079] 1997, Designed by Hyundai. ⓒ Dong Jin Kim
정몽구의 테라칸 사랑은 끔찍했다. 오죽하면 프로젝트명이 '회장님 프로젝트 (HP)'이었을까. 그에게 테라칸은 갤로퍼의 영광을 이어나갈 구심점이자 현대정공의 기술 자립을 알릴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테라칸은 개발과정부터 잘못된 프로젝트였다. 당초 갤로퍼의 후속 모델로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갤로퍼의 판매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현대정공은 테라칸을 갤로퍼의 상위 모델로 포지셔닝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언뜻 보면 라인업 확장도 노릴 수 있는 혜안처럼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투박한 오프로더에 '럭셔리'라는 터무니없는 허울을 덮는 것에 불과했다.
1997년 서울모터쇼에 출품된 LUV는 이러한 과도기적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Limousine Utility Vehicle'을 두문자로 따온 차명에서 알 수 있듯, 이 차량은 리무진의 고급스러움과 4륜구동차의 강력한 성능, 그리고 세단형 승용차의 도시적인 스타일을 조화시킨 다목적 차량으로 소개되었다. 당시 공도 테스트를 진행하던 프로토타입과 거의 동일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LUV는 2.5 (2,276cc) 리터 직렬 4 기통 터보 인터쿨러 엔진을 장착해 125마력을 발휘했다. 전자식 트랜스퍼 시스템을 적용해 주행 중에도 앞뒤 바퀴에 적절한 토크를 배분, 불규칙한 도로 조건에서도 안정적이고 안락한 운전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가 위성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과 최적의 주행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당시에는 플레그쉽 세단에서나 볼 수 있던 사치스러운 기능이다. 이러한 경향은 외부의 크롬 도금 파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LUV는 출품 이후 4년간 출시되지 못했다. IMF 사태로 현대그룹이 대대적인 계열사 정리에 나섰고, 이에 따라 현대정공 역시 현대차와 다시 병합되는 수모를 겪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있었던 프로젝트는 2001년이 되어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컨셉트카 시절 추구한 LUV 컨셉은 2006년 출시된 현대 베라크루즈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다행히도 후자는 테라칸과 달리 개발 초기부터 북미 럭셔리 시장을 공략하는 수출전략차로 포지셔닝되어 컨셉에 걸맞은 품질을 자랑했다.
전장: 4,650 mm
전폭: 1,800 mm
전고: 1,760 mm
축거: 2,750 mm
중량: 1,870 kg
1997.04.23~1997.05.04 : 제2회 서울 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불명
연합뉴스 '현대정공 컨셉트카 서울모터쇼에 출품' 1997-04-16
한국경제 '[단신] 현대정공, 컨셉트카 'LUV' 서울모터쇼 출품' 199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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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현대정공 인기차종LUV·갤로퍼·싼타모 출품' 199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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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97서울모터쇼 오늘 개막/어제 공개행사 보도진 500명 참석' 199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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