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42]
[Archive 042] 1993, Designed by Kia. ⓒ Dong Jin Kim
기아그룹은 대전엑스포를 몇 달 앞둔 1993년 중반 '환경위원회'를 신설했다. 환경위원회는 저공해 자동차의 대체 냉매를 개발하는 '환경기술위원회'와 사업장의 자원 재활용을 연구하는 '환경관리위원회'를 산하로 둔 일종의 혁신 부서였다. 물론 언론을 의식하고 환경친화적인 행보를 겉치레 삼아 보여주는 건 이 시기에도 여전했지만, 당시 기아는 문화체육관광부의 '93 대한민국 환경문화상'을 수상할 만큼 나름 그룹차원에서 친환경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동년 6월 3일에 업계 최초로 '환경을 위한 저공해자동차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그 진심의 산물을 공개했다.
이날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앞선 1992년에 공개한 태양광 자동차와 CNG 자동차, 그리고 앞서 다룬 프라이드 전기차와 세피아 전기차를 전시했다. 기아는 전기차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하여 부족한 주행거리를 보완하려는 시도를 이어나갔는데, 세피아 전기차에서도 이 시도는 계속되었다. 태양광 전지에다 니켈-카드뮴 배터리 24개를 탑재해 40km 정속 주행 시 1회 충전으로 150㎞를, 최고 시속 140㎞/h를 발휘했다. 엔진룸에 모두 장착해 기존 내연기관의 4인승을 모두 살렸고, 고출력 배터리에 무정류자 전동기를 맞물려 공조장치도 갖추었다.
이후 기아는 세피아 전기차를 자사의 대전엑스포 자동차관에 전시했다. 하지만 관람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선지 보닛을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다시 제작했다. 새롭게 교체된 보닛 덕택에 관람객은 배터리를 비롯한 갖가지 장치들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전시는 대전엑스포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지만 이후 기아사태가 번지며 전시는 중단되었고, 2005년 12월에는 아예 자동차관 자체가 철거되며 우주탐험관 창고에 방치되는 짐짝 신세가 되었다. 차량의 행방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2014년 보배드림에 폐건물을 탐험한 모 회원의 게시글 덕분이었다. 허름하게 방치된 차량들을 보고 경악한 회원들은 YTN 등지에 제보하면서 공론화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 세피아 전기차는 무관심 속에서 2016년경 폐차되었다.
책임 소재를 한 곳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저 겉치레로 '헤리티지'를 입에 올리는 현대차그룹, 그리고 대전엑스포를 한 줌의 추억거리로 전락시키는 대전관광공사, 모두 안타까울 뿐이다.
1993.08.07 ~ 1993.11.07 : 대전엑스포 출품
현재 소재: 불명 (폐차 추정)
매일경제 '기아그룹 환경위 신설' 1993.06.04
경향신문 '기아차 전기-태양광 혼용 자동차 개발' 1993.06.16
동아일보 '세피아 전기자동차 개발' 1993.06.26
매일신문 '기아자동차-시속150km 전기자동차 개발' 1993.06.26
조선비즈 '기아차 세피아 전기차' 1993.06.26
매일경제 '기아차 환경문화상 수상' 199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