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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치 Apr 30. 2023

손톱을 깎으며, 내리사랑과 치사랑

채널예스 <에세이스트의 하루> 기고

채널예스의 에세이 공모전에 뽑힌 뒤 연락이 왔다. 대상 수상자들을 모아 <에세이스트의 하루>라는 코너를 만들 계획인데 인당 2개의 글을 기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참여 여부를 묻는 메일에 기쁜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쓰게 된 두 개의 글. 첫 번째는 '손톱을 깎으며'이고, 두 번째는 '내리사랑과 치사랑'이다.


'손톱을 깎으며'에는 우리 할머니가 등장한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장면. 볕이 잘 드는 때에 할머니 손톱과 발톱을 깎던 이야기다. 큰언니가 맡아서 하던 일을 언니가 결혼한 뒤 내가 이어서 하게 됐다. 뭉툭한 손과 발을 부끄럽게 내밀며 미안해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힘든 때에 '짠'하고 꿈에 나타나준 할머니 모습까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런데 이 글에는 큰 오류가 있다. 셋째 언니가 알려줬는데 할머니는 여든 중반이 아니라 아흔 중반에 돌아가셨다;;;; 할머니, 기억이 고장 난 못난 손녀를 용서하세요.


https://ch.yes24.com/Article/View/44718



두 번째로 쓴 글은 '내리사랑과 치사랑'으로 아빠 이야기다. 곧 나올 첫 책을 보면 아빠가 퍽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단편적인 글을 모으다 보니 아빠의 다정한 면모보다는 잔소리쟁이 모습이 들어가 있다. 우리 아빠는 내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문날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꼭 데리러 오고, 막내딸이 대학생이 되어도 어린이날이면 용돈 3만 원을 보내주었다. 객지 생활하는 딸이 눈에 밟혀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그랬던 아빠가 조카들이 스무 살이 넘어가자 집안 행사에 슬슬 안 오는 것에 큰 배신감을 느꼈나 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데 아직도 조카들을 향해 애정을 날리는 아빠를 보면 웃기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아빠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짐한다. 내가 주는 사랑을 조카나 아들이 모르면 어떠랴. 사랑은 어차피 아래로 흐를 것이니 섭섭해하지 말자.



https://ch.yes24.com/Article/View/44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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