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사람이 집을 지으면 벌어지는 일

by 아치

다음 주에 우리 집 공사가 시작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속으로 ‘아, 큰일 났다’라고 외쳤다. 물론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괜히 걱정하는 마음을 내비쳐 상대방 기분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다. 반면 남편은 두 손을 부여잡고 “설렌다!”라고 육성으로 말했다. 눈이 반짝이고 입꼬리가 올라간 것으로 보아 정말 신나 보였다. 다시금 ‘얘는 나랑 태생부터 다르구나’ 느꼈다.


나는 왜 새로운 일을 할 때면 오만 걱정과 근심에 휩싸여 혼자 끙끙 앓을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내 모습이 한심해서 남에게 털어놓지도 못한다. 그러다 생각이 몸을 지배해 오한과 두통, 소화불량이 몰려온다. 나도 좀 배포가 크게 살고 싶은데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이렇게 가만히 숨쉬기만 해도 걱정이 퐁퐁 솟아나는 내가(!) 10년은 늙는다는(!) 집 짓기에 뛰어들다니!(물론 짓는 건 남편이 한다. 나는 옆에서 걱정을 담당할 뿐) 불구덩이에 뛰어든 나방처럼 땅을 계약한 날부터 내 걱정은 화르르 타올랐다. 마음에 드는 땅을 샀음에도 땅을 잘 산 건가(우리의 예산에서 벗어난 땅을 산 탓에 공사 시작도 전에 긴축재정에 돌입해야 했다. 하지만 집보다 중요한 게 ‘땅’이다. 집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땅은 위치가 좋으면 거래도 잘 되고 가치도 오른다. 지금은 땅의 위치와 풍경, 서울과의 근접성 등의 측면에서 매우 만족한다), 계약상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없었다), 바가지를 써서 비싸게 산 건 아닐까(싸게 산 건 아니다. 깎아줬으면 좋았겠지만 주변 시세만큼 주고 샀다) 걱정이 쉴 새 없이 몰려왔다.


잔금을 치르고는 더 이상 물릴 수 없는 큰일을 치렀다는 생각에 밤잠도 설쳤다. 뒤늦게 가입한 네이버의 유명 집 짓기 카페에는 땅을 사기 전 주의할 점 등이 촤르륵 있었다. 이제야 그런 글들을 접한 탓에 뭔가 실수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


계약금은 가진 돈으로 했지만 나머지 잔금은 어떻게 마련하지(다행히 대출이자가 지금처럼 비싸진 않아서 은행 대출을 적절한 이율로 받을 수 있었다), 잔금을 치른 날 등기를 바로 했으나 그사이 무슨 일이 있진 않겠지(아무 일도 없었다. 일주일 뒤 등기권리증은 무사히 도착했다), 옹벽이 대지 경계를 넘어갔으면 어쩌지(이 문제로 2주간 잠을 못 잤으나 측량 결과 오히려 경계점 안으로 넉넉히 들어왔다) 등등.


(좌) 등기는 문제 없이 처리되었다. (우)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측량날


이렇게 수많은 난관과 걱정을 헤치고 왔는데 더 큰 걱정거리인 ‘집 짓기’ 앞에 도달한 것이다. 즐거운 축제라면 축제고,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고행이 될 큰일 앞에서 내 마음은 괴로운 쪽으로만 널뛰기를 했다. 다행이라면 남편이 반대쪽 널빤지에서 싱글벙글 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랄까. 남편은 건축 일을 해서인지 “문제없는 현장은 없다” “어떻게든 해결은 된다. 돈과 시간이 들뿐”이라며 나만큼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물론 문제가 터지면 일을 하다가도 군청으로 내달려야 했지만.


여러 설계 안 가운데 드디어 최종안이 확정되었다.


남편이 군청으로 향할 때마다 걱정은 또다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잔금은 대출을 받아 해결했지만 건축비는 어떻게 충당하지?(몇 년째 안 팔리던 은평 집이 우리가 바라던 시점에 팔렸다. 그 돈과 대출을 더 받아서 일단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공사 말미 돈이 모자랐는데 남편이 현상 설계에 당선되어 목돈이 들어왔다)

견적이 너무 많이 나오면 어쩌지? 코로나로 자재 값도 엄청 올랐다는데?(우리도 2021년 자재 값 상승으로 인해 애초에 계획했던 예산보다 5퍼센트가 더 초과됐다. 그런데 2022년 현재 자재 값과 인건비가 15퍼센트가량 더 올랐다고 한다. 작년에 안 지었으면 올해는 더더욱 못 지었을 거다)


더웠던 여름 공사 현장


우리 양옆은 집이 들어서서 사람이 살고 있는 만큼 공사 기간에 소음과 분진 등으로 불편할 것이다. 우리 집 공사할 때 이웃에게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지?(소소한 컴플레인은 있었지만 관공서에 공식적으로 들어간 민원은 없었다. 비슷한 시기 집을 지은 다른 사람은 정당한 공사에도 이웃으로부터 민원을 받고 쓰레기 투척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우린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지으면서 시공사와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인터넷 보면 막 도망가고 연락도 안 된다고 하던데?(최저가에 혹하기보다 잘하는 분을 만나면 된다. 우린 패시브 주택을 목표로 지었기 때문에 패시브협회에 등록된 시공사에 맡겼다. 일반 시공사보다는 조금 더 비싸지만 공사 기간 내내 속을 끓이는 것보다 낫다)


10월이 아파트 전세 만기인데 이사 날짜를 맞출 수 있을까?(처음엔 보름 정도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장마 기간에 공사가 중단되고, 보일러 설치가 늦어지고, 시공사 일정과 맞지 않아 빠듯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파트 집주인의 배려로 11월 중순으로 이사 날짜를 늦출 수 있었다)


이삿날. 남편은 배송 온 가구를 조립하느라 정신 없다.


땅을 계약한 날부터 날 괴롭히고 잠 못 들게 했던 걱정 대부분은 ‘기우’에 불과했다. 실제가 되어 나타났던 몇몇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내 마음을 깊이 파이게 한 일도 있었고, 상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긴 일도 있었다. 그래도 사람이 다치거나 하는 일은 아니었으니 다행이다 싶다.


남편은 자기는 건축가라 공사 과정을 알고 시작했는데도 때때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건축과 멀리 계신 분들이 자기 집을 지으려고 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만큼 집 짓기는 흥분되는 일이면서도 결정해야 할 것도 많고, 책임질 일도 많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나 역시 휘몰아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친 날이 많다.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넉넉한 일정으로 진행하면 걱정했던 일들이 실제로 나타나도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걱정 끝에 가족의 취향과 삶의 태도를 반영해 지은 집에서 사는 기쁨은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해준다. 집 짓기가 끝난 지금, 걱정은 고이 접어두고 온전히 이 계절을 즐겨본다.



"저기 물까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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