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5 Budapest
여행 2일 차.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
새벽 식사 이후 눈을 감지 않는 둘째 아들 덕분에 아빠는 거의 잠을 못 잤다. 그리고 7시 정도 세현이가 잠에서 일어났다. 원래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 나도 세현이도 배가 고프다. 바로 아내를 깨워 아침을 먹으러 가기로 한다. 온이는 아직 자고 있었기 때문에 유모차에 태워 가기로 했는데, 유모차로 옮기는 순간 온이도 잠에서 깬다. 어차피 아침을 먹어야 하니 기왕 잘되었다. 우리는 걸어서 호텔 로비의 식당으로 향했다.
호텔 1층 레스토랑 창문 밖 경치가 정말 예술이다. 말로만 듣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을 길 건너편 시야에 두고 식사를 할 수 있다니. 마침 식당에 사람도 많지 않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한다. 유럽에서의 아주 오랜만의 호텔 조식. 음식이 다양하진 않지만 알차다. 아이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조식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바람에, 호텔을 검색할 때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곳을 찾게 된다. 오랜만에 접하는 호텔 식사에 아이들도 만족하는 눈치다. 네 가족 모두 빵과 과일, 시리얼, 음료 등을 실컷 먹었다.
오늘 아침 식사가 더 좋은 건 시간에 쫓기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여행을 다니다 보면, 시간 계획 때문에 아침 식사는 시간에 쫓기기 쉽다. 특히 아이들을 챙기면서 아침 식사까지 하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또, 이 도시에서의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더 쫓기기 마련이다. 여행 중 마음이 급하고 아쉬운 이유는, 아마도 다시 못 온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은 아닐지. 하지만 우리 가족은 다시 부다페스트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유럽에 갈 때 인-아웃 도시를 다르게 정하는 것이 시간도 돈도 절약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같은 도시로 정해놓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여행을 할 때는 더욱이. 서두르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
방에 올라와 외출 준비를 시작한다. 어제 오후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을 땐 날이 흐려 조금 걱정했는데, 오늘 날씨는 아주 완벽하다. 겨울에 여기까지 왔으니 추운 건 각오하더라도, 날이 흐리거나 비나 눈이 올까 싶은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창밖 풍경으로 확인하기론 여행하기에 아주 완벽한 날씨처럼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날씨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단단하게 무장을 한다. 여행 전 친한 선생님이 추운 겨울 멀리 여행 가는 동생 가족이 걱정되었는지 모자를 선물해주셨다. 나와 아내는 더 추운 서울에서도 안 쓰던 털모자까지 착용하고 길을 나선다. 아이들은 경량 패딩을 안에 입고 겨울 잠바까지 착용.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이 돼서 마스크까지 준비했다. 이 정도면 하루 동안 버틸 수 있겠지? 뭐 다니다 추워서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호텔로 들어올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다뉴브강 변을 따라 세체니 다리까지 걸어가는 길. 강을 옆에 두고 있어 바람은 심하지만, 햇살도 풍경도 그저 좋다. 걸으며 여행 온 기분을 만끽하면서, 아내와 오늘 일정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우리 부부의 첫 번째 선택은 바로 쇼핑. 유럽 여행을 오면 우리 부부의 욕망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몇몇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저렴한 화장품, 약품, 옷을 쇼핑하는 일이다. 유럽 많은 도시에서 다양한 SPA 브랜드 옷을 국내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세일 기간이니 금상첨화. 검색하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쇼핑몰 안 ZARA는 10시쯤 오픈한다고 한다.
조금 걷다 보니 세현이가 트램을 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지, 아니면 처음 보는 모양새의 트램이 어서 타보고 싶었을까. 하지만 벌써부터 트램을 타기엔 다뉴브강의 햇살이 너무 좋았다. 따스한 햇볕을 머금은 강변을 걷고 싶은 욕심에 부모는 조금만 더 걷자고 아이를 설득한다. 마침 부모에겐 아직 환전을 못 해 현금이 없다는 좋은 핑곗거리가 있었다. 현금이 없으니 탈 수도 없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페스트 지역의 환전소까지만 걷자고 설명했다.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온이가 유모차를 안 타겠다고 떼를 부리기 시작.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 빈 유모차를 끌고, 다른 손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힘겹게 세체니 다리를 건너기 시작한다.
환전소에 들러 부다페스트에서 사용할 돈 일부를 환전했다. 여행 중 카드 사용이 가능한 곳에선 대부분 카드를 사용하기에 환전은 언제나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원칙.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카드를 써서 마일리지를 더 많이 적립하고 싶을 뿐.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우리는 진짜 첫 목적지인 쇼핑센터로 갈 수 있는 교통편을 검색했다. 부다페스트에 몇몇 대형 쇼핑몰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최대한 동선을 짧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Allee Mall에 가기로 정했다.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려 쇼핑몰에 도착했다. 페스트 지구와 비교해 구도심 느낌이 나는 부다 지구에 있는 최신식의 쇼핑몰. 어색했지만 추운 겨울 따스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우리에겐 그저 감사한 일이다. 쇼핑몰 안에는 우리가 가고 싶었던 ZARA와 dm 등 다양한 상점이 존재한다. 구경하기에 앞서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바로 몰 내에 있는 푸드코트로 향했다. 우리 같은 가난한 여행자들에게는 푸드코트만큼 합리적인 식사 공간이 또 있을까. 다양한 종류의 식사를 한 자리에서, 그리고 비교적 타인의 눈치를 덜 봐도 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아이들과 함께 먹기 위해 치킨가스와 토마토 스파게티를 주문한다. 온이는 면 요리만 보면 다 짜장면이라 부른다. 2년 전 여행에서 이제 갓 돌 생일을 보낸 둘째 녀석 먹거리가 참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어느덧 많이 커서 웬만한 음식은 다 소화할 수 있다. 우리 부부가 밥 보이(Boy)라고 부를 정도로 꼭 밥을 먹어야 하는 줄만 알았던 이 녀석이 밀로 만든 면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짜장면이라 부르는 면 요리라면 내재해 있는 본인의 식탐을 온전히 드러낸다. 여행 중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제약이 없어지니, 밥 먹는 시간이 한결 수월하긴 하다. 오히려 워낙에 식욕이 적은 첫째 녀석이 걱정이다. 그나마 서양 음식을 좋아해서 다행이지. 한국에서도 그렇듯 푸드코트 음식이 아주 맛있는 건 아니지만, 쾌적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낮잠을 재우기로 했다. 여행 중 아이들 낮잠을 재우고자 하는 이 순간 마음이 복잡해진다. 아이들이 과연 빨리 잠들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부모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자유시간에 대한 기대까지. 바라기는 동시에 잠들어서 동시에 깨는 그림을 그려보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새벽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순순히 잠들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유모차를 끌기 시작. 감사하게도 첫째 녀석은 금세 잠이 든다. 한고비를 넘기고, 이제 둘째 녀석만 재우면 되는데 금방 잠들 거 같지 않다. 한참 옷을 구경하다가 우리도 조금 피곤이 몰려와 1층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잔이나 시키고, 거의 음료를 다 마실 때가 돼서야 온이 녀석이 잠이 든다.
이제야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와 아내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음료를 입에 머금기 시작한다. 하지만 5분 정도 지났을까. 세현이가 잠에서 깼다. 녀석 몸이 이제는 부쩍 커버려서 유모차에서 자는 것이 영 불편한 눈치다. 어렸을 때는 유모차에 눕히고 건들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잘 수 있었는데, 이젠 쉽지 않다. 부모의 자유시간이 이렇게 짧아지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늦게 잠든 온이 때문인데, 먼저 일어난 첫째에게 싫은 소리를 하게 된다. 아니다, 누구 탓이 있으랴. 시차 적응이 그만큼 아이들에게도 힘든 것이겠지. 아들 녀석들 자는 문제는 여전히 어렵다.
수면 문제로 또다시 불편한 순간이 지나가고, 역시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참 어렵고 불편하다고 새삼 느끼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 혼자 살아가기도 힘겨운 세상에서, 만남 전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새로운 가족이 생기기까지. 결혼 전. 결혼 후 아내와 둘이서 지낼 때. 첫째를 만났을 때. 그리고 둘째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삶의 연속이다. 물론 아이 하나여도 똑같이 힘들고 고충이 있을 터. 하지만 큰아들 하나만 키울 때를 돌이켜보면 둘을 키우다 보니 내 삶에 더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들이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더 강력하게.
물론 둘이라서 감사한 일도 많다. 아니, 나는 자식 하나보단 둘이 낫다고 믿는 사람이다. 아이 하나만 나아 남 부럽지 않게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또, 부모로서 내 모습을 돌아봐도 솔직히 아이 둘 키울만한 역량이 되는 건 분명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 하나보단 둘이 낫다고 믿는 이유는, 아이들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자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이 다투는 모습을 보면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두 녀석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세상 다 가진 기분이긴 하다. 다투면서 서로 의지하고, 없으면 찾는 모습을 보면 그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한 단면을 발견한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그 관계 속에서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부모의 자유시간이 고작 10분 남짓인 건 참으로 속상하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닌가. 적어도 마음이 그걸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말이다. 이처럼 육아의 과정은 결국, 그 기나긴 여정 속에서 내 감정의 수많은 변곡점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우울해지는 내 감정의 나약함. 반복되는 감정 소모 과정에서 내 내면의 나약함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비로소 배워나가고 있다. 그 배움이 때로는 너무 아파 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드러날 나약함이라면, 그래도 가족 안에서 알아가는 게 더 낫겠지. 그리고 그 배움의 끝은, 아마도 나이 들어 눈을 감게 되는 그때가 아닐까.
단 30분이라도 편하게 앉아 커피 마시고 싶었는데. 잠에서 깬 첫째 녀석은 부모만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고 뭐라 하기 시작한다. 앞에 놓인 비싼 커피 두 잔의 흔적 때문에, 아이에게 안된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결국 우리는 세현이 음료와 각종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몰 2층의 dm으로 향했다. 둘러보는 중 온이도 잠에서 깬다. 그러고 보니 시계는 어느새 15시를 가리킨다. 사고 싶은 건 많았지만 dm에서의 시간을 적당히 마무리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한다. 아직 시차 적응도 덜 되고, 피곤하기에 해지기 전엔 호텔로 들어가고 싶었다.
우리의 다음 코스는 바로 부다 성과 어부의 요새. 구글 검색을 하니 다행히 쇼핑몰 바로 앞에서 트램을 탈 수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기에 밖은 꽤 추워 보였다. 우리와 아이들 옷을 단단히 여미고 다시 길을 나섰다.
부다 성과 어부의 요새는 꽤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높은 지대까지 데려다 줄 버스 등 수단이 있기에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아내와 어떤 루트로 갈까 고민을 하다, 그래도 한 번쯤은 푸니쿨라를 타보자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지간해선 이런데 돈 쓰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우리 부부이다. 분명 여행 중 돈을 써서 얻을 수 있는 편함이 있지만, 그보다는 돈을 아끼며 여행하는 데에 보다 희열을 느끼기에 주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히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며 많이 변하긴 했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행 첫날, 다소 늦은 시간. 지금 상황이 꼭 그렇다.
부다 성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는 세체니 다리 앞에서 탑승할 수 있다. 도착 후 티켓을 구입하고 줄을 섰다. 생각보단 기다리는 손님이 많다. 온이 녀석은 계속 졸리는지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 차례가 되어 탑승 완료. 높은 지대까지 푸니쿨라 덕분에 손쉽게 올라왔다.
여행 전 부다페스트에서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참고할만한 블로그를 많이 찾아보았다. 전문 사진기사의 사진 기술과, 훌륭한 외모의 일반인 모델들이 만들어낸 사진은 참으로 멋졌다. 그들 중에서 우리 부분의 눈을 사로잡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해가 지면서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어부의 요새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미리 봤던 모습 그 이상이었다. 내 마음은 바로 오늘이 사진을 찍을 적기라고 외친다. 그저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작품 사진이 만들어질 거만 같다.
감탄 속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돌아보니, 오늘은 아닌 거 같다고 단번에 깨닫게 되었다. 한국이었다면 이미 한창 자고 있어야 할 시간 아닌가. 이 시간까지 잘 버텨준 것만 해도 아이들을 이미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다짐이 아니라, 우리는 2주 후 이곳에 다시 와야만 한다. 그땐 시차 적응도 다 되어 있을 것이란 확신도 있다. 덕분에 한껏 누리고 싶은 멋진 풍경을 눈앞에 두고, 우리는 발길을 숙소로 옮길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검색해보니, 걸어가도 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나온다. 우리는 들어가기 전 마트도 들를 겸 걷기로 했다. 꽤 가파른 경사로였지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일에선 우리 부부 모두 나름 전문가이다. 아이들은 유모차에 앉아 영상을 시청하고, 나와 아내는 멋진 가로등 아래 부다페스트 거리를 걷는다. 어느새 호텔 인근 Batthyány tér 역 근처 Spar 마트에 도착. 우리는 간단한 간식과 음료, 빵을 구입하고 바로 길을 나섰다. 마트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 강 건너에 국회의사당이 자리 잡고 있다. 날이 좋아서일까, 말로만 듣던 부다페스트 야경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걸어가며 간단히 사진 몇 컷 남기고, 호텔로 무사히 복귀했다.
앗, 방에 들어와서 보니 마트에서 결제가 무언가 잘못되었다. 빵 하나가 결제에서 빠진 것이다. 아내가 저녁으로 먹을 짜장라면을 준비하는 사이, 내가 다녀오기로 한다. 마트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다시 가야 한다는 귀찮음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직원에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다행히 나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했지만, 빵과 영수증을 보여주니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이해하고 잘 처리해주었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다. 돌아오는 길, 혼자 국회의사당을 잠시 감상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7시가 다 돼서 아이들은 쓰러지듯 잠이 든다. 아내와 나도 퍽 피곤했다. 씻고 바로 자고 싶지만, 내일은 아침 일찍 독일로 이동하는 날. 부지런히 짐 정리를 시작한다. 부다페스트에 잠시 있다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하기에 짐을 최소한으로 푼다고 했는데도, 짐 정리는 늘 힘들다. 밤 9시, 나와 아내도 겨우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여행의 시작 날. 피곤하지만, 정말 알차게도 다녔다. 사실 부다페스트의 중요한 지역은 다 둘러본 셈이다. 생각보다 추웠지만, 부다페스트의 풍경은 생각보다 더 멋졌다. 한국에서 막연하게 부다페스트 여행을 계획했을 때보다, 잠시 맛보고 나니 다시 돌아올 부다페스트 여행이 더 기대된다. 2주의 시간, 또 다른 멋진 도시를 둘러보고 다시 돌아올 이 도시를 고대하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