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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Mar 07. 2023

구멍 뽕뽕 아들의 신발

벌써 일곱켤레째 아들의 새 신발을 산다.

 벌써 일곱켤레째 아들의 새 신발을 산다. 정확히 아이가 영국에 와서 학교를 다닌지 1년 4개월만이다. 이쯤되니 새 신발을 사기에 앞서 구멍이 뚫리고 앞이 너덜너덜해져 차마 볼수 없을 정도로 헤진 신발을 쓰레기 봉투에 넣는것이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을 정도다. 걷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신발을 사줬지만 늘 발이 커져서 새 신발을 사주었는데 여기와서는 발이 크기도 전에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신발의 상태때문에 새 신발을 구입한다. 신발 값이 그리 싸지도 않은데..이렇게 기술과 원재료의 질이 발전한 요즘 같은 시대에도(ㅋㅋ) 신발이 이렇게 헤질 수도 있다니 참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것이 많구나 싶다.


한국에서는 등교 후 실내화로 갈아신고 학교생활을 하는 것과 다르게 여기는 밖에서 신던 신발을 신고 그대로 교실로 들어가 생활한다. 교복을 입는 날엔 구두를, 체육을 하는 날은 운동화를 신게 하는데 색깔은 반드시 올블랙이어야 한다. 신학기를 앞둔 7~8월과 연말이 되면 Tesco 같은 큰 마트들은 아이들 교복과 신발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두고 판매한다.

처음에는 신발을 그대로 신고 생활하는 걸 어색해하던 아이도 금세 적응해 오히려 밖에 나갈때마다 갈아신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고 했고, 나 역시도 주말이 되면 실내화를 세탁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문제는 아이가 아침부터 오후까지 하루의 절반을 같은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데다, 한국학교와는 다르게 비가오나 눈이오나 무조건 교실 밖으로 나가서 놀아야하는 playtime이 20~30분씩 세번이나 있다보니 신발이 아이의 활동량을 감당하지 못한다는데 있었다. 분명 새신발을 산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신발은 몇년의 시간이 지나버린 모양을 하고 있었으니...구두와 운동화를 번갈아가며 신겨 보기도 하고, 좀 값이 나가는 신발을 사보거나 아예 가격이 정말 저렴한 신발을 사보기도 하는 등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으나 결과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학교를 다녀올때마다 신발은 하루가 다르게 낡아가고 있었다 ㅋㅋ


여느때와 같이 아이의 신발을 들여다보며 '조만간 또 신발가게를 가야겠군...' 생각하다 문득 아이의 하루가 머릿속으로 빠르게 그려졌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이후로 아직도 아이들은 축구에 빠져있는데 그래서인지 신발 교체 주기가 부쩍 더 빨라진 것 같기도 하다. 하루종일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잡기놀이도 하느라 신발이 이 고생이구나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면서도 왠지 이 낡아가는 운동화가 아이가 또래들 사이에 적응하려 애써온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친구들이 가끔 올때마다 처음엔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꺼라며 자기도 그랬다고 가볍게 지나가듯 말하곤 하는 그 대화속에서 낯선 땅,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고군분투 해온 아들의 고단했던 학교 적응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곤 했다. 신발이 빨리 낡아진다고 볼멘소리 할 것이 아니었구나... 그만큼 아이는 친구들과 부대껴가며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리라. 참 뒤늦게도 깨닫는다.

내가 따라다니며 아이의 학교생활에 일일히 관여할 순 없지만 대신 늘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이의 새 신발을 즐거운 마음으로 구입한다. 이 일이 내가 아들의 학교생활을 응원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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