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위내시경 받은 후기
영국에서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염려되었던 것이 '건강검진' 이었다.
특별히 나는 위에 (양성이지만) 여러개의 혹이 있어서 1년에 한번씩 위내시경을 통한 정기검진을 권유받은 상황이었다. 영국에 나오기 직전 건강검진을 받았기에 영국에 온 이후로는 기억에서 잊고 있다가 여기 온지 1년이 지나고 6개월이 다 되어가자 그제서야 위내시경 해봐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시경 또한 영국공공의료(NHS)를 통해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속이 아파 데굴데굴 구를 정도가 아니라면 절때 위내시경 같은 걸 해줄 리가 없다는 것을 그동안 살면서 생긴 눈치로 알았고 무엇보다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이 많을 것이기에 우리가 가입되 있는 사보험을 이용해 사립병원에서 내시경받기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여기는 뭐든지 가까운 GP를 방문해 먼저 가정의학과 전공의에게 1차 진료를 보고 의사가 의뢰서를 써줘야만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가능하다. 위내시경도 마찬가지. 왜 위시경을 받아야 하는지, 증상이 어떤지 등을 보고 GP에서 검사의 필요성을 먼저 판단하는 것이다. 공공의료시스템 상 2차 병원으로 갈 환자를 미리 선별하는 과정이겠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적응 안되는 불편함이다. 나는 다행히 한국에서 영어로 번역된 검진결과 등을 준비해왔고 그 덕에 여러 말 할것 없이 금방 의뢰서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공공의료 GP였다면 더 까다로웠겠지만, 돈을 지불하고 진료받는 사립 GP의 특성상 의뢰서를 안 써주는 일이 드물긴 하다.)
영국에서는 위나 대장을 비수면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사립병원이어서인지 수면을 원한다고 하자 '물론 가능하다' 는 답변을 받았다.
수면으로 진행할 시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조건은 한국과 같았다. 남편과 함께 검진 날 병원을 방문했더니 간호사가 친절하게 대기장소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독립된 공간에는 '오직 나 혼자' 사용하는 화장실과 텔레비전, 침대와 옷장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줄지어 쇼파에 앉아 대기 후 끊임없이 돌아가는 공장 벨트 위에 누워 차례로 내시경을 받는 느낌이었는데 타국에서 이런 호화스런 대접이라니? ㅋㅋ 주삿바늘 하나 꼽아준 후 간호사가 끊임없이 외치던 "Are you ok?" 를 듣다 몇발자국 되지도 않는 거리의 내시경실을 이동침대에 누워 아주 편하게 이동했다. 친절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해 준 의사가 수면 내시경에 필요한 주사를 놓았고,
다시 깨어보니 아까 그 대기장소에 누워있었다.
간호사가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는 미리 준비된 식사를 이렇게 침대로 가져다 준다. 우유를 넣은 홍차와 함께 먹은 샌드위치는 내시경때문에 자정부터 금식한 내게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되어주었다.
뭐든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영국답게 수면에 필요한 약이 한국에 비해 굉장히 약해, 눈을 뜨고 검사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몽롱한 상태로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정도의 수면내시경만 가능하다고 해서 좀 긴장이 되었는데 나는 뭐가 좀 약한건지 아예 완전 잠들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을정도여서 한국에서 받는 내시경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영국 사립병원 수면 내시경 검색을 해보아도 검색되는 결과가 거의 없어서 혹시나 내 글이 영국에 살고 계시는 독자분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브런치에 남겨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영국 사립병원에서는 원하면 수면 내시경이 가능하다. (물론, nhs에서도 원하면 가능하고 실제 수면으로 받았다는 분들의 후기도 종종 보았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의 극치인 장소라 여겨지는 사립병원답게, 한국보다 더 편안하고 고급스런 서비스를 받으며 아주 마음 편안히 위내시경을 받을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딱 한가지,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뿐. 검진 자체도 정말 상상초월 고가에, 검진하고 일주일 후 결과를 들으러 갈때도 꽤 높은 진료비를 지불해야만 한다. 비용이 높은 편에 속하는 검사라 그런건지 결과를 본 의사가 내가 갖고있는 혹은 100% 양성물혹이고 악성으로 바뀔 확률이 없으니 이 사항으로 위내시경을 할 경우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년 사이즈를 재어봐야 한다는 한국과는 다른 진단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마저 최소한의 검사와 의료서비스를 추구하는 영국답구나.. 싶었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