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별 Aug 02. 2023

길고 긴 여름방학, 뭘 하고 지낼까?

영국에서의 여름방학. 

  드디어 여름방학! (공립학교 기준) 7월 셋째주에 방학이 시작되어 9월 첫주가 되어야만 개학한다는 그 길고 긴 영국의 여름방학이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심지어 사립은 7월 초에 방학이란다 ㅋㅋㅋ 한국은 여름보다는 겨울방학이 긴 것으로 들었는데, 여기는 사실상 겨울방학은 크리스마스 절기에 맞춰 쉬는 2주 정도가 끝이라 겨울방학이라 부르기조차 좀 애매한 느낌이다. 처음엔 너무 춥게만 느껴지는 1월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자니 너무 마음이 쓰여서 내복에 겉옷도 두개나 입혀보냈는데 추운 겨울엔 학교에 가는것이 아이에게 더 좋은 일이라는 걸 살면서 깨닫게 됐다. 겨울엔 집안도 너무 추운데 한국처럼 난방을 입맛대로 할 수도 없고, 4시면 해가 지니 딱히 아이들을 데리고 어딜 나가는 것도 마땅치 않다. 차라리 아이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들어앉은 교실이 훨씬 더 따뜻하고 뛰어놀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니... 이쯤되면 겨울방학을 짧게 잡은것은 아마도 영국인들 나름의 생활 속 지혜가 아닌가 싶다.


여름방학만 길어 한국보다 수월하겠다고 생각하시면 그것은 오산이다. 2월과 5월, 10월엔 일주일씩 하프텀이라는 방학이 있고, 4월 부활절기에는 2주간의 Easter Holiday 기간이 주어진다. 거기다 중간중간 Bank Holiday라는 원데이 공휴일이 껴있는 것은 덤. 그야말로 맘 잡고 공부 좀 해볼라치면(?) 방학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아이들 하프텀에 맞춰 휴가를 내는 것이 가능한 영국 직장의 경우 그때 맞춰 가족여행을 가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의외로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공식적인 공휴일에만 쉬는 직장도 적진 않아서 보통 하프텀때는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달 반이라는 이 방학기간은 나 뿐 아니라 영국 엄마들에게도 꽤 골칫거리다. 특히 직장을 나가는 엄마들의 경우엔 더하겠지...우리 학교의 경우엔 방학을 대체할만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서 엄마들이 따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처럼 학원차가 여기저기로 실어나르는 시스템이 없는 대신, 방학이면 summer camp가여기저기서 많이 운영되는데 체육활동(테니스, 골프, 축구 등등)부터 영어공부만 하루종일 할 수도 있는 아카데믹한 캠프까지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시간도 하루 몇시간에서 하루종일까지도 있을 수 있고 매일 가지 않고 원하는 요일, 원하는 기간에만 갈수도 있어서 정말 편리하다. 문제는 역시 돈. 여름캠프가 결코 싸지 않아서 종일을 매일 보내기엔 각각의 사정에 따라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듯 하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수준인지 뭔가 '목표달성을 해주는' 수준인지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여름방학기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여기도 아이들의 학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곳 아이들은 6학년이 되면 중학교 진학을 위한 11+ 라는 시험을 치르는데, 그 시험의 난도가 만만치 않고 좋은 학교일수록 입학 시험이 어려우므로 시험을 치르고자 마음을 정한 아이들은 빠르게는 4학년부터 입시준비를 시작한다. 11+ 시험을 준비하는 고학년 아이들에겐 학교 수업도 없고 특별한 방학숙제도 없는 긴 여름방학은 정말 좋은 기회이다. 


몇년 후에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우리같은 경우에도 긴 여름방학은 가뭄에 단비같은 시간이다. 11+ 시험을 치르진 않지만 한국의 학교로 돌아가야하니 한국 교과공부를 절때 무시할 수가 없는데 평소엔 이곳 학교수업과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니 정말 쥐어짜도 만족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첫 여름방학때는 나 또한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이 되었는데...밀린 한국 공부를 시키면서부터는 오히려 이 긴 방학이 짧게만 느껴진다. 그렇다고 공부만 하는것도 아니라서 틈틈히 여름휴가도 가고, 여행도 가다보면 정말 이 좋은 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긴 방학동안 엄마인 나도,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도 24시간을 붙어앉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보내야 하지만 돌아가면 영국의 긴 여름방학이 늘 생각날 것 같다. 늦게까지 떠 있는 해도, 중간중간 틈틈히 떠나는 여행도..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이가 커갈수록 그 가치를 진심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현실은 돌밥(돌아서면 밥!)에 끊임없이 서로 투닥대긴 하지만 말이다.ㅋㅋㅋ 

아이가 운동레슨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 6시. 대낮같이 환한 영국의 여름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