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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Sep 02. 2023

자연과 도시를 모두 즐긴 일석이조의 휴가.

스코틀랜드 여행

  한국에서 일년 중 가장 길게 쉴 수 있는 휴가는 바로 여름휴가. 영국에 와서도 한국인인 우리에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여름휴가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스코틀랜드를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스코틀랜드는 영국에 온 이상 왠지 귀국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있는 곳인데 런던에서 차로 기본 7~8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 평소 짧은 휴가 기간엔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7박 8일의 휴가라면 그래도 좀 여유가 있을것이고, 위치 상 북쪽에 있으니 아무래도 겨울보단 여름이 여행하기엔 최적일 것이니 이러나 저러나 여름에 스코틀랜드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한번에 스코틀랜드로 바로 가긴 이동시간이 좀 부담되어 잉글랜드의 Lake district(호수마을)에서 1박을 하고, 그 다음날부터 스코틀랜드 일정을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봐야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나 어쨌든 United Kingdom이니 뭐 얼마나 다를까, 잉글랜드의 자연도 꽤 좋은데..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결정적으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정말 다르구나 느낀 건 차장 밖으로 흔하게 보이는 높은 산들 때문이었다

잉글랜드는 산이 없다. 늘 평평한 대지(?)만 보다가 오랜만에 햇살을 받으며 솟아있는 산을 보니 울컥 반가운 마음이 올라왔다. 갑자기 한국 생각이 나기도 했고.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들이 타고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가 지나다니는 Glenfinan. 
Island of Skye의 퀴랑 하이킹
요정들이 목욕하러 온다는 스카이 섬의 Fairy Pools


우리는 4일 정도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와 스카이 섬에 머물렀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모습 그대로 무심한 듯 펼쳐진 풍경 속 '날것 그대로의' 모든것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이런 점들이 작년 여름에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갔었던 스위스의 그 '자연' 과는 차이점을 느끼게 했다. 


스코틀랜드의 자연은 로마에서 느낀 웅장한, 남성적이고 거친 자연이라면, 스위스의 자연은 파리에서 본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운 면을 가진 예쁜 자연이라고 표현해야 적절할까... 여튼 스위스의 모든 곳은 철저히 관광을 위해 사람의 손이 닿아있다면 스코틀랜드는 '올 거면 오고, 안 올거면 말고' 식의 명소들이 많았다. 스위스 산들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도 트래킹 하기 좋은 길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산악기차와 케이블카가 정말 많아서 사실상 이런 교통수단이 관광업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반면 스코틀랜드의 스카이 섬 같은 곳은 대중교통은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힘들고, 그나마 자동차를 이용해서 이동해야 하는데 길들은 또 어찌나 울퉁불퉁한지...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한 것이 한두번이 아닐 정도였다. 산들 또한 트래킹 하기 좋은 형편의 산들은 아니었다. 말그대로 등반...(내기준 ㅋㅋ) 뭔가 길을 개척해가며 가야하는 곳이라 스카이 섬의 퀴랑만 트래킹을 했는데도 쉽지 않다고 느꼈다. 게다가 퀴랑은 주변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었다....그래도 꽤 관광객이 많은 곳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편(?) 때문인지 스위스나 다른 곳만큼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 한적한 여유로움을 느끼는 기분은 또 새로웠다. 이때까지 간 여행지 중에서 한국인 포함 동양인이 가장 없는 곳이었는데, 우리가 동네 산책을 하면 창문가에서 식사하던 현지인들이 전부다 우리를 구경(?)할 정도였다. 여러 인종이 섞여 살아가는 런던에서는 받을 수 없던 관심을 집중해서 받은 순간이기도 하다 ㅎㅎ

에든버러 
에든버러 대학교 건물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백파이프를 불고 계시는 할아버지


남은 이틀은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서 머물렀는데, 수도답게 에든버러는 정말 도시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잉글랜드와는 다른 건물과 풍경이 새롭게 느껴져 아직 여기도 스코틀랜드구나..라고 생각하며 다녔다.

4일동안 자연을 실컷 보며 힐링했지만 덜컹거림을 반복하는 도로를 달려야 했고, 화장실이 없어 난감할 때가 있었으며 호텔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 여행 역사상 처음으로 공용화장실을 써야하는 B&B에서만 자야했기에 '날것의 불편함'이 슬슬 피곤했던 우리들에게 에든버러는 여행 막바지에 또 다른 힐링을 주었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고(1일권을 사면 심지어 런던보다 싸다!), 잘 정비되어 있는 도보와 시가지엔 언제든 구경하기 좋은 가게들이 즐비하고... 백파이프를 부는 낭만적인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보니 우리가 어제까지 스카이섬에 있었다는 게 갑자기 어색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여행 6일째만에 처음으로 호텔에 짐을 풀고, 방안에 있는 제법 괜찮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호사(?)를 누리며 우리는 이렇게 여름휴가를 마무리했다.



 

 우리 자동차로 이렇게 길게 여행해 본 건 처음이라 사실 떠나기 전 이런저런 걱정도 많았었다. 비행기가 아닌 차로 이동하니 뭔가 해외여행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른 여행에 비해 기대감이 엄청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짐들을 몽땅 트렁크에 싣고, 쉬고싶을때 마음껏 쉬며 이동수단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속에서 우린 기타 다른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자연과 도시를 함께 즐겼다. (물론 일주일 내내 운전대를 잡은 남편의 노고는 엄청났을것이다 ㅋㅋㅋ 미안해 여보 ㅋㅋ) 


스코틀랜드에 오기 전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관계가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직접 다녀오니 책을 읽어도 유투브를 봐도 이전보단 확실히 더 이해가 잘되고 집중도도 다르다. 

이래서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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