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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Apr 22. 2024

중국 양주 수서호(瘦西湖) 유람기

(사단법인 박약회 역사 탐방)

   오늘은 중국 양주의 대표적 관광지로 아름다운 호수인 수서호 유람선을 타고 노니는 날이다. 호수 기슭에는 수양버들과 겹도화가 규칙적으로 도열해 있다. 도원결의는 삼국지에서 익히 들어 본 장면이며, 무릉도원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꿈의 장소이던가.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도화를 좋아해서 붉은색을 선호하는 것일까. 수서호가 무릉도원인듯 만개를 조금 지난 겹도화가 줄줄이 수줍게 볼을 붉힌다. 누군들 한 번쯤은 하롱하롱 피어났던 연분홍빛 사연이 없었으랴만, 도화에 취한 객의 마음도 뜬금없이  말랑해지고 만다.

  

   경항 대운하(京杭大运河)와 연결되는 물길인 수서호는 수나라 때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양쪽에 왕조별로 다양한 경관을 조성해 오늘날에 이른다. 1988년 수서호는 중국 국무원에 의해 중요한 역사 문화유산에 선정되었으며 201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길이 4.3km에  버드나무와 복숭아나무가 줄지어 서고 누각과 건물이 산에까지 닿는 경관을 형성했다. 붉은 복숭아꽃과 푸른 수양버들이 조화를 이루어  눈을 즐겁게 하니 가히 양주 24경에 선정된 것은 무리가 없다.


 수서호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길이 가냘픈 소녀를 방불케 한다고 해서 여윈 서호라는 의미로 수서호(瘦西湖)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관람객은 배만 타는 것이 아니라 호수 주변 누각과 각종 다리를 건너는 호사를 만끽한다. 수양버들만 객의 마음을 흔드는 게 아니라, 교각 옆 연보라 등꽃도 덩달아 마음을 흔들어댄다. 


  


시원한 바람과 싱그러운 초록의 눈 맛은 최고의 선물이다. 사이사이 겹도화의 수줍은 미소는 객을 반기는 격조있는 대접이다. 이런저런 계급장 떼고 나면, 한바탕 춤사위라도 벌리고 싶은 기분이다.


문득 백거이의 '춘풍'이 떠오른다.


춘풍(春風)-백거이(白居易)

春風先發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 : 봄바람에 먼저 핀 동산 안의 매화꽃

櫻杏桃梨次第開(앵행도리차제개) : 앵두꽃, 살구꽃, 복사꽃, 오얏꽃이 차례로 핀다.

薺花楡莢深村裏(제화유협심촌리) : 냉이꽃 느릅나무 열매 마을 안에 깊숙하니

亦道春風爲我來(역도춘풍위아내) : 또한 말하리라, 봄바람이 나를 위해 불어왔다고.
      




   경관이 좋아 배 안에서 파노라마로 찰영해 봤더니 아래와 같이 겹쳐서 나와서 실패다. 너무 서두른 탓이다. 일행이 여럿인 관계로 길잡이가 무척 긴장한 상태다. 한 눈 팔다가는 미아가 될 지경이라 동영상 촬영도 그림의 떡이다. 이 좋은 풍경에다 하늘이 파랗다면, 작품 사진이 나올법도 한데 아쉽다. 화창한 날씨임에도 하늘은 회색이다. 


   중간에 다른 작은 배에서 노를 젓는 힘 센 여인을 보았다. 여늬 장정 못지않다.



우리 유람선 조종실을 살짝 훔쳐보니 전기로 하는 간단한 장치다.



사방에 도열한 겹도화를 바라보며 주렁주렁 달릴 복숭아를 떠올린다. 역시 좋은 것은 느끼는 자의 몫이 아닐까 한다. 가로수가 도화로 이루어진것은 처음 보는 기쁨으로 보람차다.

  

   메타세콰이아 나무도 푸르게  키를 자랑하고 있다. 모든 나무가 사철 초록을 유지한다고 하니 복 받은 땅이다. 단지 잎의 생멸은 있겠지만, 낙엽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일 년  내내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뿜어낸다니 얼마나 귀한 땅인가. 저 휘늘어진 버드나무가 사철 푸르다니 부럽다. 농경지도 일년에 삼모작을 한다니 경쟁력이 최고다. 겨울에 춥지 않은 온난화 현상으로 받은 복이다. 필자도 옹골지게 영혼의 광합성을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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