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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by 소봉 이숙진

벗들과 의기투합하여 가을 전어 먹으러 소래포구로 발길을 놓았다.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기쁨으로 모자도 목줄이 있는 걸로 골라서 바람 걱정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물이 싹 다 빠지고 갈매기들만 옹기종기 바닥에 숨어있는 조개 쪼아 먹느라고 하얗게 군락을 이룬다. 정박해 둔 나룻배만 비스듬히 뒤집어져 있어 풍경이 스산하다.




소래 어시장에 들어가서 한쪽 눈을 쩽끗하고 은빛 몸을 뒤척이는 전어 1킬로는 구이로, 1킬로는 회를 떠서 바깥에 빨간 플라스틱 파라솔밑에 앉아 쌈을 싸기 시작한다.




승용차로 마중 나왔던 k회장이 특히 맛있게 잘 드신다. 가까이 살면서 전어를 처음 먹어본단다. 역시 친구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혼자서 즐기기는 좀 거시기하다. 전어가 이렇게 고소한 줄 몰랐다고 몇 번이나 되뇐다. 우리는 포만감에 꽃게는 사 가지고 k회장 댁으로 가서 쪄 먹기로 한다. 지금은 먹을 수 없으니 저녁으로 먹을 속셈이다. 시장을 돌면서 복어 배보다 더 통통한 암꽃게 2킬로를 사니 6마리다. 시장통에서 제일 큰 것이다. 옆에서 뽀글뽀글 거품을 내뱉고 있는 대하와 소라도 인원수만큼 사서 얼음집에 넣어 포장했다.

밖으로 나오니 가을 하늘 구름이 아름다워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댄다.


k 회장댁에서 꽃게와 대하, 소라를 큰 찜통에 쪘다.


펄떡거리는 대하는 꽃게가 조금 익은 다음에 살짝 넣었더니, 진짜 여태 먹었던 대하 중 제일로 고소하고 연하다. 모두 이렇게 대하가 맛있는 줄 몰랐다고 감격한다. 소라는 속을 쏙 빼내고보니, 딸려나오는 내장이 너무나 싱싱하다. 과학적 시선으로 무슨 성분인지 모르지만, 어떤 병증에 약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버리기 아까운 새각이 든다. 먹느라고 사진을 못 찍어서 나중에 쓰레기만 찍게 되어 웃음만 난다. 게 딱지에다 시골서 짜 온 참기름 넣고 밥 비비니, 네 명이 먹는데 한 사람이 없어져도 모를 지경이다. 3킬로를 샀더라면, 꽃게 라면을 끓이는 건데 후회를 하면서 다음을 다짐한다. 하여간 오늘은 이 정도의 메뉴로도 성공이다. 우리는 다음에 또 오자고 굳은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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