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산책로에 누렇게 흙먼지 쌓인 킥보드가 서 있네요. 언제부터 거기 서있었는지 병아리 같은 귀여운 노란색 위로 때가 덕지덕지 붙어 만질 엄두가 나질 않아요. 누가 두고 갔을까요. 귀여운 누군가의 단짝 친구로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을 킥보드의 한때를 상상해 보게 돼요. 처음 킥보드를 손에 쥔 날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그리곤 아마 수시로 올라타고 다녔을 거예요. 이제 그만 타고 집에 들어가자는 엄마의 말에 조금만 더 타고 싶다 생각했을 거고요. 친구에게 자랑도 하고 또 함께 타고 여기저기 다녔을 수도 있겠네요. 늘 붙어 다녔을 텐데 이제는 홀로 외롭게 서있네요. 이제는 아직 많이 낡지 않은 킥보드만 저렇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타고 가다가 순간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잊어버리고 갔을 수도 있겠네요. 집에 가서 혼 좀 났겠어요. 아니면 더 이상 타고 싶지 않거나 고장이 나서 그냥 에이 모르겠다 싶어 그 자리에 두고 가버린걸 수도 있고요. 원인이 뭐건 간에 늘 함께 다니던 킥보드의 부제에 아마 며칠간은 힘들겠죠. 아쉬움. 속상함. 불편함. 여러 가지 감정이 일겠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거예요. 잊어버린 거라면 엄마를 졸라 새 킥보드를 가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젠 그냥 걸어 다녀야지 포기하고 살 수도 있고요. 어느 순간 기억 속에만 머물게 되겠죠. 아 나 그때 노란 킥보드가 있었어. 참 재밌게 타고 다녔지 회상하는 거죠.
살면서 한때의 소중했던 많은 것들은 길가의 저 킥보드처럼 방치되고 잊히곤 합니다. 사는 게 바빠서 혹은 이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가끔 생각나면 그때 그랬지. 하는 추억으로 남는 거예요. 사는 게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게들 말하죠. 모두 다 쥐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가끔 생각날 때 벽장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추억 상자를 열어 보듯 소중한 추억 몇 가지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요. 마음에 구멍이 커질 때나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가볍게 웃음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지나 보낸 작고 작은 추억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결국 그 작은 것들이 마음속 여기저기를 차곡차곡 채워나가며 대체될 수 없는 나라는 한 삶이 되었다는 것...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가삿말처럼 의미 없던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