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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Nov 21. 2023

매일 줌 ZOOM에서 보던 사람을 직접 만난다면?

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3


코로나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사용하게 된 줌(ZOOM)은 나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할 수 있는 게 앞으로 많겠구나. 싶었다. 그로부터 몇 년 동안 줌은 참 많은 것을 하게 해 주었다. 절대로 접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 5시 미라클 모닝과 독서를 하는 아침도서관을 운영했었다. 새벽마다 줌을 이용해서 회의를 오픈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직 꿈에서 완전히 나오지 않은 듯한 부스스한 얼굴로 아침마다 인사를 하던 사람들. 하지만 반짝반짝한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곤 했었다. 그렇게 온라인에서만 친분을 만들던 우리가 드디어 만났다. 


어색하지 않을까? 알아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약속된 장소로 간다. 하지만 그 걱정이 정말 걱정이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멀리서도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환한 웃음과 어색한 미소 사이에서 잠시 망설이지만 우리는 오랜 친구처럼 서로의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 함께 지난 시간들 때문이다.





지난 주말 '비카인드' 모임이 있었다. 북토크에 함께 가기 위해서다. 혼자서 가끔 다니던 곳을 함께 가자고 모임글을 썼다. 그렇게 시간과 뜻이 맞는 몇 명이 모였다. 카페장인 나에게는 익숙한 얼굴들이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또 그들의 개인 SNS를 통해서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나기 전에는 알지 못하던 일이 일어났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오늘 처음 직접 만난다는 것이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갔을 때, 

"지금 ㅇㅇㅇ로 보이는 분이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는 척 하지." 

"처음 만나는 거라, 혹시나 하고 부르지 못했어요." 

"아, 처음이에요? 진짜? 그렇구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되었다. 

이들이 오늘 처음으로 직접 만나는구나. 


그렇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소개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신나게.

"이쪽은 ㅇㅇㅇ입니다. 인사하세요 닉네임 ㅇㅇㅇ 예요. 호호호"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된 지 대략 2년이 흐른 후에 이런 인사라니, 살짝 웃긴 상황이다.


아마도 지금 이 분들은 '오늘 처음인데 이렇게 친한척해도 되나'하는 마음과 '생각보다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데'하는 이상한 느낌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을 것 같다. 나도 처음에 그랬다. 


우리는 닉네임이 익숙한 사이다. 본명을 모르기도 하고 들은 적은 있지만 어색하다. 나이도 모른다. 대강 언니인지 동생인지 정도만 안다. 몰라도 상관은 없다. 가족관계나 학력, 전공 같은 건 정말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첫 만남에서부터 알게 되는 그런 정보들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닉네임으로 첫인사를 하고 본인의 관심사와 꿈을 이야기하는 것의 즐거움을 우리는 이제 안다. 


한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은 어떤 것들을 포함하고 있을까?  우리는 그동안 자기소개에서 말하는 가족과 출신, 학력, 회사 등등 외적인 요소를 많이 나타내고 살았다. 그것이 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모두 빼고 자신을 설명하려고 연습하고 노력한다. 이게 좋다.


소녀처럼 웃으면서 밥을 같이 먹고 차를 마셨다. 조심스러운 눈빛이지만 빛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는 이렇게 친구가 되어감을 느낀다. 


어색함도 잠시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서 자리를 옮겼다. 일렬로 나란히 앉아서 오늘의 작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기록학자로 알려진 '거인의 노트' 김익환 교수다. 중년이 넘어선 학자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지금의 생각까지를 들으면서 필기도 하고 서로의 귀에 속삭이기도 했다. 어떤 10살 아이의 감상평에 크게 박수를 보내본다. 같은 장소에서 비숫한 감정을 느끼는 건 소중하다. 


북토크가 끝나고 그냥 헤어지기 싫은 몇 명이 남았다. 오래간만에 걸어보는 종로의 밤거리와 컴컴해질 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좋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내 말을 할 수 있는 친구 되어가는 중이다.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어디까지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사람들을 만들고 싶다. 비카인드 카페가 그런 일을 해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의 만남으로 더욱더 확실해졌다.


약간의 피곤한 몸으로 집에 오는 길이 너무나 꽉 찬 기분이다. 다음 모임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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