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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Jan 07. 2024

'그까짓 내복이 머라고' 슬퍼하지 말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내복을 입지 않고 겨울을 났습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아직 괜찮다. 이런 생각으로 내의를 입지 않고 버텼어요. 무언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썼던 거죠. '조금 추우면 견디면 되지.'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복을 입으면 나이 듦을 인정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춥네요. 체온 유지는 건강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제 버티지 말고 입자. 나도 내복을 입자. 머 어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위를 더 타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유 중에 하나는 몸무게가 많이 줄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수술과 치료, 그리고 먹는 음식의 변화 때문에 빠진 몸무게는 다시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몸무게가 줄고 몸에 지방이 없어져서 그런지 올겨울은 추위를 조금 더 느껴집니다.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을 싫어하던 과거의 저는 이제 없습니다. 옷과 몸사이의 채워진 공기를 즐기던 그 기분은 이제 차가운 공기가 싫어지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새 옷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지만 스몰사이즈 옷을 구입해서 기존의 M사이즈 옷들과 레이어드 해서 입기로 했습니다. 


겨울이 춥다고 느껴지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그동안은 거의 차로 이동을 했었습니다. 운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을 하게 되면 거의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거울이 춥지 않습니다. 올해 겨울 저는 대중교통으로의 이동을 많이 합니다. 오히려 집에서 가까운 곳을 갈 때 차를 가지고 가고 약속이나 모임은 잘 발달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합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많이 내린 눈도, 살 속을 파고드는 강한 바람도 느껴지는 겨울이네요. 


사람에게는 그동안 해오던 습성이 바뀌는 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늘 몇 개의 옷만으로 겨울을 나다가 이제는 그 위에 옷을 더해야 한다는 것을 찬 겨울바람에 당해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 바지 안에 내복을 입고 상위에 옷 몇 개를 겹쳐 입고서 나가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나이가 들었거나 아팠던 기억이라거나 이런 슬픈 감정보다는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따뜻함이 좋구나. 이런 생각을 하려고 합니다. 


슬퍼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까짓 내복이 머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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